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동 포르노와 같은 불법적인 영상을 봐야하고, 폭행이나 자살과 같은 충격적인 장면에 시시때때로 노출된 삶은 어떨까? 또 지구가 평평하다는 그럴듯한 주장을 상시적으로 접하고, 홀로코스트 학살이나 911 테러가 사실이 아니라 조작된 것이라는 글이나 영상을 매일 본다면? 과연 이 사람의 정신은 건강할 수 있을까?

미국의 IT전문지 더버지는 25일(현지시각) ‘트라우마 플로어 : 미국에서 페이스북 모더레이터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여러 페이스북 모더레이터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과 직장생활을 조망한 기사다. 이들은 페이스북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모니터링 하고, 현행법이나 페이스북 약관에 위반되는 불법적인 게시물을 삭제하는 역할을 한다.

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더레이터의 삶은 쉽지 않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매일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게시물, 상식에 어긋난 다양한 거짓정보에 늘상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공황장애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비상식적인 콘텐츠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보다보면 실제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생겨나고, 홀로코스트에 의문을 가지는 생각을 전이받는 직원도 나온다.  기사에서 어떤 이는 911이 테러가 아니라며 총을 옆에 두고 자거나, 집에 별도의 탈출로를 만들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대마초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기도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2017년 5월 페이스북 커뮤니티 운영 팀을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 4500명을 모더레이터로 충원했다. 2018년 말에도 3만여명의 직원을 페이스북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3만명의 직원을 충원했는데, 이 중 절반이 콘텐츠 모니터링을 위한 운영요원이었다.





더버지에 따르면, 이들의 상당수는 계약직 노동자다. 페이스북 운영담당 부사장인 엘렌 실버는 지난해 블로그 포스트에서 계약직 노동자를 활용해 페이스북이 50개 이상의 언어로 된 게시물을 24시간 내내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본사 직원 연봉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버지에 따르면 페이스북 본사 직원의 연수입은 24만달러(2억6800만원)에 달하지만, 애리조나에서 근무하는 콘텐츠 모더레이터의 수입은 2만8800달러(3200만원)에 불과하다.

더버지 기사에서 인터뷰한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일하는 모더레이터들은 페이스북에 고용된 직원들이 아니었다. 페이스북이 콘텐츠 모니터링 업무를 아웃소싱한 Cognizant라는 회사였다.

보도가 나간 후 페이스북 운영담당 부사장인 저스틴 오포프스키는 “우리는 페이스북의 컨텐츠 리뷰 과정에 대해 많은 의문, 오해, 비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Accenture, Cognizant, Genpact 등 평판이 좋은 회사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보도된 사례들은 예외일 뿐 표준적인 사례가 아니”라고설명했다.

여기까지는 페이스북의 이야기.

소셜미디어는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셜미디어에 정신나간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이 미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도 많다. 한국의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콘텐츠 모니터링을 한다. 불법적인 콘텐츠를 방치하면 안되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

과연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모니터링 하고 있을까? AI 등의 기술을 이용해 1차적으로는 기계적 처리를 하지만, 사람이 투입되는 모니터링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린웹서비스라는 계열사가 주로 모니터링 업무를 맡는다. 네이버에 자살하는 영상이나 총기난사 하는 영상이 자주 올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온갖 욕설과 비속어 등이 난무하는 게시물을 매일 보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삶일 것이다.

네이버는 본사 및 계열사 직원들에게 심리상담 비용의 80%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린웹서비스 직원들도 역시 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신건강에 더많은 위협을 받는 업무 담당자를 위한 특별한 보호장치는 없는 듯하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역시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있다.  300명의 직원이 3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다. 모니터링 직원은 AI가 수행한 1차 작업 결과를 육안으로 한 번 더 점검한다. 그러나 이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알려진 특별한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국내 서비스의 모니터링 직원들이 더버지의 기사에 등장하는 페이스북 모더레이터처럼 심각한 고통에 빠졌있는지 전해진 바는 없다. 하지만 하루종일 욕설과 거짓정보, 음란영상에 노출돼 있는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비난 페이스북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