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용 IT인프라스트럭처 공급업체들은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추세다. 컴퓨팅 솔루션과 스토리지 솔루션의 통합이다. 델이 EMC를 인수해서 통합적인 라인업을 완성했고, HP 역시 3PAR, 님블스토리지 등을 인수했다. 그렇게 태어난 델EMC와 HPE는 IT인프라 시장의 쌍두마차다.

이런 점에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레노버’와 ‘넷앱’이 손을 맞잡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은 델EMC와 HPE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으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레노버는 스토리지 솔루션이 부족하고, 넷앱은 컴퓨팅 솔루션이 약하다. 이들은 IT인프라 시장에서 마이너 업체다. 레노버는 PC 시장에서는 씽크패드라는 브랜드로 막상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서버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약하다. 넷앱은 스토리지 시장의 터줏대감이지만 델EMC, HPE에 이은 3위임을 부정하긴 힘들다.

두 회사는 지난 9월 전면적인 제휴를 선언했다. 이들은 함께 신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합작법인을 설립, 아예 하나의 브랜드로 접근할 예정이다. 델EMC나 HPE에 맞설 수 있는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노버코리아 신규식 전무는 “레노버와 넷앱의 파트너십으로 92%의 고객을 커버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레노버의 아시아 태평양 데이터센터그룹의 수미르 바하티 사장은 “넷앱과 함께한 발표는 최고의 스토리지 및 데이터 매니지먼트 제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레노버의 노력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며 “기존의 데이터 센터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방식은 넷앱과의 전략적 협력으로 고객에게 자체적인 지능형 전환을 실현 가능하게 하여 고객의 비즈니스 성공을 이끌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너끼리의 연대로 메이저를 쉽게 넘을 수는 없다. 두 회사는 이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지배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경쟁자들은 이미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비즈니스를 펼친 지 오래다.

마이너 연대의 전략은 메이저와는 좀 달라야 한다. 두 회사도 이를 알고 있다. 이를 위해 택한 것이 ‘중국’이라는 시장이다. 중국 시장은 폐쇄적이다. 델EMC나 HPE와 같은 미국 기반의 다국적 기업은 중국시장에서 찬밥대우를 받는다. 넷앱도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레노버는 다르다. 레노버는 중국회사다. 레노버와 넷앱은 중국에 합자회사를 설립해 지분을 51%-49%로 나눠 가졌다. 이 합자회사는 중국회사지만, 넷앱의 스토리지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다. 넷앱은 레노버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중국시장에서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할 기반을 갖춘 셈이다. 또 넷앱의 스토리지 라인업은 레노버가 중국에서 화웨이와 싸울 때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가 하나 있다. HCI(Hyper Converged Infrastructure)다. 레노버는 HCI 분문에서 뉴타닉스와 친하다. 뉴타닉스는 HCI 분야에서 넷앱의 경쟁사다. 레노버와 넷앱이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에 HCI 부문에서도 파트너십을 맺을지 궁금해진다. 이 경우 레노버와 뉴타닉스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