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위가 달라졌어요

– 2018년 9월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
– 2018년 12월 금융혁신지원특별볍
– 2019년 2월 오픈API 의무화
– 2019년 2월 공동결제 시스템 핀테크 기업에 확대

최근 금융위원회의 행보가 남다르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금융 규제 혁신을 위한 잇단 조치를 내놓고 있다. 기존의 금융산업뿐 아니라 핀테크 업계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개방형 금융결제망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업체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 결제망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렇게 되면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의 비용이 급격히 줄어든다. 현재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들은 펌뱅킹망을(기업과 금융기관의 전용망) 통해 송금서비스를 제공한다. 펌뱅킹은 기업이 직원들의 월급을 자동이체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수수료가 비싸다. 토스 관계자에 따르면, 펌뱅킹 이체 수수료가 토스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공동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면 앞으로 핀테크 업체들도 API(Application Programing Language)를 통해 직접 송금을 할 수 있다. 수수료는 기존 펌뱅킹의 10분의 1이 될 전망이다.

이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와 같은 핀테크 업체뿐 아니라 전통적인 은행에 기회이자 위기가 된다. 기존에는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이체를 하려면 A은행의 앱에 접속해야 했다(펌뱅킹 방식 제외). 그러나 이제는 C은행 앱에서 A은행에 예금을 B은행으로 옮길 수 있다.

나의 경우 카카오뱅크를 주로 쓰는데, 월급 통장은 우리은행이다. 월급통장에서 누군가에게 자금을 이체하려면 우리은행 앱에 들어가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카카오뱅크 앱에서 우리은행에 있는 월급을 다른 은행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핀테크 기업, 기존은행 가리지 않고 서비스 품질이 가장 좋은 곳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데이터 활용을 위한 표준 API 체계를 별도로 마련하고 모든 금융사, 통신사, 정부·공공기관의 API 제공을 의무화하겠다고 지난 21일 밝힌 바 있다. 데이터 표준 API가 구축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금융사, CB사, 핀테크 업체 등은 금융사·통신사·정부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뱅크샐러드에서 보여지는 개인의 금융정보는 스크래핑(Scraping)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한 것이다. ‘스크래핑’이란 인터넷 스크린에 보이는 개인 금융 정보 중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스크래핑은 자칫 불법적인 데이터 수집이 될 수도 있고, 기존 금융권과의 마찰을 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기관이 직접 API를 제공하면 이같은 논란에서 벗어나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정보를 취합해 고객에게 서비스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이 외에도 간편결제 이용·충전 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300~500만원으로 늘릴 예정이며, 소액의 경우 신용결제도 가능케 할 방침이다. 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결제자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정보만으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급지시서비스업’▲은행 제휴 없이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해 이체까지 가능한 ‘종합지급결제업’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로 상징되는 신용정보법 개정도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전문개인신용평가업,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이 도입될 전망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측도 많아 적지 않은 논란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월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도 도입된다. 지난 해 12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란 어린이가 모래판에서 마음껏 놀 듯 금융회사가 제한된 공간 안에서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핀테크가 촉발한 디지털 환경변화는 우리가 금융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대분기점(Great Divergence)이 될 것”이라며 “정부도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놀랄만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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