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점검] 카풀 논쟁, 어디까지 왔나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카풀반대 비상대책위원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하 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카카오의 불법 카풀 서비스 중단 없이 사회적 대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택시 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이다. 줄다리기의 맹점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으로 완전히 딸려가야 끝난다는 점이다. 2017년 6월,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공개하면서 벌어진 싸움은, 카카오모빌리티로 선수가 바뀌어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카풀이란,  ‘개인 자가용으로 승차 공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등이 성장했다. 국내서는 풀러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카풀(럭시 인수) 등이 있다. 국내서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진출이 택시 업계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논쟁의 초점이 됐다.

그 사이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카풀로 생존권 위협을 우려한 한 택시 기사가 분신을 했고, 택시 기사들의  대대적 카풀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이미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산업이 혁신을 맞이하고, 자율주행차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이대로 머물 수는 없다는 의견도 대중적 힘을 얻고 있다.

새 모빌리티 서비스가 도입된 나라에서는 대부분 저항이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서 카풀에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2012년 ‘디디추싱’이 서비스를 시작, 2016년 합법화됐다. 대신 운전자에 관한 사전허가, 책임 등 요건을 부여했으며 기존 택시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미국에서는 원조 카풀 서비스인 ‘우버’가 2010년 나왔고, 2014년 10월에 합법화됐다. 다만, 미국의 경우 주마다 제도에 차이가 있고 면허 등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지금까지 택시업계와 카풀 스타트업 간 갈등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중간 점검을 해본다.

 

■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규제

카풀과 관련한 규제 조항 모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카풀 서비스 불법 여부는 현재 여객운수법의 세 조항에 근거, 논쟁이 되고 있다.

① 가장 첨예한 부분은 81조에 해당하는 ‘출퇴근 시간 허용’에 대한 해석이다. 현행법상 카풀(자가용 유상운송) 허용 범위는 ‘출퇴근 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구간에서 카풀 업계와 택시 업계의 해석이 팽팽하게 부딪힌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출퇴근 시간의 구체적 시간이나 횟수 등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최근 달라진 업무 트렌드에 맞게 출퇴근 시간에 대한 규정을 느슨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택시업체는 카풀업체의 주장은 불법이며, 택시 업계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② 두 번째는 자가용자동차 노선운행 금지와 관련된 것으로, 여객운수법의 82조에 해당한다. 개인이 소유한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해도, 고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노선을 정해 운행하거나 알선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 시간에 맞춰 카풀을 해도, 노선을 정해 고객을 유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③ 여객운수법 34조,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는 그 자동차를 유상(有償)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논란이 된다. 쏘카처럼 렌트카를 이용한 카풀은 금지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와 전현희 의원이 22일 고 최우기 님의 분향소에서 조문 후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 택시 업계의 분노, 그 근본적 이유는?

흔히 ‘택시업계’라 부르지만,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입장도 다르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묶이는 키워드가 있다면 ‘생존권 위협’이다.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가 경쟁력을 잃고, 안그래도 고강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기사들이 더더욱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이들 역시 시대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임승운 전국택시노조연맹 정책본부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택시업계도 사회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화 테이블에 나서기 앞서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안건을 내달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정부가 ‘카풀앱 선 금지’를 수용하라고 주장한다. 택시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실제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나서서 생존권을 보장해야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는 압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택시 업계는 카풀을 계기로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를 터트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법은 근본적 반대를 위한 구실일 뿐, 진짜 분노는 택시업계가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데서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업계의 카풀 반대 문제를 ‘완전 월급제’도입으로 풀 수 있다고 본다. 택시 기사들의 반발이 불공정한 처우에 있다면, 현재 사납금 중심의 급여 체계를 고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완전월급제는 택시회사가 운행 수입을 모은 후 월급으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택시기사 처우개선을 위해 사납금 중심의 급여 체계를 고쳐야 한다”며 “국민의 정부 시절 완전 월급제를 도입하고 사납금을 폐지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법인 택시 회사가 사납금을 편법 이용하고 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울의 경우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제한, 그 이상 택시를 운행해 번 돈에 대해서는 사납금(서울 평균 13만5000원)을 제외한 수익만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150만원의 고정급 외에 사납금을 제외한 수당을 월급으로 받는데 그 평균이 215만원에 불과하다. 하루 12시간 노동을 가정하면, 최저임금이 안 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택시 업계는 “완전 월급제는 아주 예전부터 실행하겠다고 정부가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것, 단순히 지금 문제를 덮기 위한 미봉책으로 언급되는 것, 완전 월급제를 위한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지 대책이 없다” 등을 이유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판했다.

 

택시 업계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 참석을 위한 선조건으로 카풀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카풀 서비스 반대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최근 입장

택시업계

일명 ‘4단체’라고 불리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도 각자 조금씩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개인 택시, 법인택시가 입장이 조금 다를 수 있고, 회사와 기사 개인의 입장도 그렇다.

이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입장을 밝히는 곳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전택련)다. 전택력은 ‘제도권 자가용 택시 중심 공유경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안은 한마디로 ‘택시 카풀’만 허용하자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합승’의 부활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일반 승용차가 아니라 택시에만 제한적으로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기존 택시 서비스에 카풀 장점을 더해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일어나는 피크 시간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한편, 최근엔 카풀 비대위 차원에서 대타협기구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참여 전제로 ‘카풀앱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26일 발표된 카풀 비대위의 성명에서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택시업계 참여는 카카오의 불법 카풀서비스 중단이 전제되어야 하며택시업계의 참여여부는 국토교통부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ㅈ장을 담았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재개와 관련, 모든 현안은 정부, 국회, 업계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 중이다. 아울러 대타협기구로부터 참석 요청을 받아, 출범 간담회에 참석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택시업계의 희망대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을 쉽게 접을 수 있을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모빌리티 사업은 카카오의 핵심 축이며, 그로벌 공유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내 총행량 중 나홀로 차량이 80%가 넘는데 이러한 분들이 차를 나눠타게 되면 맣은 가치가 창출되고 공유하게 될 것”이라며 “모빌리티 서비스가 이동만이 아니라 공유경제, 공유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전할 수 있다면 더 큰 편리함이 다양한 곳에서 시도되고 만들어질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방송에서 택시에 우버 시스템을 도입하는 ‘택시의 우버화’를 제안했다. 택시 고도화의 일환으로, IT 기술을 이용해 차량을 호출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일반 승용차가 아닌 택시에 도입하자는 이야기다. 우버처럼 예약, 결제, 부가서비스 등을 IT로 받게 해 택시의 서비스 질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이다. 아울러, 우버 시스템 도입을 위한 택시 업계 고질적 문제 해결도 제안했다.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 도입이다. 한편, 택시업계에서 완전월급제를 위한 재원마련 비판이 있다. 김 장관은 우버 시스템 도입을 통해 택시 운행률을 높이면 수입이 늘어나 해당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안과 관련해, 카풀 비대위는 성명에서 “ ICT 기술을 통한 택시이용 편의성 확대는 업계가 시행하고 싶어도 오히려 주무부처가 규제로써 막아온 사안이며 기술적으로는 우리 업계에서도 이미 준비완료 단계에 있으며언제든지 택시 규제만 철폐되면 시행가능한 일”이라고 국토교통부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불발됐던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이 택시 4개 단체장의 제안으로 합의됐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이해찬 당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편익과 택시업계 생존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최대한 빨리 만들도록 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 간담회는 28일 오전 11시로 예정되어 있다.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택시업계를 표밭으로 본 것 같다. 아예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규정하자는 개정안 통과를 추진한다. 문진국·송석준·임이자 자유 한국당 의원은 지난 23일 택시업계 생존권 보호를 위한 TF 기자회견에서 문 의원이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는?

제일 중요한 부분은 택시, 또는 카풀 등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는 승객의 편의나 의견이 포함될 여지가 적다는 것이 아쉽다.

 

■ 국내 카풀 서비스(우버 제외)를 둘러싼 주요 일지

  • 2017.06.22_ 풀러스, 이용자가 카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 준비 공개
  • 2017.11.01_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창립(풀러스, 카카오모빌리티 포함 6개사 참여)
  • 2017.11.06_ 풀러스, 출퇴근 시간 선택제 시범서비스 시작
  • 2017.11.08_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여객운수법 위반으로 풀러스 고발
  • 2017.11.15_ 장병규 4차사업혁명위원회, 해커톤에서 ‘카풀’ 문제 다룰 것 공개
  • 2017.12~2018.09_ 총 4번의 4차위 해커톤에 택시업계 불참
  • 2018.02.14_ 카카오, 카풀 서비스 ‘럭시’ 인수
  • 2018.07_ 풀러스, 출퇴근 시간 선택제 포기
  • 2018.08.22_ 4개 택시단체, 카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 2018.10.16_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카풀 크루 사전 모집
  • 2018.10.18_ 카풀 비대위, 1차 택시생존권사수결의대회
  • 2018.10.18_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차원에서 카풀 대응 TF 생성 계획 공개
  • 2018.11.22_ 카풀 비대위, 2차 택시생존권사수결의대회
  • 2018.12.07_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카풀 베타 서비스 시작, 17일 본격 서비스 예고
  • 2018.12.10_ 법인 택시 기사, 카풀반대 유서 남기고 분신
  • 2018.12.11_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카풀 서비스 잠정 연기
  • 2018.12.19_ 민주당 택시-카풀TF 위원장 전현희 의원, 택시 4단체와 면담
  • 2018.12.19_이해찬 더불이민주당 대표, ‘택시-카풀간 대타협 기구’ 필요성 강조
  • 2018.12.19._전택련, ‘제도권 자가용 택시 중심 공유경제 추진 방안’ 발표
  • 2018.12.20_ 카풀 비대위, 3차 택시생존권사수결의대회
  • 2018.12.26_ 카풀 비대위, ‘카풀 서비스 중단 해야 대타협 가능’ 성명서 발표
  • 2018.12.26_서울시 물가대책심의위원회, 내달말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3800원으로 인상안 승인
  • 2018.12.26_카카오모빌리티, 대타협기구 참석 의사 밝힘.
  • 2018.12.28_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을 위한 간담회 예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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