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큰 돈 들여 CES까지 가는 목적을 말하라고 한다면, 올 한해 어떤 새로운 기술이 산업과 생활을 바꾸어놓을지 미리 가늠하기 위해서다.  주요 IT 기업들이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갖는지 알면,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 조금은 예상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출현이 나같은 문과생의 삶도 바꿔놓지 않았던가.

변화의 흐름을 짚는 것 외에도, 아이디어를 담은 제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시관을 돌면서, 발길을 묶었던 제품을 몇 소개한다. 지난해 CES에서도 관심 있게 봤었는데 올해 조금 더 진보해서 나온 것도 있고, 아예 처음 본 것도 있다. 철저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했다.

♦ 새로운 놈, 돌돌 말아다닐 수 있는 고무 건반 모프

돌돌 말아다닐 수 있는 고무건반 ‘모프(morph)’는 그간 LCD나 OLED 터치 스크린에 익숙한 사용자경험을 고무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재미있다. 모프를 만든 회사 센슬은 홈페이지에 “터치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물결을 만드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 우선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고무판 아래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했기 때문에, 장갑을 낀 손이나 손톱, 심지어 브러시까지 인식한다.

진짜 그냥 고무다. 저 안에 압력 감지 센서가 들어 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이런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고 한다.

 

고무라 가볍고 키보드나 건반, 드럼처럼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 현재 판매중이다. 가격은 270달러(약 32만원)이며 건반-드럼-일렉의 세 패드를 함께 제공한다. 지름신이 들어 당장 현장에서 살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구매하라는 답이 돌아와 흥분이 가라앉았다.

서울 가면, 사게 될까?

 

♦ 새로운 놈, 반지갑처럼 접히는 스마트폰 플렉시파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로열’이 만든 플렉시파이는 올해 CES에서 가장 많이 보도된 제품이기도 하다. 폴더블폰의 세계 최초를 노리던 삼성전자보다 먼저 제품 발표를 해서 관심을 얻었었다. 삼성전자는 안으로 접히는 폴더블폰을 만들고 있는 것에 비해 로열은 디스플레이가 밖으로 노출되는 방식으로 접어 쓰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다르다.

디스플레이가 밖으로 휘어지면, 따로 스마트폰을 열지 않아도 바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편하다. 단, 이 경우엔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지갑 형태 커버를 괜히 씌우는게 아니다. 화면이 긁히거나 깨질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자는 것인데, 플렉시파이는 겉으로 드러난 양면이 모두 디스플레이라 당연히 더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로열은 플렉시파이가 20만번 구부렸다 펴도 손상이 없고, 디스플레이가 긁힘이나 깨짐으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한다(근거는 잘 모르겠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열어보는게 스마트폰이라 계산해봤다. 1년 365일동안 하루 500번 이상 구부려도 괜찮은 수치다. 그러나, 디스플레이가 이런 괴롭힘(?)을 견뎌낸다 해도, 스크린 뒷편의 배터리를 이어주는 힌지 부분의 내구성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옆에서 테스트하던 지인의 플렉시파이가 힌지 부분이 약간 파열되 있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보다 약한 힌지랄까.

사실, 디스플레이는 휘든 접든 어떤 방식으로든 쓸 수 있을 만큼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접기 힘든 것은 배터리를 비롯한 다른 부품들 때문인데, 로열은 뒷면 부품을 분리 시키고 그 둘을 힌지로 잇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피해갔다.

 

♦ 어디선가 봤던 놈, 이팔레트의 후손들

지난해 토요타가 맞춤형 주문생산 전달 차량 이팔레트를 선보여 화제가 됐었는데, 올해는 이팔레트와 비슷하면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자율주행차들이 여럿 선보였다. 토요타 부품 공급사 토요타보쇼쿠는 차 안에서 엔터테인먼트나 스트레칭, 업무 등을 할 수 있도록 각자의 목적에 따라 인테리어를 달리해 쓸 수 있는 실내환경을 선보였다.

토요타 보쇼쿠가 선보인 자율주행차 실내 환경. 위 사진은 엔터테인먼트 모드다. 업무 모드의 경우 일을 할 수 있도록 책상이 들어간다고 한다.

기아차도‘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 R.E.A.D. 시스템)을 테마로 전시했다. 국내 차량 부스 중엔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인 것처럼 보였다. 탑승자의 생체 신호를 인식해서 시각, 청각, 후각을 포함한 감각 요소를 제어할 수 있도록 기능을 지원한다. 예컨대 디스플레이에 붙어 있는 카메라가 내 얼굴 표정을 분석해 그에 맞는 영상과 음악, 향기를 내보내는 식이다.

또, 차량 안에서 화면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 필요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언맨이 영화에서 자비스를 작동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아직 자비스만큼 매끄러워 보이진 않는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기능을 고르는 것은 좋은데, 아직 정확도는 떨어지는 모습이다. 윗편에 붙어 있는 스크린을 통해서는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 나아진 놈, 오므론의 탁구 로봇

우선, 지난해 오므론의 탁구 영상부터 소개한다.

지난해 CES에서, 로봇이 탁구를 친다고 조금 놀랐는데, 영상을 잘 보면 그때만 해도 사람이 기계가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한 방향으로만 서브를 넣는 걸 알 수 있다. 일년이 지나서 이 로봇도 성장했다.

원래는 소리도 녹음이 됐는데, 해설을 잘못한 관계로 들어냈다. 

 

동작 속도도 빨라졌고, 양방향 서브를 모두 받아친다. 심지어 조금만 더 하면 사람을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CES의 특징은 동작성이 향상된 로봇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 나아진 놈, 로보티즈와 로봇 친구들

현장에서 보고선 귀엽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내가 쓴 기사에서 똑같은 로봇을 발견하곤 쓸모 없는 기억력에 소오름 돋았다. 귀여운건 비슷하지만, 운동능력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7개의 관절을 이용해 부드럽게 움직이는데, 춤추는 동작이 제법 자연스럽다. 각기는 물론, 웨이브도 된다.  50만원 선에 판매되는데 태블릿으로 연동해 동작을 명령할 수 있다. 앉았다 일어서기는 물론, 팔굽혀펴기도 시킬 수 있다.

실수로 넘어져도 자기가 알아서 일어난다. 집에 하나 들여놓으면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유비테크의 알파미니는 귀여움으로 심장을 때린다. 얘가 윙크하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 우리 집으로 가자” 라고 할 뻔 했는데 아직 중국어 밖에 못한다. 나는 한국어 밖에 못한다. 다행히 또 한 번 지름신을 막았다. 유비테크는 알파 미니에 연내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귀여운게 최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