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부가통신사업의 현황 파악을 위해 실태조사를 할 수 있고,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은 구체적 시행령을 마련하는 단계로, 실제 법 시행은 2021년 시작한다.

부가통신사업이란,  통신망을 이용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말한다대부분의 인터넷 사업자가 여기 들어간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 역시 부가통신사업자에 속한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개정안 통과를 두고 “또 하나의 규제가 생겼다”고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7일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법 개정안에 우려하는 입장을 피력하고자 마련됐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과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정미나 코리아스타트포럼 정책팀장,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제도혁신과 과장, 이상용 4차산혁명위원회 위원(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4차 사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왼쪽부터) 정미나 코리아스타트포럼 정책팀장,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제도혁신과 과장, 이상용 4차산혁명위원회 위원(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정안 통과로 스타트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사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환경에서 사 내용에 대한 자료 제출 의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경쟁이 치열한 창업 시장에서 이같은 정보 공개가 자칫 기업의 비밀이 새어나가는 계기가 되어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이해관계가 부딪힐 때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가 기업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사업자들에게는 국내 사업자와 같은 의무를 지우기 어려워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는 규제편의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발제를 맡은 김현경 교수는 해당 법안이 경쟁상황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적용돼 스타트업에 불필요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실태조사의 시행내용, 범위 등을 대통령령을 통해 합리화하는 방안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가 실태조사가 경쟁상황평가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데는 이유가 있다.

경쟁상황평가는 독점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통신사를 상대로 개입하는 사전적 경쟁규제다. 국회는 이 평가를 부가통신사업자에 적용하도록 법안을 개정하려다, 누구나 부가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과 해외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는 같은 잣대를 대기 어렵다는 역차별에 대한 비난 때문에 이를 거둬들였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실태조사가 경쟁상황평가의 대안으로 다뤄졌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부가통신서비스의 경우 국가가 조성한 독점에 의해 형성된 공공서비스가 아니며, 통신망 구축 등 투자비용 회수의 문제가 없고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가통신사업처럼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시장에서 실태조사는 기업에 부담만 지울 수 있다”며 “특정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이는 기술혁신에 의한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고 다른 파괴적 혁신에 의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정욱  센터장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들이 기업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왔다는 점을 개정안에 대한 비판 근거로 삼았다. 만약 개정안이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될 경우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을 크게 위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임 센터장은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지 12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유튜브 부문의 매출과 수익성 여부를 철저히 감추고 있다”며 “비공개기업인 스타트업들은 투자유치 내용이나 고객숫자, 매출, 이익 등 경쟁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데 있어 극히 조심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숨기고 싶어하는 정보를 규제편의주의를 위해 억지로 공개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토론자인 김민호 교수는 실태조사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규제의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애초부터 규제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실태조사로 기업의 현황을 파악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가 드러나 있지 않아 기업에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입법 과정에 밝힌 것처럼 경쟁상황 평가를 대체하는 목적으로 실태조사가 도입됐다면, 개정안의 정당성이 더더욱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법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포털사업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문제도 언급했다. 김민호 교수는 “부가통신사업자 중 경쟁상황 을 없앨 정도의 사업자가 존재하는지, 이런 우려를 의원들이 왜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포털 역시 정부가 실시간으로 경쟁사항에 대한 조사를 할 정도로 독점 시장 폐해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공정위가 제재해서 해결될 문제인데 굳이 사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시행령 마련에 있어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실태조사 악용을 막기 위해 조사원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거나 기업에 겁주기 용도로 조사를 악용할 때 처벌할 근거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자료제출이나 현장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규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세정 교수는 규제 포획의 문제를 말했다. 규제 포획이란, 시장 참여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면서 근본 시장 문제는 해결 못하고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최 교수는 “산업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규제가 만들어지다보니 혁신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기술 발전을 통해 얻을 편익을 빼앗기는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문제를 설명했다.

기업의 입장에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미나 정책팀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스타트업들은 정부에 자료 제출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가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논의과정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언급했다.

정 팀장은 “실질적으로 자료 제출의 목적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타트업은 현장에서 담당 공무원과 위법 여부를 놓고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실태조사가 압박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방어적 태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태조사가 적용되는 스타트업의 규모가 어디부터인지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충남대 로스쿨 이상용 교수는 정부의 잘못된 인센티브 제도가 현장 공무원을 보수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무원 조직에) 매우 우수한 인재가 모여 있음에도 그 머리를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일을 잘 하면 상을 주는 방식으로 인센티브가 가야지, 지금처럼 잘못하면 벌 주는 방식으로는 효율성을 일깨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로 토론자로 나선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지난해 말 기준, 부가통신사업자가 1만6000곳이 넘기 때문에 모두 행정적으로 조사할 엄두도 못낸다”며 “시행령에 있어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실태조사 범위가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스타트업이 들어갈 확률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