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앱을 싫어하는 이유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주관한 행사였다.

형식은 토론회였지만, 배달앱 성토대회와 다를 바 없었다. 토론회는 찬반 의견자가 함께 나와서 각자 입장을 주장하는 것인데, 이 토론회에는 배달앱 측이 참여하지 않았다. 발제자와 토론자는 배달앱이 시장을 교란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이 자리에 패널로 참석하게 해달라고 주최 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배민은 토론회 말미에 방청석에서 발언권을 얻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해야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배달앱에 대한 적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왜 이렇게 배달앱을 싫어할까? 단순히 광고비나 수수료가 아까워서는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 전지현씨 BHC~”

“(유재석)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치킨”

TV를 틀면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고의 모델을 이용해서 TV광고를 한다. 최고인기의 아이돌 스타들도 치킨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몸값이 높은 광고모델을 쓰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구매자들의 뇌리에 치킨 브랜드를 강렬하게 인식시킬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오늘 저녁에는 치킨 시켜 먹을까’ 생각하는 순간 치킨 브랜드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멋진 광고모델이 등장하면 치킨도 맛있어 보인다

수억원의 출연료 주는 광고모델을 통해 TV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본력이 탄탄한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치킨집은 상상도 못한다. 소비자에게는 프랜차이즈 치킨집만 노출되고, 결국 치킨 시장은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배달앱이 등장한 순간 이 공식이 흔들린다. 배달앱 안에서는 프랜차이즈 치킨과 동네 독립 치킨집이 동등하다. 배민에 광고비를 내면 프랜차이즈 치킨집보다 더 많이 노출될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노출된 업체 중 이용자 후기나 평가점수 등을 참고해서 구매한다.

동네 독립 치킨집들은 유재석이나 전지현을 앞세운 TV광고는 못하지만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에는 할 수 있다. 그 결과 배달앱에서는 전지현이 광고하는 BHC, 유재석이 광고하는 네네치킨과 이름 없는 동네 치킨집이 동등하게 경쟁한다. 이를 광고의 민주화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배민 화면. 유명모델로 TV광고를 하지 않는 브랜드의 치킨들이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강화되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을 모을 동력이 떨어진다. 치킨집 창업자들이 굳이 비싼 프랜차이즈 비용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배달앱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자본력에 기반한 기득권을 파괴한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앱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이런 현상은 배달앱에만 있는 게 아니다. 새롭게 형성되는 플랫폼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플랫폼은 기존의 기득권을 파괴하고 새로운 경쟁구도를 이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장에서 뒤쳐졌던 이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기존 시장의 지배자에게는 위협 요소가 된다.

네이버 뉴스를 생각해보자. 네이버뉴스를 가장 싫어하는 언론사는 어디일까?

바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존의 거대 언론사다. 독자들은 네이버에서 조선일보를 골라 읽지 않는다. 전통 언론 시장에서 조선일보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배자였는데, 네이버뉴스라는 플랫폼 안에서는 조선일보도 그저 제휴 언론사중 하나일 뿐이다.

신생언론사가 네이버뉴스에 입점하면 엄청난 기회를 부여받는다. 2000년 이후에 성장한 언론사들이 상당수 네이버뉴스의 후광을 입었다. 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존 언론사는 기득권에 큰 위협을 받았다. 전통 언론사들이 네이버를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전통 뉴스미디어가 지면에서 네이버뉴스 비판에 열을 올리는 이유,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앱을 성토하는 이유, 결국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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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프렌차이즈 업계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배달앱을 싫어한다는 생각은 맞습니다. 그러나, 실제 자영업계 역시도 프렌차이즈 업계를 매우 싫어하죠. 말 그대로 그들도 갑이니까요.

    두 갑의 싸움에 끼인 자영업들이 고대로 2중의 피해를 입는 구조이기 때문에 저는 배달앱도 그다지 혁신적인 플랫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로 드신, 네이버의 뉴스를 들었는데, 네이버 역시도 마찬가지죠. 지금 네이버의 불공정성 논란은 기존 종이신문의 기득권을 깬 네이버의 또다른 기득권이란 생각은 안드시는지.. 궁금하네요.

    이 기사.. 개인적으로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바이라인 네트워크의 광고주거나 광고주일지도 모르는 배달앱 업계를 대변하는 기사라 생각합니다. 즉, 광고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라는 거죠.
    소규모 언론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운영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는 부분이라 애잔하네요.

  2. 안녕하세요. 작성자입니다. 이 기사는 누가 혁신적이고 누가 혁신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쓴 기사가 아닙니다. 배달앱이나 네이버가 새로운 기득권이 아니라는 말을 한 적도 없습니다.
    세상은 이익의 상충으로 갈등합니다. 기득권은 죄가 아닙니다. 기득권을 가진 이는 지키려 노력하고 가지지 못한이는 기득권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기사는 프랜차이즈 업계와 배달앱의 갈등의 본질이 수수료나 광고비가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와 그 기득권을 파괴해야 하는 자의 싸움이라는 것, 갈등의 본질을 조망하고자 하는 글입니다.세상을 선악이라는 기준으로 보지 말 것을 권해드립니다. 세상은 선악보다는 이익의 상충으로 움직일 때가 훨씬 많거든요.
    참고로 저희는 광고가 거의 없습니다. 받고 싶지만 광고 받을 트래픽이 안 나와요. 보고서 팔아서 먹고 삽니다. 애잔하실 필요는 없구요. 광고가 목표라면 광고비를 훨씬 많이 쓰는 집단(예를 들어 프랜차이즈)에 잘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3. 저도 윗분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두 갑 중 한 갑에 불과한 존재인 배달앱을 지나치게 옹호한 것 같고요. (사실 원글의 기득권 프레임이 쓰지 말라고 하시는 그 선악구도 해석에 더 가까웠다고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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