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는 정치권에서 찬밥입니다. 입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니, ‘신성장 동력’이니 하면서 IT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실제로 IT의 발전을 위한 법안을 만들거나 규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택시산업을 비난하는 정치인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배달앱을 ‘약탈자’라고 비난하는 정치인은 현실에 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IT는 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IT산업 종사자는 조직돼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표 덩어리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IT 종사자들은 그냥 자신의 성향에 따라 투표합니다.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표심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은 IT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IT업계가 생각이 없는 건 아닙니다.비록 조직된 표는 없지만 IT업계가 미워하는 정치인이 많습니다. 그래서꼽아봤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오디오클립 ‘IT TMI’의 이번주 주제는 ‘IT업계가 싫어할 것 같은 정치인 톱3+1’입니다.

자 한 분씩 만나보도록 하죠.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선정한 IT업계가 싫어할 것 같은 정치인에 당첨(?)된 첫번째 주인공은 황문이 의원입니다. 사실 황문이 의원은 한 명이 아니고 세 명입니다. 황주홍·문진국·이찬열 의원의 성을 따서 황문이라고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왼쪽부터 황주홍, 문진국, 이찬열 의원

이 의원들의 공통점은 여객운수사업법 81조 1항을 없애거나 바꾸는 법 개정안을 냈다는 점입니다. 이 조항은 카풀의 법적 근거 조항입니다. 원래 자가용 유상운송은 법에서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카풀, 풀러스 등이 이 조항에 근거에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 조항을 없애거나 개정함으로써 아예 카풀의 사업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승차공유 서비스가 태동할 약간의 틈새마저 말살하고, 택시가 아닌 다른 종류의 모빌리티 혁신은 씨앗조차 움틀 수 없도록 하는 그런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황문이 의원을 선정했습니다.

두 번째 영광(?)의 주인공은 김성태 의원입니다. TV에 자주 나오는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그 분 아닙니다. 동명이인입니다.

법안 발의하는 김성태 의원

김성태 의원은 행정 전문가지만, IT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전자정부와 같은 공공부문 정보화 전문가입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을 5년이나 역임했습니다.

이분은 통신사를 좋아하고 콘텐츠 업체를 싫어하는 듯 보입니다. 예를 들어 ‘포스트 망중립성’이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통신사가 인터넷 포털과 같은 CP에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통신사는 가입자에게 요금 받고, CP에 망비용 받고 1석 2조네요.

김 의원이 제출한 법안 중 인터넷 포털 업체를 적대시한 법안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김 의원은 이를 ‘뉴노멀(New Normal)법’이라고 부릅니다. 그중에는 심지어 본회의를 통과된 것도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부가 통신 사업 실태 조사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부사통신사업자(콘텐츠 업체)의 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정부가 요구하면 업체는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사실 김 의원으로서는 좀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김 의원은 실태조사와 같은 낮은 수위가 아니라 좀더 센 ‘경쟁상황평가’를 하고자 했습니다. ‘경쟁상황평가’는 통신사나 방송사처럼 정부가 허가하는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도입니다.

정부가 허가한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경쟁자의 진입을 정부가 막아준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시장의 상황을 평가해서 정책을 세울 명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한경쟁에 있는 인터넷 콘텐츠 업체를 대상으로 경쟁상황평가를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김 의원이 주장하는 경쟁상황평가 대신 수위를 조금 낮춘 실태조사로 합의를 했습니다.

세번째 주인공은 김경진 의원입니다. 김 의원은 인터넷(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싫어하는듯 보입니다. 배달앱, 카카오카풀과 같은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해외 플랫폼에도 독설을 아끼지 않습니다. “배달앱은 약탈경제”라는 발언이 김 의원의 작품입니다.

김경진 의원

그러나 김 의원은 이런 플랫폼이 가져다주는 소비자 혜택에 대해서는 별 말씀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카풀을 원하고,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소비자 효용이 크기 때문일텐데요.

그런데 흥미로로운 점은 김 의원이 제로레이팅에 대해서만큼은 소비자 효용을 이유로 환영한다는 점입니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가 특정 업체와 제휴를 맺고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을 해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자금력 있는 회사의 서비스의 이용료를 감면시켜주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불리한 제도입니다.

원래는 이렇게 세 의원을 ‘IT업계가 싫어할 것 같은 정치인 톱3’로 꼽았는데, 너무 야당에 편중돼 있어서 긴급하게 여당의원을 더했습니다.

주인공은 전재수 의원입니다. 전 의원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의 대표 발의자 자격으로 뽑혔습니다. 사실 전 의원은 조금 억울할 지도 모릅니다. 이 법안은 전 의원이 대표발의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청부입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개 의원이 의원실 차원에서 법률 전부개정안을 내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겠죠. 정부 발의는 복잡하고 의원 발의는 간단하니까, 여당 의원을 통해 의원 입법 형식을 취한, 사실은 정부 입법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재수 의원

이 법의 문제는 ‘오픈마켓 금지법’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오픈마켓은 법적으로 ‘통신판매중개업’이라는 지위였습니다. 중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신판매업자에 비해 책임이 덜했습니다. 제품의 하자 등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가 지는 구조였죠.

그러나 새로운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중개자와 통신판매업자를 전자상거래 사업자로 통합했습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는 오픈마켓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부정하는 듯 보입니다. 오픈마켓은 시장만 열어놓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스스로 거래하도록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입니다. 만약 오픈마켓이 제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면 그 수많은 제품을 다 취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오픈마켓은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을 검증해야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수수료를 더 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 검증된 제품만 거래된다면 오픈마켓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와 수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현재 오픈마켓에는 없는 게 없는데,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들이 늘겠죠.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 아닐까요?

자, 여기까지 IT업계가 싫어할 것 같은 정치인을 살펴봤습니다. 선정되신 의원님들은 서운해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IT업계는 어차피 표가 안되니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email protected]
<심재석 기자>[email protected]
<박리세윤 PD>[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