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P2P 금융 시장을 이끌었던 렌딧, 8퍼센트, 팝펀딩 등이 디지털금융협의회라는 조직을 인터넷기업협회 산하에 만들었다. 이들은 그에 앞서 ‘한국P2P금융협회’를 탈퇴했다. 한국P2P금융협회는 50여개의 회원사가 있는 최대규모의 관련협회다.

모름지기 협회란 규모가 커야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법이다. 그래야 관계기관과 이야기할 때 말발이 먹힌다. 그런데 이 시장을 개척한 리딩 기업들이 최대 규모의 협회를 떠나 새로운 이익단체를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이는 최근 불거지는 P2P 금융업계에 울리는 위험신호와 관련이 깊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19일 P2P 연계대부업자 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점검결과 업계의 신뢰도를 추락시킬만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가짜 건축 프로젝트로 투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많았다. 맹지를 부동산 사업을 위한 사업장으로 속이거나 가짜 골드바를 대출담보로 삼기도 했다. 직원이나 친구를 허위 차주로 내세우거나, 보유하지도 않은 담보권 또는 사업허가권을 보유한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당초 약속한 투자처에 대출하지 않고 대주주나 관계자 사업자금에 유용하거나 타대출 돌려막기, 심지어 주식이나 가상통화 투자에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심지어 상위 업체 중 일부도 연체 돌려막기를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의 수익률 보존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폰지 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이 실태조사 이후 20여개 업체를 수사의뢰했다.

물론 모든 P2P금융 업체가 이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이 시장에는 사기꾼과 혁신가가 혼재돼 있다. 겉으로 볼 때는 똑같은 P2P금융업체지만 기술로 금융을 혁신하고자 하는 정상적인 핀테크 기업과 투자자를 잔뜩 모아 한탕하려는 사기꾼이 섞여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을 흐리는 법이다. 미꾸라지를 잡던가 그렇지 않다면 그 우물에서 나오는 것이 깨끗함을 유지하는 길이다.

렌딧, 8퍼센트, 팝펀딩 등이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설립한 것은 이 혼재된 시장에서 옥석을 구분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일부 사기꾼들의 행위가 P2P금융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지 가이드라인을 주는 셈이다. 즉 디지털금융협의회에 ‘옥’만 모아놓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디지털금융협의회는 자율규제안을 만들었고, 이에 동의하는 업체만 회원사로 받는다. (협의회가 출범한 이후 펀다가 회원사로 들어왔다.)

자율규제안의 핵심은 자산 신탁이다. 대출 채권을 신탁해 P2P금융사가 어려워져도 투자자의 자산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고, 투자자 예치금과 대출자 상환금을 분리 보관해  P2P금융사의 자금유용 가능성을 낮추자는 제안이다.


또 P2P금융사의 대출 자산 중 건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자는 자율규제안도 포함됐다. 현재 국내 P2P대출의 60% 이상이 PF에 투입된다. 그러나 PF는 대출 규모가 커서 부도가 날 경우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소액의 개인신용대출이 중심일 경우 일부 채무자가 부도를 내도 전체 포트폴리오 투자자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PF 중심의 P2P 금융은 건축 프로젝트가 한두 개만 부도를 내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거나 투자자의 원금을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외에 회원사 외부 감사 기준 강화, 회원사 투자 약관 가이드라인 제정 등도 자율규제안에 들어갔다.

디지털금융협의회 회장을 맡은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P2P금융이 우리 사회를 혁신하는 방법’ 세미나에서 “준비위가 내놓은 자율규제안의 핵심은 고객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을 의무화하고, P2P금융사가 취급하는 위험 대출 자산의 비율 설정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투자자 보호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산업이 성장하면서 순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수신이나 사기 업체의 등장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었는데, 2018년에 일부 현실이 된 것 같다”며, “지금은 이렇게 새로운 하나의 산업이 성장하는 성장통의 시기로, 업계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법제화를 빠르게 진행해 순기능을 더욱 키워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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