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엔터,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 팟캐스트(IT TMI)를 운영하고 있다고 IT업계의 지인들에게 말하면 가끔 “팟티에서 검색하면 돼?”라는 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팟티’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플랫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네이버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의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와 네이버를 구분하지 못하는 IT업계 종사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네이버와 NHN엔터가 인적분할을 한 지가 5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말이다.

현재 네이버와 NHN엔터는 지분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다. 오히려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이 많다. 과거 네이버와 한게임이 결혼을 해서 NHN이라는 가정을 이뤘었지만, 2013년 8월 둘이 이혼하면서 완전히 별도의 회사가 됐다. 네이버 등 포털 사업은 네이버 주식회사, 한게임 등 게임사업은 NHN엔터로 독립했다.

독립한 NHN엔터의 길은 다소 험난했다. 2014년 3월부터 정부가 웹보드 게임 규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게임의 핵심 매출원이 웹보드 게임이었는데, 이혼한 지 1년도 안돼 최대매출원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16년부터 규제가 다소 완화되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웹보드 게임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를 바꿔야했다.

그러던 NHN엔터가 최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2018년 성적표를 공개했는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2017년보다 매출은 41.0% 증가한 1조282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7.9%를 오른 687억원을 거뒀다. 기존 게임사업 체질을 개선했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던 신사업의 결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NHN엔터를 게임회사라고 정의내리기는 애매하다. 게임은 이 회사가 펼치는 다양한 사업 중 하나일 뿐이다. 게임을 비롯해서 e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전자결제, 디지털 마케팅,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18년 4분기 NHN엔터의 매출은 3858억원인데 이중 게임부문 매출은 1151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707억원이 비게임부문 매출이다. 비게임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것이다. 특히 결제와 광고 사업 매출 1449억원, 커머스 매출 515억원을 기록했다. 결제, 광고, 커머스 등 e커머스 관련 부문의 매출이 2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점에서 NHN엔터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를 고르라면 이제 ‘한게임 맞고’가 아니라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꼽아야 할 듯 하다. NHN엔터 신사업의 핵심이 페이코이기 때문이다.

NHN엔터가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 거대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들과 경쟁이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이 서비스들은 자체 플랫폼에서만으로도 엄청난 고객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NHN엔터는 쉽게 고객기반을 만들 자체 플랫폼이 없었다. 외부 플랫폼과 제휴를 확산시키는 것이 페이코 성공의 열쇠였다. 파트너십 확산에 주력한 결과 11번가, 위메프, SSG.COM, 배달의민족 등 주요한 온라인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벅스, 고도몰, 티켓링크 등을 인수하고, 티몬에 투자하면서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거나 투자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구글플레이의 결제파트너로 등록되기도 했는데 구글이 외부 결제시스템과 제휴를 맺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제휴 전략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CU 편의점, 롯데리아, 현대백화점 등 다수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우군으로 확보했으며, 삼성페이와의 제휴로 마그네틱보안전송기술(MST)을 활용한 결제도 가능해졌다 .

그 결과 페이코 앱 다운로드는 2018년 9월 기준 900만건을 넘어섰고, 2018년 연간 거래액이 4조5000억원에 도달했다.

2019년 페이코는 간편결제를 넘어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카카오페이나 토스와 유사한 전략이다. 회사 측은 “세밀하게 타깃팅된 대출 서비스를 포함, 페이코 포인트를 활용한 일본 및 주요 동남아 국가의 해외결제는 물론 카드 추천과 보험 채널링, 해외송금까지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환경과 금융 플랫폼 서비스 변화에 NHN만의 장점을 살려 지속적인 사업 확장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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