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유지보수요율을 11%로 만드는 마법, 리미니스트리트

기업의 IT부서는 전통적으로 비용 부서로 취급을 받았다. 돈을 벌지는 못하고 쓰기만 하는 부서라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어떻게든 IT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IT는 회사의 비용을 축내는 부서가 아니라 혁신을 주도하는 부서가 돼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은 IT부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IT부서가 혁신적인 실험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예산이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IT예산은 혁신에 대한 투자보다 현존 시스템 운영에 주로 쓰인다. IT 예산 중 90%는 기존 시스템 운영에 쓰이고, 겨우 10%의 예산만이 혁신에 쓰인다는 통계도 있다.

이 때문에 비용절감이 IT부서의 중요한 목표가 됐다. 레거시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절감된 비용을 혁신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IT시스템 운용예산을 줄일 수 있을까?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매년 IT 벤더에 내는 유지보수료를 줄이는 것이다. 오라클이나 SAP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라이선스료와 별도로 유지보수료를 매년 받는다. 이 비용이 라이선스 대비 최대 22%에 달한다.

이는 소프트웨어 벤더의 핵심 수익원이다. 라이선스비는 할인해줘도 유지보수요율을 할인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고객 기업에는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이다. 한 시스템을 10년 운영하면 초기 라이선스의 약 두 배를 유지보수료로 내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오라클 DB를 구매하면 오라클로부터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는 게 당연하게 생각됐다. 오라클 DB 유지보수 시장은 오라클의 독점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장에 경쟁이 생겼다. 리미니스트리트와 같은 회사는 오라클이나 SAP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비용의 절반만 받는다.

리미니스트리트는 이에 대해 “고객에게 선택권이 생긴 것”이라고 표현한다.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는데, 리미니스트리트의 등장으로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선택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선택권이 생긴다는 것은 벤더의 일방적 비즈니스 전략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SAP는 2025년부터 기존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인 R/3의 지원을 중단한다. SAP ERP를 계속 이용하려는 기업은 SAP의 최신 ERP 제품인 S/4 /HANA로 교체해야 한다.

ERP 교체 프로젝트에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SAP의 지원을 계속 받으면서 R/3를 더 사용하고 싶어도 고객에게 그와 같은 선택권은 없다.

세스 레이빈 리미니스트리트 CEO

이 회사 세스 레이빈 리미니스트리트 CEO는 “최신 ERP 소프트웨어를 SAP 제품으로 교체하려면 현재보다 비용이 최소한 두 배는 더 들 것”일면서 “리미니스트리트로 인해 고객들은 벤더가 정한 경로에서 벗어나서 고객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IT 예산의 40%를 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10%만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에 비해 더 많은 혁신을 이루고 경쟁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리미니스트리트를 이용하면 비싸고 한정된 지원 대신 포괄적인 지원 서비스를 받으면서 기존에 진행한 투자에 수명과 가치를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미니스트리트의 등장은 오라클이나 SAP와 같은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에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다른 회사가 반값으로 유지보수 하겠다고 나서니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이 때문에 리미니스트리트는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송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리미니스트리트에 따르면, 오라클이 리미니스트리트에 제기한 소송만 24건에 달한다. 이중 23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1건 저작권 침해가 인정돼 배상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리미니스트리트는 최근 이 배상금 중 일부(비과세 비용)를 다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6년에 리미니스트리트가 오라클에 지불한 배상액 중 일부인 1280만달러를 반환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레이빈 CEO는 “오라클은 그들이 제기한 24건의 주장 가운데 그들이 이긴 단 한 건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들은 23건에 대해 패했다”면서 “그 단 한 건의 침해도 법원에서는 기술의 복잡성으로 인해 침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무고한 침해라고 법원은 판단했다”강조했다.

그는 “삼성과 애플이 소송을 벌인다고 해서 스마트폰 구매자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듯 리미니스트리트와 오라클의 소송이 고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종료된 소송을 보면 리미니스트리트가 오라클과의 합법적인 경쟁상대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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