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위기감 팽배해진 네이버가 꺼낸 카드는 ‘동영상’

지난 2012년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사내 강연에서 한 “네이버(당시는 NHN)을 조기축구회 동호회쯤으로 알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는 발언이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였지만, 이 의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당시 네이버 경영진의 위기감을 표현한다. 2012년은 스마트 혁명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던 시점이었다. 네이버는 PC 인터넷 시장의 최강자였지만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대신 카카오가 모바일메신저 시장을 평정하고, 카카오스토리 등 커뮤니티 분야에서까지 가공할만한 위력을 보였었다. 아마도 이해진 의장은 모바일 혁명으로 네이버가 이대로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네이버는 이후 모바일 혁명에 잘 대처했다. 한국시장은 카카오에 내줬지만 재빠르게 일본에서 라인으로 자리잡았다. 오히려 모바일 혁명은 일본 대만 태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네이버 검색과 포털도 PC의 점유율을 모바일로 잘 전이시켰다. 이렇게 네이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건 잠깐일 수밖에 없다. 최근 네이버는 다시 2012년처럼 긴장감이 팽배해 보인다. 이대로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여전히 매출액은 크고 이익도 많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지금 네이버를 가장 초조하게 하는 건 유튜브다. 유튜브에 동영상 시장을 빼앗긴 것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최근 분위기는 검색과 같은 네이버의 핵심 비즈니스까지 유튜브는 분위기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해 12월 발표한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보면, 유튜브는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의 모든 세대에서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이었다.

네이버의 핵심 자산인 컨텐츠 창작자들이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한때 네이버 파워 블로거라는 명패가 온라인 상에서 큰 힘을 발휘했었는데, 이제는 유튜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시류에 잘 편승하는 정치인들이 블로그가 아닌 유튜브 채널 개설에 열심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요즘 애들은 검색도 유튜브에서 한대”라는 말이 더이상 신기한 현상이 아니다. 실제로 10~20대의 경우 정보를 습득하는 1순위 창구가 유튜브라고 한다.

이 현상을 그대로 둘 경우 네이버의 운명을 장담하기 힘들다. 네이버 스스로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는 31일 작년 4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한 대표는 “동영상 소비 과정에서 흐름이 끊이지 않고 연결되도록 네이버 서비스를 전면 개편해나갈 예정”이라며 “동영상 생산을 활성화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자사 동영상 서비스 ‘네이버TV’에 누구나 창작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는 허가된 창작자만 채널을 개설할 수 있었다.

또 네이버TV에서 유튜브처럼 콘텐츠 창작자들과 수익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300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하고 300 시간 이상 구독 시간을 확보한 채널을 대상으로 동영상 광고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유튜브로 몰려가는 창작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대책이다.

한 대표는 “올해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서 동영상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할 것”이라며 “메인화면과 검색 등 기존 네이버 서비스 내에서 최적화된 형태의 동영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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