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4시, 서울시 택시요금이 인상됐다. 서울시내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요금제가 반영된 미터기를 단 택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미터기를 교체하지 않은 택시기사는 미터기 요금에 별도의 요금 인상분을 승객에게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일기도 한다. 서울시는 새요금체계가 반영된 미터기를 28일까지 순차적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월드컵공원 등에서는 미터기 교체를 위해 줄지어 서있는 택시의 무리를 볼 수 있다. 줄이 너무 길어서 반나절 택시영업을 접고 미터기를 교체헤야 한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규제 때문이다. 앱 미터기가 허용됐다면 버튼 한 번 누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 일반택시의 경우 앱 미터기를 사용할 수 없다.

IT가 발전하기 전에는 미터기 조작 우려 때문에 현재의 미터기 규제가 필요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앱 미터기가 있다면 이런 규제는 필요없다. 택시기사와 승객이 함께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앱 미터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의 조작이 불가능하다.

택시업종에는 무수한 규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지자체)가 요금을 정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정부가 정하는 요금은 탄력적이지 않다. 물가인상 억제라는 명분이지만, 택시는 법적으로 대중교통이 아니다.

또 택시는 영업할 수 있는 지역이 정해져있다. 서울의 택시가 허가되지 않은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 승객을 태울 수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밤 12시 아무리 많은 승객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어도 서울에 나왔던 경기도 택시(일부 지역은 가능)가 승객을 태운다면 불법이다.

개인택시는 영업할 수 있는 날짜도 정해져 있다. 서울 개인택시는 이틀 일하면 하루를 강제로 쉬어야 한다. 택시 수요는 시간대별로 바뀌지만 규제는 시시각각 변할 수 없다.

심지어 택시의 외관이나 글자체도 규제 대상이다. 서울시에서 일반택시는 기본적으로 주황색인지 황토색인지 모를 색을 칠해야 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타다’처럼 서비스를 혁신한 후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싶어도 마음 대로 할 수 없다.

최근 택시업계와 IT업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벌써 택시업계에서 두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명은 부상당했다.

규제는 택시업계가 모빌리티 혁신에 이처럼 심하게 반발을 하는 배경이다. 물론 택시업계가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것도 있지만, 택시는 온갖 규제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데, 규제를 우회한 IT기업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택시에 규제를 가한 취지는 이용자를 보호하고,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는 이제 퇴색됐다. 앱 미터기에서 미터기 조작은 불가능해졌듯 기술로 기존의 규제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현재의 규제는 이용자 보호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 악화에 기여하며, 혁신이 등장할 가능성을 막는다.

한번 ‘타다’를 경험한 사람은 택시로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 정부가 택시를 지키려해도 이 상태로는 택시의 몰락이 예정돼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택시업계와 IT업계를 중재한다고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밥줄이 걸린 문제를 두고 타협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일방의 양보만이 있을 뿐이다. 특히 이 타협기구에는 이용자가 빠져있다.

택시와 IT업계,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킬 규제는 없다. 택시의 규제를 풀고 각자 서비스 품질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경쟁 없는 혁신은 없고, 규제는 경쟁을 배제시킨다.

최근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ICT 규제 샌드박스’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 얽매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규제에 신음하는 것은 ICT 업계뿐만이 아니다. 택시와 같은 전통산업도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이 필요하다. 택시를 모래상자에 넣어보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