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티클] 유튜브 캐시 서버와 역차별


지난 2016년말, 2017년초 SK브로드밴드와 LG U+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이 느려지는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이 SK텔레콤과 LG U+의 접속경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두 통신사는 이전에는 KT로부터 페이스북 데이터를 받았는데,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꾸면서 홍콩으로부터 국제망을 통해 데이터를 받게 됐다. 두 통신사의 홍콩 수신 용량은 제한이 있었다. 이 때문에 데이터는 다른 국가를 우회했고, 이용자들은 페이스북 속도 저하로 불편을 겪었다.

이 사건에서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것은 복잡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페이스북의 책임을 물으며 과징금을 부과했고, 페이스북은 불복해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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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는 페이스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접속경로 변경이라는 우연한 사건으로 페이스북이 방통위와 통신사의 타깃이 됐지만,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은 모두 통신사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통신사는 대규모 트래픽 유발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받고 싶어한다. 망은 무한하지 않다. 사용자가 몰리면 성능이 떨어진다. 그런데 특정 콘텐츠 서비스가 그 망을 다 차지하고 있다는 게 통신사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망을 독차지하는 콘텐츠 업체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은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받는 통신사가 콘텐츠 회사에도 돈을 받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은 대안으로 캐시 서버를 제안한다. IT에서 캐시(cache)라는 단어는 속도 향상을 위해 만든 임시 저장소를 의미한다. 캐시 서버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데이터를 미리 담아둔 서버다. 이를 통신사 내에 두자는 것이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생각이다 .

이렇게 되면 통신사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의 데이터를 받기 위해 비싼 해외망에 접속할 필요가 줄어든다.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요청하면 해외망에 접속할 필요 없이 캐시 서버의 데이터를 내주면 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해외망 이용료가 줄어드니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콘텐츠 제공업자도 이용자들에게 최대한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캐시 서버라는 개념을 처음 들고 나온 건 구글이다. 이전에는 CDN( Content Delivery Network )이라는 외부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CDN은 전 세계 곳곳 이용자 가까이에 콘텐츠 서버를 둬서 망 트래픽 부하를 최소화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유튜브가 너무 많은 트래픽을 일으켜 CDN 비용마저 지나치게 늘어나자 구글은 통신사와의 협의 아래 자체적으로 캐시 서버를 운영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현재 유튜브는 국내 통신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내에서 캐시 서버를 운영한다. 대신 별도의 망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망 비용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냈다고나 할까?  통신사들은 글로벌 콘텐츠 업체에 캐시 서버 이외에 망 이용료를 추가적으로 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업체들은 이에 응할 이유가 없다.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의 캐시 서버를 빼면 통신사들의 해외망 접속료가 늘어나기 때문에 캐시 서버를 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업체와 통신사 사이에서는 통신사가 ‘을’이다.

문제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의 국내 업체들은 수백억원의 망 비용을 매년 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유다.

국내 업체들도 캐시 서버를 운영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통신사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국내 콘텐츠 업체의 캐시 서버를 열어주면 글로벌 업체처럼 망 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업체의 캐시 서버는 해외망 접속료를 줄이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였지만, 국내 콘텐츠 회사에까지 이런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국내 콘텐츠 업체들만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개선책이 필요하다.

지난 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유영민 장관은 이 문제 대해  “국내 기업이 망사용료에서 역차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망사용료는 사업자간 계약에 의하게 돼 있다. 방통위, 공정위와 그 각도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글.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그림. 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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