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네이버와 카카오, 비즈니스 전략 차이 세가지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 인터넷·모바일 산업의 양대산맥이다.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지배적인 플랫폼을 만들었고, 카카오는 커뮤니케이션(메신저)를 기반으로 강력한 플랫폼을 형성했다. 두 회사는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르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자주 비교된다. 언론 미디어에서도 두 회사를 비교분석하는 기사는 단골소재다. 그래서 나도 비교해봤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비즈니스 전략, 뭣이 같고 뭣이 다른디?

1. 사업부의 자회사 독립, 왜 하는가

네이버와 카카오는 유망 서비스를 자회사로 분리, 독립시키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네이버는 일본에 독립시킨 자회사 라이코퍼레이션으로 대박을 친 경험을 갖고 있고, 이후 캠프모바일(재합병), 스노우, 네이버랩스, 네이버웹툰, 라인웍스 등 다양한 사업부를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게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브레인, 카카오M 등 여러 사업을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이런 점에서 두 회사는 유사한 전략을 가진 듯 보인다. 그런데 두 회사가 서비스를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양상은 다소 다르다.

네이버는 분리시킨 자회사의 지분을 대부분 100% 소유한다. 라인코퍼레이션처럼 상장됐을 경우만 예외적으로 지분을 100% 소유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가 서비스를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이유가 재무적인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자회사 독립은 민첩성과 책임경영을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네이버라는 큰 회사의 한 부서로 있으면, 동력이 떨어진다. 새로운 매출을 일으켜도 네이버 전체 매출 안에서는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다. 의사결정 프로세스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또 네이버빨(?)에 의한 성과인지, 사업부가 잘해서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신규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필수적인데, 네이버라는 공룡 조직 안에서는 민첩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문에 네이버는 유망 사업부를 독립시켜 스스로의 책임 아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분사한다. 만약 스노우가 네이버 안에서 경영진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네이버 향취 대신 스타트업 냄새 물씬나는 서비스(스노우, 잼라이브, B612 등)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카카오도 사업부를 독립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런데 분리독립의 목적이 네이버와는 다소 다른 듯 보인다. 카카오는 사업부를 독립시키고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쓴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택시·대리운전·주차·내비게이션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부를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는 또 카카오페이를 독립시키면서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으로부터 2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만약 카카오모빌리티나 카카오페이가 카카오에 소속된 사업부였다면 이와 같은 투자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카카오는 이미 커버린 회사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회사에 투자해야 돌아올 이익이 큰 법인데, 이미 커버린 카카오는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나 카카오페이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큰 작은 규모의 회사이고, 지금 투자하면 향후에 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보다 훨씬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카카오의 사업부 자회사 독립은 투자유치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2. 규제산업,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네이버와 카카오는 근간은 다르지만 대부분 유사한 사업을 펼친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펼칠 수 있는 사업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바로 규제 산업이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카카오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의 카카오뱅크가 등장했다. 반면 네이버는 예상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금도 인터넷전문은행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듯 보인다.

암호화폐도 그렇다. 카카오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향후 성장을 위한 두 개의 키(key)라고 판단하고 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을 위한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하거나,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네이버는 국내에서 암호화폐 사업과 관련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별로 뜻이 없어보인다. 네이버는 대신 일본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일본자회사 라인코퍼레이션은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링크’를 공개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암호화폐 규제가 훨씬 덜한 편이다.

이는 규제에 대한 카카오와 네이버의 관점 차이를 보여준다. 카카오는 규제산업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뛰어든다. 과거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 IPTV 사업을 하고 싶어했으나 정부 허가를 못받아 사업을 펼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 네이버는 규제를 혐오한다.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하거나 정부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사업에는 근처에 가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말이 많은 네이버뉴스만으로도 피곤하기 때문일까?

3. 왜 인수하는가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많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한다. 이는 비단 두 회사뿐 아니라 IT산업은 그 어느 곳보다 인수와 합병이 잦은 편이다. 그런데 기업 인수를 바라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관점은 좀 다른 듯 보인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네이버는 주로 기술이나 인재를 획득할 목적으로 타기업 인수를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첫눈과 제록스 유럽연구소(XRCE)를 들수 있다. 네이버는 부족한 기술이나 원하는 인재를 얻기 위해 과감히 투자를 하는 편이다. 첫눈 인수를 통해 확보한 인재들은 라인 성공의 주춧돌이 됐다. XRCE 인수를 통해 네이버는 인공지능 관련 많은 특허와 기술을 한번에 획득했다.

반면 카카오는 시장점유율을 한번에 획득할 목적으로 인수를 진행하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인수를 들 수 있다. 카카오는 이미 음원 사업을 펼치고 있었음에도 멜론을 인수했다. 덕분에 카카오는 음원 시장장 꼴찌에서 단번에 1위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김기사 인수도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는 이미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직접 개발할 수도 있었지만 김기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곧바로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T맵과 맞장을 뜰 수 있게 됐다.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 것도 시장을 한번에 얻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카카오는 코리아센터라는 회사 인수를 검토중이다.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카카오는 쇼핑몰솔루션, 역직구, 팟캐스트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게 된다.

어쩌면 네이버는 기술과 인재만 있으면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얻는 것은 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카카오는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시장을 위해 인재와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인수를 통해 한번에 얻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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