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한남동 수제버거 맛집 앞의 오토바이 행렬
얼마전 지인이 서울 한남동에 수제 햄버거 가게를 냈다고,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가봤다. (지인 찬스 간접광고를 하자면 가게 이름은 비스티버거다. 저렴하고 맛있다. 강추)
지인의 가게는 테이블이 4개 정도에 불과한 작은 가게였다.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손님이 20명 이하라는 의미다. 이 지인은 평범한 직장인 출신인데, 7000원짜리 수제버거 팔면서 핫플레이스 한남동에 큰 매장으로 창업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장사가 잘된다고 해도 건물주느님(?)만 좋은 일 시키는 일이 될테니.
그런데 이 가게에는 8명의 직원이 일한다고 한다. 테이블 4개짜리 햄버거 가게에 직원이 8명이나? 심지어 4명은 4대 보험이 가입된 정직원이며,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도 시간당 1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도대체 테이블 4개짜리 가게에서 햄버거를 얼마나 팔아야 이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수제버거와 감자튀김에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면서 점차 궁금증이 풀렸다. 매장 바깥에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기 때문이다.
배달앱 오토바이들이었다. 민트색의 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스), 파란색의 요기요(푸드플라이) 오토바이가 줄을 지어 있었다. 셔틀이라는 내게는 다소 낯선 배달 오토바이도 있었다.
이 가게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100% 수제버거이기 때문에 조리에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배달원들은 차례를 기다린 후 음식을 받아 주문자에게 달려갔다.
테이블 4개짜리 매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수제버거를 팔면서 8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비결이 저기에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광경이었다.
비스티버거는 동네 배달음식점이 아니다. 한남동이나 이태원의 힙스터들이 즐겨찾는 핫플레이스다. 근처 용산에 있는 미군이 ‘고향의 맛’을 느끼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전통적인 배달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매장에서 수용하는 고객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매장을 넓히면 월세라는 고정비가 더 급격하게 늘어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스티버거는 ‘배달’을 주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핵심 무기는 ‘배달앱’이다. 배달은 고정비를 최소화 하면서 수익을 키울 수 있다. 창업자가 IT분야 출신이기 때문에 능숙하게 이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스티버거 같은 음식점이 배달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은 짜장면, 치킨, 중국집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수제버거는 데이트 할 때나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이들과는 경쟁관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배달앱으로 인해 한남동 일대에서는 짜장면과 수제버거가 경쟁관계에 들어섰다.
이런 점에서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IT 발전은 어쩌면 고통이다.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앱 광고 서비스 운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상공인의 47.9%가 그 이유로 ‘업체가 과당경쟁 유발’을 들었다. 북경반점과 비스티버거가 배달 시장에서 맞붙게 된다.
그러나 배달앱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비스티버거처럼 고정비를 최소화하면서 매출을 최대화할 수도 있다. 비스티버거를 운영하는 지인은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 셔틀에 이어 우버이츠에 들어가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배달앱은 소상공인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가 아니라 전략을 실행시키는 비즈니스 툴이기 때문이다. 한남동에서 1호점에 성공한 비스티버거는 2호점을 낼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