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게임업계 성적표를 살펴보자
2017년을 놀래킨 게임이 ‘배틀그라운드’였다면 2018년은 ‘검은사막’이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3N’으로 통칭되는 게임계 대장주들의 지난해 실적이 아쉬운 상황에서, ‘검은사막’을 만든 펄어비스가 눈에 띄는 성적을 냈다.
14일 펄어비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043억원, 영업이익 1669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44.9%, 157.8% 증가한 수치로, ‘검은사막’ IP의 글로벌 확장과 플랫폼 다각화에 힘입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성장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글로벌 확장, 두번째는 플랫폼 다각화다. 펄어비스는 원래 한국과 북미 서비스만 해왔던 검은사막의 PC버전을 들고 태국, 동남아와 러시아에 직접 진출했다. 아울러 검은사막 모바일 버전을 만들어 한국과 대만에서 서비스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2월 국내 출시 후 양대 마켓에서 최고 매출 순위 1∙2위를 달성했다.
펄어비스는 오는 26일 검은사막 모바일의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다. 일본 시장에 검은사막 모바일이 안착하도록 준비하는 반면, 순차적으로 북미와 유럽 등의 지역에도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 다만, 일본 외 시장 확장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모바일로 플랫폼 확장을 했다면, 올해는 콘솔이다. 플랫폼 다각화 측면에서 올해 검은사막 엑스박스 버전이 나온다. 우선 북미 시장에서 3월 4일 공개된다.
펄어비스의 성공은 ‘검은사막’이라는 단일 IP에 힘입은 것이라, 후속 작품도 준비 중이다. 회사 측은 현재 PC 게임 부문에서 ‘프로젝트 K’, 모바일에서 ‘프로젝트 ‘V’를 준비 중이다. 펄어비스는 앞서 검은사막 개발과 제작에 자체 엔진을 이용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 역시 자체 엔진을 쓴다. 서비스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프로젝트 K는 모바일 게임으로 플랫폼 다각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다. 이 외에 펄어비스가 지난해 100% 자회사로 인수한 ‘이브 온라인’의 시시피 게임즈도 신작을 개발 중이다.
펄어비스 조석우 재무기획실장은 “‘검은사막’ IP의 성장과 국내외 매출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플랫폼 다각화와 혁신적인 차세대 게임 엔진 개발, 차기 신작 개발에 집중해 글로벌 게임 개발 회사로서 경쟁력을 더욱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행복했다면,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는 아쉬운 상황이다. 신작이 없거나, 혹은 거대 매출을 내는 ‘효자 IP’ 하나가 먹여 살리는 구조에서 해당 IP의 인기가 주춤할 경우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가장 크게 시장에 충격을 준 곳은 넷마블이다. 지난해 매출 2조213억원, 영업익 2417억원을 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6.6%가 줄었고 영업익은 52.6%가 빠졌다.사실상 지난해 시장을 주도한 게임을 내지 못한 것이 영업익 반토막이라는 충격적 결과를 가져왔다.
매출과 영업익이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해외 시장에서는 꾸준한 성과를 냈다. 4분기 매출 중 해외시장이 차지한 몫이 68%(3327억원)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과 ‘마블 퓨쳐파이트’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Kabam)’ ‘쿠키잼(Jam City)’ 등이 북미, 일본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냈다 연간 기준 해외매출은 2016년 7573억원, 2017년 1조3181억원에 이어 지난해 1조411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넷마블은 올 2분부터 신작을 공개하면서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이 실적을 발표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오는 3월말에 ‘요괴워치 메달워즈’ 를 일본에 선보이고, 2분기에는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국내) 와 ‘일곱개의 대죄’(일본), ‘A3:스틸얼라이브’ (국내), ‘세븐나이츠2’ (국내), ‘BTS월드’(글로벌)를 출시한다.
BTS월드의 경우 1분기 출시 계획이 2분기로 바뀌었는데, 게임을 준비하는 사이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올라간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이 더 걸렸고, 신곡 발표와 연계된 시기를 고려했다고 넷마블 측은 설명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해 출시 기대작 대부분이 1년 이상 지연되면서 2018년도 연간 실적에 영향이 매우 컸다”며 “출시 지연된 기대작들이 올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를 예정하고 있어 올해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니지가 먹여살린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2018년 연간 실적 결산 결과 매출 1조 7151억 원, 영업이익 6149억 원을 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5% 상승했으나,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 5% 감소했다.
리니지는 역시 잘했지만, 리니지M 후속작이 없었다. 따라서 시장의 눈은 엔씨소프트가 언제 리니지2M을 공개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이와 관련해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리니지2M을 포함해 신작 개발은 모두 마무리 단계로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다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며 출시 일정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단계라 현재로서는 상반기 출시라고 정확히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컨콜에서 엔씨소프트는 올해 신작(리니지2M) 출시로 추가 성장을 일으키는 동시에 기존 게임의 반등과 유지를 축으로 삼고 해외 매출 증가에 힘쓰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리니지M의 연내 해외 출시가 준비 중이다.
해외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북미/유럽 1283억 원, 일본 352억 원, 대만 367억 원이다. 로열티 매출은 2816억원이다. 제품별로는 모바일게임 9133억 원, 리니지 1497억 원, 리니지2639억 원, 아이온 634억 원, 블레이드 & 소울 1196억 원, 길드워2 802억원을 기록했다.
넥슨은 올해 최대 성과를 거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자회사 ‘네오플’이 서비스하는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성과를 제외하고 본다면, 썩 만족할만한 성적이 못 되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해 연매출 2조5296억원, 영업익 9806억원을 냈다. 각각 전년 대비 8%와 9%씩 오른 수치인데, 넥슨 창업이래 사상 최대다. 넥슨은 이같은 성과 이유를‘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등 주요 타이틀의 견고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바로 이 때문에 넥슨의 위기도 점쳐진다.
지역별 매출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이라는 단일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다른 전체 지역의 합보다 많다. 2017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넥슨은 중국에 메이플스토리나 카스온라인 등의 게임도 서비스하지만,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가 압도적 영향을 가진다. 중국 시장이 규제 리스크가 큰데다, 중국 시장에서도 계속해 매력적인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일 IP가 압도적 매출을 가져가는 구조가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물론, 넥슨은 계속해 신작 개발에 힘쓴다.대 표작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과 함께 언리얼 엔진4 기반으로 개발 중인 PC 온라인 3D 액션 RPG를 공개하는 등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넥슨(일본법인) 오웬 마호니 대표이사는 “2018년도 넥슨은 주요 타이틀이 선전한 한국과 중국은 물론 북미지역에서도 높은 성장을 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며 “앞으로 자사 IP 기반의 신규 콘텐츠에 투자를 지속하고 AI(인공지능), 가상세계 등 게임 개발과 플레이 경험 측면에서 혁신적이고, 유저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첨단 기술들을 도입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