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정말 혁신에 반대만 할까?
최근 인터넷에서 한 기사를 봤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면 됐지”..택시업계, 서비스 의지 無’
카카오카풀 도입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택시업계가 서비스 개선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다.
여론이 택시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이 기사의 이야기대로 낮은 서비스 품질 때문이다. 실제로 택시에 대한 불만은 온라인에 넘쳐난다. 최근에 렌터카 기반의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TADA)’가 인기를 끄는 것은 기존의 택시에 비해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사처럼 택시업계 내부에서 서비스 혁신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택시를 타다처럼 바꾸자는 시도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곳이 타고솔루션즈다.
타고솔루션즈는 택시운송가맹사업자다. 택시운송가맹사업자란 일종의 택시 프랜차이츠업체로, 택시법인이나 개인택시와 가맹계약을 맺고 브랜드 택시를 운영한다. 택시운송가맹사업자는 법적으로 승객에게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택시는 일반택시와 모범택시 정도의 차별성밖에 없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본의 MK택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타고솔루션즈는 지난 해 5월 설립된 회사로, 오광원 전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택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했다고 한다.
현재 ‘웨이고’라는 브랜드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데, ‘웨이고 블루’와 ‘웨이고 레이디’라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웨이고 블루는 승차거부 없는 택시다. 택시기사에게는 호출승인 전까지 승객의 목적지가 고지되지 않는다. 승차거부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또 별도의 기사교육을 통해 승객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말을 하지 않고, 차량내부의 청결과 승객의 편안함까지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웨이고 레이디는 여성전용 택시다. 여성기사가 운전을 하고, 여성만 탑승할 수 있다. 남성승객은 동승도 받지 않는다. 밤늦은 시각이나 취중에 여성 혼자 택시를 탈 때 많은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 시장을 파고든다.
지금까지 택시의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았던 것은 모든 승객이 뜨내기 손님이기 때문이다. 승객은 택시를 선택할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가장 먼저 오는 택시, 호출을 했을 때 가장 먼저 응답하는 택시를 타기 마련이었다. 이 때문에 택시업체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었다. 단골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을 향상할 필요가 없었고, 브랜드도 필요 없었다.
그러나 IT기술이 발전하면서 택시도 브랜드와 고객경험, 고객의 로열티 구축이 가능해졌다.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와 같은 브랜드 택시는 승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승객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의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다.
타고솔루션즈의 수익모델은 ‘부가 서비스’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가 서비스는 ‘즉시 배차’다. 승객이 급할 경우 근처의 택시를 무조건 배차시키는 방식이다. 즉시배차를 원하는 승객은 추가서비스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이 외에 반려동물과 함께 탈 수 있는 택시, 유아용 카시트를 탑재한 택시 등도 부가서비스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심부름’과 같은 것도 부가서비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퇴근하면서 택시를 호출할 때 “마트에 들러 ㅇㅇㅇ 좀 사서 와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택시’라는 서비스의 용도가 단순히 승객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시켜주는 것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타고솔루션즈는 스스로의 한계도 인지하고 있다. 최근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카카오T 모바일 앱에서 웨이고블루 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와도 제휴가 준비중이다. 타고솔루션즈의 자체 앱을 확신시킬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휴라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택시업계 내부에서 비판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택시업계가 볼 때는 타고솔루션즈 때문에 적전분열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타고솔루션즈 김순범 전략사업팀장은 “저희도 카카오카풀을 반대한다”면서도 “그러나 카카오카풀을 반대한다고 해서 택시업계 스스로의 발전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제휴를 맺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는 택시 탑승 문화를 혁신하기는 했지만, 이용자들이 느끼는 오프라인의 경험을 혁신하지 못했다. 카카오T 앱을 통해 편리하게 호출한 택시도 여전히 기존의 저품질 서비스를 제공했다. IT기업은 오프라인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시작한 타고솔루션즈는 오프라인 경험을 제어할 수 있다. 택시차량에서 냄새 안나도록 관리할 수 있고, 택시기사들이 승객에게 불괘감 주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강제할 수 있다. 타고솔루션즈의 경쟁력이다.
타고솔루션즈는 현재 서울시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가맹계약을 맺은 택시가 약 4600대 정도다. 서울시의 사업인가가 떨어지면 2~3월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