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고객 100개 만들겠다는 국내 클라우드 ERP 회사

한국의 소프트웨어는 해외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 IT는 국경이라는 장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이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수출을 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해외 시장을 꿈꾼다. 국내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이다.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통계 따르면, 국내 시장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에 불과한 스웨덴이나 스위스보다 시장규모가 작다.

이 때문에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하려면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불행히도 성공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영림원소프트랩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대표 전사적자원관리(ERP) 회사인 영림원소프트랩은 10여년 전부터 해외시장을 두들겼다. 그러나 다른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우리가 그렇듯 대부분의 해외 기업은 SAP와 오라클 ERP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많은 투자를 통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들겼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영림원소프트랩 권영범 대표

이제는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영림원소프트랩 권영범 대표는 “아니라”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권 대표는 “내년에 일본에서 고객사 100개를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전까지 영림원은 일본에 두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본의 현지 파트너가 개척한 고객이었다. 영림원은 이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ERP 사업을 확산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중간에 파트너사가 파산을 해버렸다. 일본에 있는 두 고객을 관리해줄 회사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영림원이 직접 고객사의 유지보수를 담당해야 했다. 단 두개사를 위해 한국의 회사가 직접 일본에서 유지보수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권 대표는 “사람이 많이 투입되는 비즈니스는 절대 해외에서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기존의 ERP 소프트웨어 사업은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시스템구축 전에 많은 컨설팅이 들어가야 했고,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림원과 권 대표가 내놓은 대안은 ‘클라우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컨설팅과 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하고, 현지에서 유지보수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림원은 ‘시스템에버’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ERP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를 앞세워 일본시장의 단단한 문을 열겠다는 포부다.

박경승 영림원 일본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일본 소프트웨어 기업의 ERP 중에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되는 것은 없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나 알리바바 클라우드에서 구동되는 ERP는 시스템에버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권 대표가 언급한 “100개”는 클라우드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SAP나 오라클과 경쟁해야 하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시장을 공략하는 대신, 클라우드 기반으로 매출 100억원 규모의 회사부터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축형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사업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는 상대적으로 초기도입비용이 적다. 이 때문에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쉽게 도입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이 아닌 일본의 ERP 회사는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영림원은 일본 시장에서 사람의 투입을 최소화 하기 위한 다양한 기반도 마련했다. 컨설팅 인력 투입을 최소화 하기 위해 컨설턴트K라는 툴을 만들었으며, 컨설턴트가 개발자의 도움없이 메뉴구성 등을 직접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최근 영림원의 시스템에버를 도입한 한 일본의 기업은 컨설턴트의 12회 방문만으로 ERP 컨설팅을 끝냈다고 한다. 보통 일본 기업은 컨설팅만 1년 가까이 하는 것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컨설팅 기간과 투입인력,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권 대표는 “방문 12회로 컨설팅을 끝내는 것은 일본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면서 “저희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객사마다) 단 하나도 고치지 않고 100개의 고객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현재 분위기는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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