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는 2012년 ‘릴리해머’다. 이듬해 넷플릭스는 회당 40억원 짜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들어 미국 케이블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시청 데이터를 분석, 가장 인기 있을만한 요인을 골라 제작된 하우스 오브 카드는, 기존 케이블TV의 문법을 깨고 한 번에 한 시즌이 통째로 공개됐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공개 이후 창사 최대 매출을 맛봤고, 1분기 만에 300만명의 가입자를 새로 끌어모았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거나 혹은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방식으로 오리지널을 확보한다. 분야도 드라마, 시트콤, 애니메이션, 영화, 다큐멘터리, 예능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진출하는 지역의 자체제작 콘텐츠에도 아낌없이 돈을 쓴다. 국내서는 유재석이 출연한 ‘범인은 바로 너’가 제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리지널’을 만들거나 공급하는데는 돈이 많이 든다. 그래도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고집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돈’이다. 앞서 언급했듯,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자체 제작에 뛰어든 것은 2012년이다. 의미가 있는 것이, 2011년 넷플릭스는 VOD 가격 인상으로 인한 적자에 맞닥뜨려야 했다. 새로운 VOD의 공급 없이 넷플릭스 사업이 지속될 수 없다. 넷플릭스의 사업이 잘 될 수록, 그리고 사람들이 점차 VOD로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해질수록 넷플릭스는 계속해 공급가 인상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경쟁자는 늘어난다. 넷플릭스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훌루, 아마존 같은 경쟁자들이 생겨났는데 VOD 공급자들은 돈이 된다면 굳이 넷플릭스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다른 플랫폼을 선택할 기회가 늘어난 것은 이용자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공급자에는 더 많은 돈을 줘야 하고, 소비자에게는 서비스 단가를 할인해야 한다. 어느 플랫폼에서건 같은 콘텐츠만 보여줄 수밖에 없다면 필연적으로 가격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승부수를 던진 지점은 여기다. 계속해 올라갈 VOD 공급가를 고려한다면, 오리지널 영상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시청자들은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지금까지 주효하다.  1997년 만들어진(그렇지만 서비스는 1998년 시작한) 넷플릭스의 업력은 이제 20년이다. 그 넷플릭스가 미국 케이블 시장을 뒤엎고, 지금은 세계 1억명 가입자를 보유한 최대 VOD 구독 플랫폼이 됐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전략은 플랫폼의 성격도 바꿔버렸다. 원래 지금까지 플랫폼은 콘텐츠 간 경쟁의 장이었다. 이용자들은 어떤 콘텐츠를 볼 것인가를 고민하지,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전략은 이용자로 하여금 어떤 플랫폼을 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즉, 플랫폼 자체가 경쟁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오리지널’ 시장에 뛰어든 것은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도 2012년 ‘온라인 시대의 TV’를 목표로 자체 영상을 확보, 공급하고 있다. 다만, 이때의 유튜브는 플랫폼 간 경쟁보다는 ‘광고주의 눈높이에 맞는 품질 높은 영상’을 공급하는데 우선 목적이 있었다. 유튜브가 지금같은 절대 강자가 되기 전의 일이었고, 일반 이용자가 올리는 UCC 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였다.



지금의 유튜브 오리지널 전략은 보다 넷플릭스와 유사해지는 것 같다. 유튜브는 오는 5일,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에 제공하는 오리지널 영상의 하나로 ‘권지용 액트 lll: 모태’를 공개한다. 군 입대 전 지드래곤의 마지막 솔로 콘서트 현장 밀착 취재 영상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정액 구독 모델로,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게 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한다. 유튜브의 힘은 세계 10억명이라는 엄청난 이용자 수다. 다만, 이들 대다수는 무료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 오리지널은, 유튜브의 주요한 유료화 전략 중 하나다.

국내서 넷플릭스의 전략을 따온 곳은 전자책 유통 플랫폼 리디북스다. 월 6500원에 무제한 도서 대여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시작하면서, 인기 소설가 장강명의 신작 ‘노라’를 독점 연재한다고 밝혔다. 리디북스는 출판사로부터 무제한 도서 대여 서비스에 들어갈 콘텐츠를 공급 받으면서 향후 1년간 예상되는 도서 매출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하는 대신 콘텐츠를 독점 공급 받는 등의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팟캐스트 서비스인 ‘팟빵’도 최근 오리지널 전략을 택했다. 팟캐스트, 팟티 등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를 위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섰는데, ‘매불쇼’ 같은 경우 기존 라디오처럼 고정된 시간에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팟빵의 경우 일부 프로그램에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플랫폼 간 경쟁 때문에 독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곳은 더 가까운데도 있다. 웹툰, 웹소설 사이트 들이다.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양대 포털은, 양대 웹툰 사이트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자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리는 작가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의 인기 작가가 다음에 연재하는 일이나, 다음의 인기 작가가 네이버에 작품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흥행할 콘텐츠에 투자해 이용자에 재미로 돌려준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의말이다. 확실히,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용자의 발을 묶었다. 넷플릭스의 전략을 따라가는 곳도 많이 늘었다. 한 때 플랫폼은 이용자가 그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하되, 무료 전략으로 인한 트래픽에서 이어지는 부수적 수익을 얻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플랫폼도 돈을 써서 차별화를 시켜야 이용자를 묶어 놓을 수 있다. 지금은 플랫폼도 돈을 쓰는 만큼 벌어 간다.

이용자?

가입해야 할 곳이 많이 생겼다. 재미있는 볼 거리가 는 만큼 돈 쓸 곳도 늘어났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