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현장에서 일하는 분 상당수가 노인이라는 점이었다. 안내데스크에 앉아, 쉼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기업 손님들을 맞으며 활동적으로 일하는 그들을 보면서 CES 같은 전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31일까지 열리는 동대문 CES, 아니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전시회’에는 반대로 관객 중 노인이 많았다. 평일 낮 시간에 열리고, 긴 홍보가 없이 급히 준비된 행사라 그런지 전시장은 대체로 한산했다. 전철역 인근에서 무료로 열리는 전시라, IT쇼를 찾아왔다기 보다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발길을 들였을 것 같은 가족이나 친구 단위 손님이 더 많아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형 CES’가 열린다고 했을 때 또 세금을 저렇게 낭비하는구나 싶었다. CES가 화제가 되니까, 높은 분들 보기에 참 좋고 부러웠어서, 전시 했던 제품 몇 개 급히 가져다가 보여주는 식으로 열리는 전시행정일게 뻔하다 싶었던 것이다.

막상 가보니, 그래도 예상보다 괜찮았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CES의 한국 기업 부스의 축소판, 미니어처를 볼 수 있다. 실제 라스베이거스 전시 현장에서는 사람이 많아 모든 제품을 살펴보기 어렵고, 특정 체험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한다. 게다가 영어로 설명이 되는 경우가 많아 언어의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는 덜 복잡하고, 사람이 많지 않아 대체로 전시품 전부를 만져볼 수 있으며, 그 설명이 한국말로 이뤄진다. 대략 한두시간이면 한국 기업의 제품을 모두 둘러볼 수 있어, CES의 작은 리뷰 정도로 생각하며 볼 수 있겠다.

둘째, 참여 기업들이 큰 준비를 안 해도 됐어서 부담이 적었을 것 같다. 물론, 전시를 준비하는데 어떻게 비용과 시간이 안들었겠나. 다만, 준비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신기술을 대중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 같다. 한 참여 기업 관계자는 “CES가 끝나고 돌아와서 바로 연락을 받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시에 썼던 전시품과 팸플릿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며 “그래서 팸플릿도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을 했다.

 

2층에서 바라본 행사관 전경. 라스베이거스 CES에 나온 한국 부스들의 미니어처 모음 같다.

 

아쉬운 점도 있다. 올 CES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자율주행이나 스마트시티 기술 역시 동대문 DDP에서 관련 부스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LG전자의 경우, CES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롤러블 TV’를 행사 둘째날부터 철수시켜 볼 수 없었던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책을 결정하거나 입법하는 사람들이 전시를 보고 “역시 한국 기술이 최고다, IT 강국”이라는 오판을 할까 무섭기도 했다. 동대문 전시만 보고 여기 출품된 것들이 세계 최첨단 기술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쇼 자체를 좌지우지 했던 기술이나 철학 등을 이 전시를 통해 전부 알긴 어렵다. 우선, 외국계 기업은 일절 참여를 안 했으니까.

동대문 전시는 CES에 못 가본 시민에겐 유용하겠지만, 냉철하게 한국의 현재를 평가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그저 참고용일 뿐이어야 한다. 동대문 전시만 놓고 한국의 기술 상황을 판단하긴 매우 위험하다. CES에서 한국은, 몇 대기업을 빼면 주목받지 못하는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유념하자.

그래도, 사흘 다녀도 다 돌아볼 수 없던 전시를 한시간 반만 돌아봐도 충분히 볼 수 있게 한 건 좋았다. 미국에서 놓쳤던 전시 부스 중 동대문에서 발견한 곳을 여기 소개한다. 일명, 라스베이거스에서 못 봤던 제품, 또는 기술들이다.

 

♦ 추락사고자 생명보호, 셰이프웨어

안전조끼 주머니에 센서를 달아 추락을 감지, 에어백을 터트려 생명을 구한다. 그와 동시에 119에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확보한다.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인데,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장이 무지막지하게 크고, 또 큰 회사들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져 있어 보지 못하고 지나갔었다. 이래서, 동대문 CES 같은 자그마한 행사가 중요한 거다.

셰이프웨어의 조끼는 현재 주문을 받아 제작한다. 최근에는 한전에 공급되기도 했다. 제품 양산도 준비 중인데 올 여름경에는 판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빨간 네모칸 안에 그려진 조끼가 현재 주문 제작 되어 현장에 공급되고 있는 제품이다.

 

아래 사진은 이 회사가 만드는 또 한 가지 제품은 구조용 드론이다.

 

최고 30kg 무게까지 들 수 있다. 사람을 직접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고, 구명 조끼를 조난자에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 재활 치료를 돕는 보행 보조 로봇

분명 봤을 텐데,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화려한 TV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았던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보행 보조 로봇. 아예 못 걷는 사람이아니라, 다리 근력이 부족해 재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 우선은 치료용이지만 나중에는 운동선수 등 근력 운동을 해야 하는 이들이 쓸 수도 있게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Gait Enhancing & Motivating System)’

 

♦ 휴대폰 보호 케이스를 앞에다 끼면 3D로 ‘스냅 3D’

평소에는 휴대폰 보호를 위해 뒷면에 끼우고 다니던 케이스를, 3D 콘텐츠를 볼 때는 앞면으로 바꿔 끼우면 된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3D 사진을 찍어 바로 볼 수 있다. 렌티큘러 렌즈를 탑재해 양쪽 눈데 교차로 영상을 쏴주는 방식으로 3D를 구현한다.

어느정도 3D 콘텐츠가 편안하게 재생되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눈의 피로가 있는 것 같다. 물론, 휴대폰 케이스를 활용한 아이디어 자체는 좋다. 우선은 재미삼아 써볼만한 제품이다.

 

스냅 3D

 

♦ 누워서 창문 닫는, 카본 디자인

카본 디자인의 자동창호장치시스템

 

사진의 빨간 네모 안을 보면, 조그만 제품이 창틀에 부착되어 있다. 휴대폰이나 리모컨을 통해 저 제품을 작동시키면, 알아서 창문을 여닫는다. 침대에 누웠다가 창문을 닫으려고 다시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미세먼지를 판단, 공기 오염 농도가 높으면 저절로 문을 닫는다거나, 외부 침입이 감지됐을 경우 알람을 울리고 창문을 닫아 침입을 차단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 오토바이용 헬멧 골전도 스피커, 어헤드

헬멧에 붙여 쓰는 스피커다. 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골전도 방식을 택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그렇지만 저 스피커가 음성으로 내비게이션 안내를 해주고, 또 전화도 받게 해준다면 편할 것 같은 것도 사실이다.

 

빨간 네모칸 안에 들어 있는 제품이 어헤드다. 현재 판매 중이며, 헬멧에 붙여 쓴다.

 

♦ 휴대용 기기로 가상체험 극대화, 로랩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로랩스’ 팀도 재미있는 제품을 들고 나왔다. 우선 사진을 보자.

 

로랩스가 개발한 몰입형 실감 구현 개인용 디바이스.

 

왼쪽에 있는 모형의 움직임 그대로 오른쪽 의자도 따라 움직인다. 이 모형 자동차를 흔들거나, 핸들을 꺾어 방향을 틀면 의자 역시 그렇게 된다. 가상 체험을 더 현실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인데, 이 모형을 헬리콥터나 그 외 다른 어떤 장치로 바꿔도 똑같이 작동한다. 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로랩스 팀은 이 로봇을 IT기반 휴대용 기기의 가상공간 콘텐츠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몰입형 실감 구현 개인용 디바이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들었다고 한다. 기존에 나온 유사한 서비스들이 가진 탑승시 안정성 문제나 비대칭 자세의 응력 집중 문제, 실시간 제어 등의 한계를 푸는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 SK텔레콤 홀로박스의 ‘레드벨벳 메들리’

아이돌 좋아하는 이들은, 이 홀로박스가 매우 매력적일 것 같다. 홀로박스 안 캐릭터가 레드벨벳의 안무를 그대로 재현한다.

SK텔레콤 측 설명에 따르면, 이 홀로박스는 자체 인공지능인 ‘누구’를 탑재, 아바타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가상 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위해 키넥트 기반 ‘바디 콘트롤’ 기술, 감정에 따라 실시간 표정을 생성하는 기술, 음성에 따른 실시간 립싱크 기술 등이 적용됐다. 이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고,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스피커가 들어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