카카오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플랫폼, 뭐가 다를까요?

스마트폰이 생기고, 모바일 시대가 온 이후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어디일까요? 플랫폼입니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플랫폼을 갖고 모바일 생태계를 집어 삼켰습니다. 플랫폼은 막대한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큰 힘을 가지게 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을 두고 미래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모바일 다음은 블록체인이 될 거란 이야기인데요, 막상 블록체인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올 때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은 어디가 될까요? 아마도, 블록체인 플랫폼을 잡는 곳이 아닐까요?

아직은 무주공산인 이 시장을 두고, 출사표를 던지는 회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이더리움’이 꼽히고 있지만, 확장성이나 속도, 성능 면에서 “우리가 절대 패권자”라고 주장할 수 없는 단계죠.

이 상황을 바라보는 국내 기업들도 마음이 급해지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모바일에서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절대 강자가 있었지만, 블록체인에선 그런 기업이 아직은 없거든요. 잘하면, 차세대 플랫폼 강자가 될 수도 있는 희망이 생겨나는 이유입니다.

자, 그래서 지난 19일 두 국내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 회사가 ‘패권자’가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지며 앞으로 계획을 밝혔는데요.

한 곳은 국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강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입니다. 그라운드X는 현재 개발중인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비전과 계획을 발표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한 9개 기업을 추가 공개했는데요, 왜 추가냐면 이미 지난해 파트너를 맺기로 한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의 플랫폼은 코인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100% 자회사 람다256 입니다. 원래는 두나무 산하 블록체인 연구소였는데, ‘루니버스’를 출시하면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했습니다. 루니버스는 전문 개발자 없이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블록체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를 꿈꾸는 것이고요, 대중화가 오기 전 이 시장에서 먼저 강한 영향력을 갖겠다는 포부를 가진 거죠. 차이점은 처음에 접근하는 시장이 약간 다릅니다. 클레이튼은 메인넷을 갖춘 플랫폼입니다. 애플 앱스토어처럼 B2C를 겨냥했죠. 루니버스는 개발자가 대상입니다. B2B 시장을 먼저 공략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래, 각 사의 발표를 살펴볼까요?

■ 블록체인계 앱스토어 되겠다, 클레이튼

그라운드X가 만드는 ‘클레이튼’은 지난해 3월 첫 선을 보였죠. 클레이튼은 그라운드X가 현재 개발 중인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인데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카카오판 이더리움’이라고 설명할게요. 새 발표는 이 클레이튼이 본격적인 플랫폼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목표는 앞서 말했듯, ‘대중화’ 입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말은 많이 쓰지만 실제로 그 기술을 일상에서 써 본 경험은 아마도 대부분 별로 없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한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를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블’자도 모르는 이라도 어디선가 해당 기술이 들어간 서비스를 쓰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스템 안에서 가치를 얻어가게 만드는 것, 그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그라운드X가 추구하는 바라고 하네요.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그라운드X가 블록체인 시대의 첫 대중적인 플랫폼이 되기 위해 만드는 것이 ‘클레이튼’입니다.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크게 세 가지 차별성을 앞세웁니다. 사용자 유입 채널 확보,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 엔터프라이즈 프렌들리인데요. 사용자 유입 채널 확보란, 카카오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카카오 사용자 5000만명에 더해 클레이튼 파트너사 사용자 4억명을 앞세웁니다. 아직까지 어떤 플랫폼도 처음부터 이런 사용자 기반을 갖고 시작한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단, 이들이 모두 활성 이용자는 아니라는 점이 함정이겠죠?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파트너’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플랫폼은 ‘이용자’ 하나로만 구성되지 않습니다. 이용자가 클레이튼에 오래 머무르고 자주 방문하도록 하려면 쓸만한 서비스가 많아야겠죠. 파트너는 이 서비스를 올려놓을 플랫폼의 핵심 구성원들을 말합니다. 한 대표는 기업들이 레거시(원래 가지고 있던 서비스) 중 일부를 블록체인 위에 올려놓길 희망합니다. 블록체인에 맞는 것은 블록체인으로, 맞지 않는 것은 레거시 형태로 혼합하면,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나 사업이 나오지 않겠냐는 제안인데요. 4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기존 파트너가 괜찮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어 플랫폼에 진출한다면, 클레이튼으로서는 든든한 우방을 갖추게 되는 격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를 볼까요? 이용자가 편하게 쓰기 위해선 월렛(지갑)이나 앱스토어가 나와줘야 합니다. 쓸만한 월렛과 앱스토어가 나오고 이들이 이용자와 자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라운드X는 현재 여러 월렛 회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 어떤 협업이 일어날 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그라운드X는 오는 29일 모든 개발자와 서비스 기업들이 쓸 수 있는 퍼블릭 테스트넷 ‘바오밥’ 버전을 공개하고,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메인넷을 6월 말 정식 출시한다고 합니다. 바오밥 버전에는 지난 5개월여동안 테스트넷을 운영하며 파트너들에게 받은 피드백이 반영됐다고 하는데요, 블록체인의 높은 보안을 유지하면서 기존 플랫폼들의 경직되고 쓰기 불편했던 계정/개인키 관리의 자유도를 높였고획일적 처리로 인해 느렸던 기존 블록체인 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시켰다고 하니, 이게 엔터프라이즈 프렌들리겠죠.

■ 루니버스, 블록체인계 아마존 되겠다

그렇다면, 루니버스는 무엇을 노릴까요? 루니버스는, 쉽게 말해 블록체인계 아마존이 되고싶다고 합니다. 잠깐 박재현 람다256 대표의 말을 들어볼까요?

 

“루니버스 출시가 블록체인 개발사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 혁신을 이어나갈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20년에는 BaaS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3년 뒤인 2022년에는 블록체인계의 아마존이 되는 날이 도래할 것입니다.”

 

원대한 포부죠? 앞서 클레이튼이 애플 앱스토어 같은, 일반 이용자가 쉽게 접속해 댑(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분산 애플리케이션) 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고 했다면, 루니버스는 개발자가 쉽게 댑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는 거지요.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점은 이제 많이들 아실 것 같은데요.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개발 환경을 구축해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쉽게 확장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서비스형 블록체인인 ‘바스(BaaS)’도 클라우드의 장점을 갖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전반적인 성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

루니버스는 지금까지의 BaaS를 1.0 버전이라고 명명하고, 지금까지 서비스형 블록체인의 10대 문제사항을 해결한 BaaS 2.0 형태의 개발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는데요.  자, 루니버스가 말한  BaaS 1.0의 한계와 해결방안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 볼까요?

루니버스는 △체인환경 개선, △사용성 고도화, △보안 강화, △비용 절감을 블록체인 업계에서 필요로 해온 4개 분야로 보고, 구체적으로 10대 문제를 집어 해결했다고 말합니다.  △체인환경 개선에서는 1)성능 강화, 2)높은 안정성, 3) 편리한 개발환경을, △사용성 고도화에서는 4)편리한 유저 계정관리, 5)실시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동 사인 대행, 6)유저정보 백업 및 관리 지원을, △보안에서는 7)스마트 컨트랙 안정성, 8)데이터 프라이버시 준수를, △비용 절감에서는 9)부담없는 가스비, 10)사용량에 따른 효율적인 자동증설을 실현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그러한지는 개발자들이 직접 들어와서 서비스를 만들어보거나, 혹은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면 알 수 있겠죠. 박 대표는 BaaS 2.0의 루니버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축한 실사례를 곧 만나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는 4월부터 7개 기업이 서비스를 공개한다는 뜻이죠.

초기 론칭 서비스는 E4넷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체리, 가상 자산을 활용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모스랜드, 한류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 케이스타라이브, 블록체인 기반 난치 환자 커뮤니티 휴먼스케이프, 암호화폐 보상형 Q&A 서비스 아하, 글로벌 언어 공유 플랫폼 직톡, 드라마, 영화, 웹소설 등을 창작, 협업, 유통하는 스토리체인 등이 있습니다.

루니버스는 블록체인 서비스 및 기술의 확산을 위해 2019년 하반기 내 ‘댑 스토어’와 ‘솔루션 마켓 플레이스’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루니버스를 이용해 마치 장바구니에 필요한 물건을 담듯 필요한 기능 등을 고르기만 하면 자신의 시스템에 원하는 블록체인 기술 및 서비스를 붙일 수 있고 하네요.

각 스토어들은 루니버스 파트너사로 함께한 댑개발사들에게 일반 유저(B2C) 및 기업(B2B)들과 만날 수 있는 열린 장(場)이 될 것으로 람다256 측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댑 업체들이 이 곳을 통해 자신의 블록체인 서비스 및 기술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이들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투자도 합니다. 람다256이 루니버스를 활용한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더 쉽게 배포하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블록체인 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루니버스 토큰 ‘루크(LUK)’을 신규 발행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루크는 루니버스의 메인 체인 가스비 및 BaaS 서비스 사용료로, 향후 댑 스토어와 솔루션 마켓 플레이스에서 플랫폼 결제 수단과 업계 투자 지원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람다256은 총 100억개 발행할 루크 중 30억개를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쓴다고 하니, 향후 행보가 주목되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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