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 네이버는 왜 ‘뇌 없는 로봇’을 만드나

네이버에게 삼성이나 LG보다 로봇을 잘 만들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사실 아무 의미 없는 질문 같다. 네이버가 CES에서 선보인 로봇은 ‘저렴이’가 목표다. 통상 하드웨어 업체들은, 비싼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소비자에 팔아 이익을 낸다. 네이버는 프리미엄 하드웨어에 노림수가 있지 않다. 이들이 진짜 팔고 싶어 하는 것은 로봇에 공급할 가상의 뇌다. 뇌 없는 싼 로봇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제공하고, 그 로봇을 움직일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문제는, ‘뇌 없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구와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2013년 사내 연구 조직으로 시작한 ‘네이버랩스’는 2017년 분사하면서 보다 본격적으로 로봇과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포털과 검색’이란 네이버의 본업과 다른 딴짓으로 보이는데, 이 일이 성과를 냈다. 올해 처음으로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에 참여하면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진 기술  2가지를 공개한 것이다. 하나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 지도 플랫폼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7일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매년 ‘네이버가 왜 이런 걸 하지?’ 하는 일들을 해왔다”며 “그러나 나중에 보면 이것들을 잘 연결해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왔다”고 네이버의 새로운 도전을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어 “자회사가 많아지고 투자에 집중하면서 영업이익도 안 좋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안다)”면서도 “투자한 비용이 어딘가에 쓰이고, 최근 미국(시장)에서 여러 숫자들(매출)이 보이고 있어 그런 부분이 저희의 각종 디바이스와 연결이 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는 AI를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으로 정의한다. 공간과 환경을 이해하고, 사용자가 요구하기 전에 필요한 걸 먼저 제공하는 기술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2015년 네이버 기술자 대회인 ‘데뷰’에서 공개한 개념으로, 이때부터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AI에 투자한다는 ‘프로젝트 블루’를 가동했다.

그 결과 선보인 첫 세계 최초 기술은 ‘엑스디엠(eXtended Definition & Dimension Map Platform, 이하 xDM)’이다.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기계를 위한 위치 및 이동 기술 솔루션인데, 네이버랩스에서 연구하는 로봇과 AI 기반 HD 매핑, 측위, 내비게이션 기술과 고정밀 데이터를 통합했다. 쉽게 말해 실내에서 스마트폰용 길찾기 서비스나, 매핑 로봇을 활용한 고정밀 지도 자동 제작, 자동 업데이트 기술,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고정밀 HD 지도 등을 위한 기술이다.

xDM은, 그러니까 네이버가 말하는 ‘로봇의 뇌’다. 클라우드 플랫폼 형태로, 값싼 로봇이 xDM에 접속해 정보를 내려 받아 움직일 수 있게 했다.

xDM 구현을 위해 네이버가 만든 첫번째 로봇은 ‘M1’이다. GPS로는 제작이 불가능한 3차원 실내 지도를 제작하는 용도다. 탑재한 16개의 레이저로 주변을 스캔해 주요 지형을 3차원의 점(point)로 표시해 기본적인 지도를 만든다. 여기에 M1의 머리에 부착한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와이파이로 얻은 위치 정보 등을 클라우드에서 모두 수집, 보다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있게 했다.

네이버 측은 M1의 성능 테스트 장소로, ‘던전’이라고도 불리는 삼성동 코엑스를 잡았는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M1의 위치정보 정밀도 오차범위는 40cm인데, 와이파이의 경우 이 범위가 10m라는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진보한 기술이다.

M1이 만든 지도를 활용하면, 이용자는 별도 인프라가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주변 사진을 찍어서 자신이 있는 곳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길 안내를 하기 때문에 주변 상점에서는 AR 광고를 화면에 보낼 수 있어 광고 상품으로 쓸 수 있다. 역시, 네이버는 광고에 강하다.

어라운드G. 움직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가오나시를 연상시킨다. 실내를 돌아다니면서, 계속해 주변 사진을 찍어 지도의 최신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M1이 비교적 고가의 부품(레이저를 쏘는 라이다)를 탑재했다면, ‘어라운드G’라 이름 붙은 로봇은 보급형이다. M1이 비싼 장비를 갖고 수집한 정보로 만들어진 xDM 플랫폼에 접속해 움직인다. 비싼 장비는 안 달았지만, 클라우드에 접속해 빠르게 길을 학습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나온 로봇들보다 길 찾기와 장애물 회피가 빠르다. 그러니까, ‘뇌 없이’ 잘 다니는 로봇의 탄생이다.

네이버는 xDM을 이용해 이 시장의 플랫폼 강자가 되려 한다. 적극적으로 다른 업체와 협업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글로벌로는 히어나 포스퀘어와 손 잡았다. API와 SDK를 활용해 스마트폰용 AR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차, 서비스 로봇, ADAS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기술 설명을 맡은 석상옥 네이버랩스 헤드는 “네이버는 플랫폼이 제일 중요하다”며 “CES에 참석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글로벌 제휴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리더 역시 “개별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파트너를 만나고 플랫폼을 확대하는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세계 최초는 5G 기술을 도입한 로봇 팔 ‘앰비덱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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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이를 위해 퀄컴과 손을 잡고, 정밀 제어가 가능한 ‘5G 브레인리스 로봇 (brainless robot) 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5세대 이동통신의 초저지연 (low latency) 기술을 이용해, 로봇 자체의 고성능 프로세서 없이도 통신망에 연결해 정밀한 로봇 제어를 할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앞서 언급한 xDM 플랫폼을 실시간으로 로봇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하나가 동시에 여러 로봇을 제어하므로 전력 소모도 감소한다. 클라우드의 데이터 종합과 분석 능력에 5G 기술의 빠른 통신 속도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석상옥 헤드는 “5G 모뎀만 달면 되니까 작은 로봇도 대뇌를 쓸 수 있어 똑똑한 로봇이 많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기술을 앰비덱스에 처음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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