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동대문 옷을 팔아서 월 2억 원 매출을 만드는 이가 있다고 한다. 과정은 간단하다. 첫째, 예쁜 옷을 찾는다. 둘째, 옷을 입고 예쁘게 사진을 찍는다. 끝이다.

(왼쪽부터) 브랜디에서 상품을 팔고있는 동대문 사입 셀러 ‘크림치즈’, ‘아날로젯’, ‘미우블랑’의 촬영컷. 최근 크림치즈는 2억 원 이상의 월매출을 만들어냈다고.(사진: 브랜디)

야생의 동대문 셀러되기

과거였다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일반적인 동대문 사입 셀러의 판매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판매채널을 열심히 뚫는다. 카페24와 같은 호스팅업체를 통해 홈페이지를 만든다. 네이버 스토어팜과 같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블로그 등 개인 SNS를 판매채널로 활용할 수도 있다.

쇼핑몰과 연계하여 상품 판매, 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는 패션 유튜버 쩡대(사진: 유튜브 캡처)


판매채널이 갖춰졌으면 상품을 소싱한다. 동대문 도매시장을 뒤지면서 잘 팔릴만한 상품을 찾는다. 눈여겨 둔 상품을 갖춘 도매상을 돌면서 사진 촬영용 샘플 상품을 구매한다. 모델을 구하거나 자신이 모델이 돼 판매채널 컨셉에 맞는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만든다. 판매채널에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상품 구색을 갖춘다. 열심히 마케팅을 해서 매출을 만든다.

마지막은 물류가 장식한다. 그날그날 발생한 고객 주문 데이터를 보고 해당 상품을 갖춘 동대문 도매상들에게 상품 준비를 요청한다. 도매시장을 돌면서 준비된 상품을 구매한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면 ‘사입삼촌’이라 불리는 동대문 구매대행 사업자를 이용하자. 이 과정을 사입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사입해온 상품을 열심히 포장하고 송장을 출력해 붙인다. 이렇게 준비한 상품들을 택배사에 전달하면 끝이다.

동대문 도매시장을 돌면서 구매대행 업무를 하는 ‘사입삼촌’(사진제공: CLO)

쉽지는 않을걸

말은 쉽게 했지만 앞서 언급한 모든 과정이 만만치 않다. 초기 인지도가 부족한 셀러라면 촬영용 샘플을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사업자인 척 커다란 가방을 들고 돌아다니며 도매가에 샘플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이 활보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도매상들은 안면식이 없는 초기 사업자에게 쉽사리 샘플을 도매가에 내주지 않는다. 어찌 샘플을 구해서 상품판매를 시작하더라도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네이버지식인이 쉽게 해결해줄 수는 없을 거다.

어찌어찌 매출을 만들면 ‘물류’라는 벽이 찾아온다. 동대문 사입 셀러는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다. 당일 주문마감 시간까지 발생한 주문만큼 그날 밤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여 다음 날 포장하여 택배로 발송하는 구조다. 동대문 사입 구조는 상품이 안 팔리고 재고로 남아버리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리어 ‘상품이 없어서’ 고객에게 제 때 상품을 전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도매상에 해당 상품이 없거나 있어도 셀러의 구매력(Buying Power)이 떨어져 후순위 구매자로 밀리는 경우다. 요즘에는 한국산보다 30~40% 저렴한 중국산 상품을 공급받는 동대문 도매상들이 참 많아졌는데, 이런 도매상과 거래한 경우 상품 공급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고객은 이미 상품을 구매했는데, 상품이 없어서 배송을 못해주는 이상한 상황이 여기서 발생한다.

사족이지만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했는데 배송기간이 4~5일 넘어간다면 이건 필히 중국산 상품을 산거라는 게 동대문 사입물류 관계자의 전언이다. 택배업체가 잘못한 경우는 대개 없으니 오해하지 말자. (놀랍게도 국내 택배의 익일배송률은 평균 90%가 넘는다.)

어찌 상품을 열심히 포장해서 택배업체까지 전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배송 지연과 고객 변심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CS와 반품 처리는 모두 셀러의 몫이 된다. 초기 상품이 별로 안 팔릴 때는 그래도 여유가 있겠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면 잘될수록 어찌 더 힘들어진다. 물류나 CS를 처리하려니 정작 좋은 상품을 찾으러 다닐 시간이 없다.

그래서 풀필먼트

이 모든 과정을 대행해준다고 나타난 게 동대문 셀러들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표방하는 ‘헬피’다. 블로그마켓 쇼핑몰 브랜디가 지난달 베타서비스를 마치고 정식 시작했다. 정시완 브랜디 헬피본부 이사는 “헬피는 지난해 7월 브랜디가 론칭한 동대문 물류대행 서비스 ‘FBB(Fulfillment By Brandi)’를 개선한 것”이라며 “물류대행만으로 셀러들의 모든 고민을 해결하기엔 어려웠다. 헬피는 1인 크리에이터와 패션 유튜버들이 온전히 콘텐츠에만 집중해서 패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 말에 따르면 헬피를 이용하면 셀러는 예쁜 옷을 찾아 예쁘게 입고 예쁜 사진만 찍으면 된다. 판매채널 확보부터 고객 택배 전달까지. 이후의 귀찮지만 필요한 모든 과정은 헬피가 대행한다.


구체적으로 헬피가 수행하는 업무는 이렇다. 먼저 판매채널을 제공해준다. 셀러가 촬영한 상품은 월순방문자(MAU) 100만 명 규모의 마켓플레이스 ‘브랜디’에 노출된다. 영향력 있는 상품을 소싱하는 셀러라면 ‘특가기획전’과 같은 마케팅 이벤트를 기획해주기도 한다. 앞서 월 2억 원 매출을 만들었다는 동대문 사입 셀러 ‘크림치즈’는 브랜디 특가기획전을 통해 하루에 1,800개가 넘는 상품을 팔았다고 한다.

현재 진행중인 ‘크림치즈’의 특가기획전. 크림치즈는 브랜디말고 다른 판매채널에서도 상품을 팔고 있는 동대문 셀러다. ‘브랜디’ 안에서의 월매출만 2억 원인 셈.

다음은 ‘물류’다. 헬피는 사입부터, 검수, 포장, 고객전달과 반품까지 물류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대행한다. 헬피 사입팀은 셀러들의 주문마감 이후 저녁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간에 동대문 도매시장을 돌면서 다음날 배송할 상품을 구매한다. 그렇게 구매한 상품들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헬피 물류센터로 옮겨진다. 잠시 물류센터에 보관된 상품은 다음 영업일 아침에 검수를 거쳐 ‘개별 바코드’를 부착한다. 여러 셀러가 이름만 다른 같은 상품을 사입해서 서로 다른 판매채널에서 파는 동대문 물류 특성상, 시스템 연동을 위해서는 이 작업이 필수다. 이어 오후 7시 택배 출고에 맞춰 포장 작업이 진행된다. 헬피측에 따르면 이렇게 한 달 동안 출고되는 물량이 약 10만 건이다.

랙에 부착된 바코드와 도심형 물류센터를 표방하는 헬피 물류센터 전경(400평 규모). 뚝섬역 바로 옆 빌딩 6층에 있다. 동대문 사입상품을 처리하기에 동대문 도매시장과 가까운 곳에 입지를 결정했다고.

풀필먼트가 만드는 생태계

헬피는 브랜디가 만든 블로그마켓 생태계에 셀러를 붙잡는 한 수단이 된다. 아직 판매량이 부족한 소규모 셀러더라도 헬피가 만드는 ‘규모의 경제’에 합승하여 구매력을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하루 5건의 상품을 사입하는 셀러와 1,000건의 상품을 사입하는 셀러의 대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더 많이 사는 셀러’가 ‘더 저렴하게’, ‘더 빨리’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현재 헬피의 일 출고량은 약 5,000건이라고 한다.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의 주문을 만들어내는 150여개의 헬피 이용 셀러들이 만든 수치다. 정 이사는 “헬피 이용 셀러 중 5,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셀러들은 많다. 3억 원이 넘는 월매출을 내는 셀러도 있다”며 “크리에이터들이 부가적인 잡무에 신경쓰지 않고 콘텐츠에만 집중했기에 나온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헬피를 이용하는 셀러는 상품판매 금액의 10%를 받는다. 나머지 90% 중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헬피의 수익이다.

정말, 예쁜 옷을 찾아서 사진만 잘 찍어도 동대문 옷 팔아서 월 2억 원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아, 예쁘기만 하면 안 되는 건 함정이다. ‘잘 팔려야’ 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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