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M이 세계 최대의 오픈소스소프트웨어 기업인 ‘레드햇’을 인수한다고 28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인수가는 340억달러. 한화로 약 38조8900억원이다. 초대형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레드햇 인수는 게임체인저”라며 “IBM은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제공 업체가 될 것이며, 클라우드의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 할 수있는 유일한 오픈 클라우드 솔루션을 기업에 제공 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햇 짐 화이트허스트는 “IBM과의 협력은 규모, 자원, 역량 면에서 오픈소스의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IBM이 레드햇을 인수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100년간 IT업계를 휘어잡았던 IBM은 클라우드 시대의 도래와 함께 위기를 맞고 있었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밀렸고, IBM과 같은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업체에게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도 잘 열리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레드햇 인수는 IBM에 운명을 건 도박이 될 것이다. 레드햇은 가장 성공한 오픈소스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리눅스 운영체제 업체로 시작한 레드햇은 이제 리눅스뿐 아니라 미들웨어, 클라우드 시장에서 주목받을만한 성장을 기록 중이다.

사실 IBM이 레드햇이 제품이나 기술이 없어서 인수한 것은 아니다. IBM에 필요한 것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새롭게 태어날 혁신적인 브랜드와 새로운 고객이다. IBM이 오랫동안 오픈소스 진영과 친밀감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인수가 낯설지는 않다.

레드햇 입장에서는 IBM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득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레드햇은 브랜드 파워에 비해 영업과 같은 비즈니스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레드햇이 미국 공공시장에서 IBM의 영업망을 활용한다면, 지금과는 한차원 다른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는 IBM이나 레드햇뿐 아니라 오픈소스 진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적지 않은 기업들이 오픈소스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대기업의 경우 자사 중요 IT인프라에 오픈소스 도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IBM이 나서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IBM은 주로 대기업만 상대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IBM이 앞에 선다면 대기업들도 오픈소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드햇 폴 코미에르 제품담당 수석부사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엔터프라이즈 기술 회사 중 하나가 오픈소스 혁신에 동의했다”면서 “오픈소스 혁신을 더 큰 기업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가 장밋빛 전망만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인수회사가 IBM 이라는 점이다. IBM은 인수한 회사를 완전히 삼켜버리는 경향이 있다. 인수된 회사의 개성이나 특징이 IBM 안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IBM에 인수된 이후 시장에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존재감이 약해지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 DB2, 티볼리, 로터스, 어센셜 등이 그 사례다.

또 IBM과 레드햇 제품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시장 잠식)도 우려된다. 레드햇 제품라인은 대부분 IBM과 겹친다. 예를 들어 레드햇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미들웨어 시장의 경우 이미 IBM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분야다. 두 회사의 제품 라인업은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겹친다.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인수의 효과가 최소화 될 수도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sm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