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주의라는 단어가 화두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국가주의’라는 단어를 꺼내면서부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 정부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평론가들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는데 바쁜 듯 보인다.

국가주의라는 말이 정치철학적으로 어떤 심오한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김 위원장의 국가주의 발언을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과 개인의 삶에 개입한다”는 비판으로 이해한다. 김 위원장은 국가주의 화두를 꺼내면서 ‘먹방 규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가 그야말로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어떻게 먹방에 대해 규제하고 또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하는 거냐”며 “먹방 규제는 국가주의적 문화”라고 비판했다. 또  “얼마나 국가주의 문화가 오래되고 그 속에서 깊이 살았으면 이런 문제에 대해 담담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겠느냐”는 말도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먹방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비판에 동의한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먹방 규제’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라고 본다. 반대로 지나치게 날씬한 연예인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가 유행이라면, TV출연 연예인 몸매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 것인가?

복지부는 법적인 강제가 아니라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규제가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세우면 시장은 그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움직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적절한 규제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목표가 옳다고 해서 시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할 사안에까지 정부가 개입해 일일이 다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시민의 자유를 옭죄고, 시장을 파괴하는 역효과를 낸다. 단통법과 같은 사례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김병준 위원장은 먼저 제 눈의 들보를 봤으면 좋겠다.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내놓는 법안 중에서 국가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작 방지·포털 정상화법’이라고 명명한 이 법안 패키지를 국회에 제출됐다. 110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동발의했으니 사실상 당론발의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안을 들여다보면 ‘국가주의’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법안은 사기업에 가짜뉴스 모니터링 의무를 강제하고, 인터넷 신문사의 광고기법까지 이래라저래라 한다. 포털은 아웃링크를 해야하고, ‘많이 본 기사’ 서비스는 하면 안된다는 등 시장 간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방송통신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기업에 취지에 맞지도 않는 기금을 걷겠다고 막무가내다. 특히 이런 국가주의적 법률은 국내 기업에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유한국당의 ‘여론조작 방지·포털 정상화법’과 비교하면 복지부의 ‘먹방 가이드라인’ 계획은 애교에 가깝다. 강제성도 없고, 그다지 깊은 고민에서 나온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국가주의’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맨날 ‘빨갱이’ 타령만 하던 그 당이 정책 어젠더를 가지고 논쟁을 하겠다는 것은 반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국가주의에 반대하며 자유주의나 시장주의를 외치려면, 먼저 자당의 정책과 법안부터 국가주의에 빠져있지 않은지 점검해볼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