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의 딜레마를 극복해 낸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전 세계 상장사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16년 만이라고 한다. 역사상 특정 기업이 시대를 지배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한번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지위에 올랐다가 쇠퇴한 기업이 다시 그 영광을 차지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 1위 등극 소식은 남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추이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전통적인 IT업체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혁명기에 위기를 맞았었다. PC를 기반으로 세계를 제패했는데, IT산업의 중심축이 모바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윈도모바일, 윈도폰 등으로 모바일 OS 시장에 대응했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대로 쇠퇴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2014년 2월 4일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날은 사티아 나델라 CEO가 부임한 날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부활한 것은 나델라 회장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나델라 회장의 취임일성은 “클라우드 퍼스트”였다.

이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전략은 클라우드에 맞춰졌다. 이는 이 회사에 엄청나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윈도우 퍼스트’였다. 윈도우 생태계를 어떻게 확산시켜나갈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이자 KPI(핵심성과지표)였다. PC 시장은 이미 윈도우가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PC 시장의 지배력을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확산하려 했었다.

그러나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윈도우보다 클라우드가 먼저였다. 사티아 나델라가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외친 것이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윈도우는 더이상 마이크로소프트에 가장 중요한 제품이 아니었다. 윈도우든 리눅스든 클라우드 시장 개척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윈도우 애저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바뀌었고, 조직도에서도 윈도우라는 이름의 부서가 사라졌다.

이는 서버 시장에서 윈도우 운영체제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징과 같은 윈도우가 더이상 세계를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혁신가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이다. 혁신가의 딜레마란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진 거대 기업이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후발 기업의 기술에 시장 지배력을 잠식당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미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은 기존의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의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다. 시장의 지배자가 기존 고객의 요구에 응대하는 동안, 새롭고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해 새로운 요구를 창출하고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린다. 노키아와 같은 기업이 이 딜레마에 빠져 무너졌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져 무너지지 않았다. 기존의 킬러 제품인 윈도우에 발이 묶이지 않았다. 서버 시장에서 윈도우의 점유율을 잃는 것을 감수하고 클라우드에 도전했고, 이는 회사의 부활을 이끌었다.

이는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어냈다. 윈도우 중심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 생태계의 일부만을 우군으로 만들수 있었지만 이제는 윈도우 개발자뿐 아니라 오픈소스 개발자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우군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에서 구동되는 인스턴스의 절반 이상이 리눅스 기반일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에서 모든 개발자를 끌어안기 위해 오픈소스에 대한 구애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전임 회장은 “암덩어리”라고 비난했던 오픈소스를 현 회장은 “사랑한다”고 외쳤다. 오픈소스 소스코드 저장소 서비스인 깃허브를 인수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의 4분의 1에 달한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아직 AWS에 못미치는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점유율을 조금씩 확대해 가고 있다. PC 운영체제와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점유율이 여전히 견고한 가운데,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면서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AP통신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많은 규제에 직면해 있지도 않고, 넷플릭스처럼 감소하는 구독자 확보에 목매지도 않으며, 여전히 온라인 쇼핑에 더 많이 의존하는 아마존과 다르다”고 말했다.

클라우드에 대한 도전이 실패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아마 마이크로소프트가 혁신가의 딜레마에서 벗어난 사례는 경영학 교과서에 실려도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sm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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