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BM은 블록체인 관련 하이퍼레저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인 ‘하이퍼레저 컴포저’에서 발을 뺐다. 기존 기능의 업데이트는 하지만, 새로운 기능 개발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이퍼레저 컴포저’는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는 프레임워크로, 비즈니스 네트워크 모델링을 위해 IBM이 공을 들이던 프로젝트였다. IBM이 주도적으로 이끌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IBM이 빠진다는 것은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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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사실상 독자적으로 이끌던 하이퍼레저 컴포저 프로젝트를 왜 중단시켰을까?

이에 대해 아르노 르오스 IBM 웹 & 블록체인 오픈 테크놀로지 기술 수석은 “IBM이 거의 혼자 이끌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드의 대부분을 IBM이 기여하고, IBM의 생각대로 프로젝트가 흘러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핏 이해가 안간다. 유명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독식하면 좋은 것 아닌가?

1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IBM 디벨로퍼데이 2018에 참석한 르오스 수석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픈 거버넌스”라며 “IBM만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끄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특정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변화에 프로젝트가 휘청거릴 수 있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수의 개발자들이 참여하면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이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르오스 수석에 따르면, IBM은 하이퍼레저 컴포저에 투자를 중단함으로써 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꿔보고자 한다. IBM은 빠지고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발전해가는 것을 기대하는 듯 보인다.

사실 ‘하이퍼레저’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그 자체가 거버넌스 조직이다. 30개 조직이 하이퍼레저 출범에 함께 했는데, 현재는 300개 정도의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완전 개방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꼭 멤버사가 될 필요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700명 이상의 컨트리뷰터가 있다.

하이퍼레저 중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패브릭’이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오픈소스 기반의 블록체인 프레임워크다. 허가된 사람이나 기업만 참여할 수 있고, 채굴이나 작업증명과 같은 암호화폐적인 요소는 없다. 스마트계약 기능을 통해 비즈니스 거래가 중간과정이나 매개없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IBM이 소스코드를 기증해 프로젝트가 시작했으며, 이제는 리눅스재단의 핵심 프로젝트로 떠올랐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삼성SDS 등이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을 펼친다.

IBM이 ‘컴포저’에서는 발을 뺐지만 블록체인 사업 자체에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니다. IBM은 대신 ‘하이퍼레저 패브릭’에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지난해 7월 1.0 버전이 출시된 후 매 분기마다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르 오르 수석에 따르면 10월 배포된 1.3 버전에는 DTCC·후지찌·오라클을 포함한 41개 기업, 291명의 개발자가 참여했다. 물론 IBM의 공헌도가 가장 크다.

르오스 수석은 “일반인들은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기는 어렵다”면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하이퍼레저 패브릭과 같은 비즈니스용 블록체인이 필요하며, IBM은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