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저씨들 모여라, 리마스터 떴다

스무살 리니지가 돌아왔다. 그냥 돌아온건 아니고, 스무살이나 먹었으니 좀 더 어른스러워져서 돌아왔다. 어떻게 어른스러워졌냐면, 리니지랑 함께 나이들어 귀찮은건 딱 싫어진 아저씨들을 다시 게임 앞으로 불러올 수 있도록 ‘더 센 캐릭터를, 더 편하게 키울 수 있도록’ 리마스터됐다.

엔씨소프트는  29일 서울 라움 아트센터에서 ‘리니지 20주년 기념 미디어 행사’를 갖고 PC 온라인 버전의 리니지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인사말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맡았다. 리니지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엔씨소프트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미래도 리니지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 이용자) 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여기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게 되었다”며, 이들을 새로 만족시킬 방안으로, 리니지의 리마스터 버전을 곧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 대표 린저씨, 김택진의 추억

대표 린저씨,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린저씨는 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다. 10대, 20대 때 리니지를 처음 접했던 이용자들이 이제는 30~40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말 그대로 대표 린저씨다. 리니지가 김택진 대표에게 얼마나 특별한지, 다음의 추억담을 들어보자.

“처음 리니지를 가져왔을 때만해도 장난감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프로그램언어부터 시스템 구조까지 다 다시 만들었다. 새로 만들어 올렸더니 1000명쯤 동접이 오면 (서버가) 죽더라. 네트워크 하나 바꾸는데도 고생했고, 그 고생후 동접이 3000명까지 올랐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때 쓰던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장이나 상용 소프트웨어가 불가능해서 (엔씨소프트가) 만들어 붙여봤다. 그랬더니 동접이 100명까지 떨어졌다. 게임을 하던 플레이어한테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이때부터 내 이름이 슬슬 욕으로 불려진다는 걸 알았다. 일주일쯤 집에 못 가고 복구했고, 게임 환경이 쾌적해졌지만 칭찬은 없었다. 다들 게임하기 바쁘니까. 그래도 행복했다.

당시만 해도 열악한 근무 환경이었다. 비가 오면 네트워크가 손상되기 일쑤였다. 어느날 밤에 눈이 떠져 깨보니 세상이 조용했다. 왜이렇게 조용할까? 그래서 눈도 잘 안 떠지는 상태에서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가보니까 소리도 안나는 부슬비가 내리더라. 아, 이거 서버를 지켜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명 두명 (회사) 식구들이 사무실로 들어오더라. 모두 마포걸레 하나씩 들고 서버를 빙 둘러 쌌다. 아무도 연락 안했는데 모두 모여 장마비로부터 서버를 지켜낸 추억도 난다.”

이 정도면, 김택진 대표에게 리니지는 본인의 젊은 시절의 추억의 전부 같다. 물론, 추억만 풀어 놓은 것은 아니다. 변화도 예고했다. 김 대표는 “20년간 만들어온 리니지에 가장 큰 변화를 줘볼까 한다”며 “플레이어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지금도 가슴이 쿵쾅거린다”고 말했다.

리니지 이용자 수 증가 추이.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택진 대표의 인삿말이 끝나고, 엔씨소프트는 20년 전 리니지가 이용자들에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리마스터는 이제 나이를 먹은 게임 이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싶은지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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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밤. 리니지 리마스터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PC 온라인 리니지의 리마스터 버전 발표다.

리니지 리마스터 대표 이미지.

왜 이제와서 PC 온라인 버전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지난해 공개한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용자 사이에서는 “리니지 PC 온라인 버전은 버린건가” 하는 얘기도 돌고 있다는 걸 우려했다.

이성구 리니지 유닛(UNIT)장에 따르면 “모바일로 시대가 변했지만, 그 옛날처럼 리니지를 리니지 안에서 리니지답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뭐가 달라졌냐고? 아래 설명을 참조하자.

첫째. 달라진 해상도

시각적인 부분을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물론, 리니지는 그래픽을 보고 하는 게임은 아니다. 이성구 유닛장은 “오히려 그래픽을 바꾼게 감성을 해치거나, 역효과를 내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을 바꾼 이유는, 전투의 다이나믹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1920X1080 와이드 해상도를 적용, 더 넓은 전장을 담았다. 2배 향상된 프레임, 4배 증가한 해상도, 10배 이상 빨라진 처리속도로 조금 더 실감나는 게임 환경을 구축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해상도 차이를 보여주는 데스나이트 사진.

 

둘째, 자동 사냥 전면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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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를 어떻게 자동으로 돌릴 수 있는지 예시 영상이다.

왜 자동이냐면, 린저씨들이 나이를 먹어서다. 리니지 이용자를 린저씨라고 부르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이들이 나이 먹은 만큼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었고, 게임 캐릭터를 키우려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힘들다.

짧은 시간 게임을 할 수 있는 만큼, 전투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치있게 하기 위해서 캐릭터 성장에 들어가는 시간은 자동 사냥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세번째, 모바일 뷰어 도입

이건 그러니까, 집 떠나 있을 때 내 새끼, 내 강아지, 내 고양이가 잘 있는지 보게 하는 웹캠 같은 개념이다.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바일 뷰어를 통해서 플레이 중인 이용자 캐릭터의 HP나 MP, 경험치 등 캐릭터와 관련한 정보를 볼 수 있게 했다. 집에 있는 컴퓨터에 리니지를 돌아가게 해놓고, AI가 나대신 어떻게 게임하고 있는지 감시용도로 쓰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네번째, 9번째 신규 클래스 ‘검사’ 등장

린저씨들이 이걸 그렇게 기다렸다는데. ‘전사’ 이후로는 처음 나온, 9번째 클래스다. 엔씨소프트 측에 따르면 리니지 20년 역사상 가장 공격력이 높은 클래스다. 이뮨, 앱솔, 카베 등의 방어 기술을 무력화하는 캐릭터라고 한다. 쇼크스턴, 데스페라도에 버금가는 살상 기술도 보유했다고 한다.

검사

다섯번째, 월드 공성전.

인터 서버를 활용한 대규모 콘텐츠다. 8개의 서버가 하나의 왕좌를 놓고 싸우는 대규모 집단 전투다.

마지막으로, 택진이 형의 TJ 쿠폰

리니지 서비스 20주년 기념 쿠폰이다. 아이템 복구권, 또는 TJ의 선물상자 중 택1 할 수 있다. 29일 오후 2시부터 리니지: 리마스터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 12월 중 테스트 서버에 리마스터를 업데이트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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