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발자들은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아닌 현대적인 브라우저에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IE를 계속 사용한다면 새로운 앱을 사용할 수 없는 시나리오에 빠지는 것입니다.”

IE를 그만 사용하라는 이 경고, 누가 한 것일까? 흥미롭게도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크리스 잭슨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Experiences and Devices Group 소속)가 회사의 공식 블로그에 쓴 글이다.

IE를 세상에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IE를 죽여야한다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IE의 지원을 중단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년 전부터 IE를 발전시키지 않고 있다. IE가 가진 과거 기술의 유산을 더이상 안고갈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IE는1995년에 처음 세상에 등장한 웹브라우저다. 아무리 최신 버전이라도 20년 전 기술을 유산으로 상속받고 있다. 1995년의  웹 기술과 현재의 기술, 당시 웹 환경과 현재의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지만, IE는 과거를 쉽게 버리지 못했다. 기존 IE에 의존해 개발된 웹사이트나 웹 애플리케이션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도 많은 기업의 내부 웹애플리케이션이 IE에서만 구동된다. 과거의 IE 조상님들이 독자적으로 제공한 기술에 기반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웹사이트도 여전히 액티브엑스와 같은 마이크로소프트 IE에서만 구동되는 기술을 사용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이 유산을 안고는 최신 표준을 지원하는 가볍고 빠르며 단순한 웹브라우저를 만들 수 없다. 할머니에게 받은 자개장을 그대로 두고 모던 스타일의 신혼집 인테리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크리스 잭슨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

크리스 잭슨은 IE는 더이상 웹브라우저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그에 따르면 IE는 이제 브라우저가 아니라 ‘호환성 솔루션’이다. 그는 IE 대신 현대적인(modern) 브라우저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IE는 평상시에 정보의 바다를 탐험하는 용도가 아니라 현대적인 브라우저를 이용하다가 오래된 웹사이트나 웹애플리케이션을 만났을 때, 최신 웹표준을 무시한 구닥다리 서비스를 만났을 때, 그때나 IE를 열어달라는 것이다 .

아울러 크리스 잭슨의 이 글에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하나 있다. ‘엣지’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년 전 IE 발전을 중단시키면서 ‘엣지’라는 새로운 브라우저를 발표했다. 크리스 잭슨이 글에서 표현한 ‘현대적인 브라우저’가 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것이다.

그럼에도 크리스 잭슨은 “IE 대신 엣지를 쓰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엣지’라는 표현 대신 ‘현대적인 브라우저’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쓰고 있다. 왜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말 EdgeHTML을 크로미움 기반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dgeHTML은 엣지 브라우저에 들어있는 레이아웃 엔진이다. 크로미움은 구글의 크롬, 네이버의 웨일, 오페라 등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오픈소스 웹브라우저 프로젝트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독자 기술을 버리고 오픈소스 기술을 받아들이겠다고 항복선언을 했다.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웹브라우저 엔진 기술 차별화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 보인다.

엣지 웹브라우저의 점유율은 윈도10의 보급률 확대에도 불구하고 4%대의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게 버리고 싶어하는 IE의 점유율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E 대신 엣지를 미는 기간에 구글 크롬의 점유율만 올라갔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자적으로 브라우징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판단한듯 보인다. 차라리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브라우징 엔진을 함께 만들고, 사용자경험 단에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