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보고 난 다음 편 자동으로 받아주는 ‘스마트 저장’ 기능 출시
현대인에게는 두 가지 지옥이 있다. 와이파이 지옥, 핸드폰 용량 지옥이다. 아침에 일어나 어딘가에 가는 동안 와이파이 지옥에 시달린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통신사 제공 와이파이가 달려있으나 이걸론 통신사 이름을 보는 것 빼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와이파이 말고 통신망 쓰라는 통신사의 계략이 느껴진다.
핸드폰 용량 지옥은 더 심하다. 스마트폰은 어찌 됐든 가장 적은 용량의 기기를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런데 몇 기가를 사든 용량은 항상 부족하다. 왜 부족한지 모르지만 부족하다. 고용량인 게임을 삭제해도 여전히 부족하다. 사진을 지우면 사진이 또 생긴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렇게 고통받는 것일까.
스마트 저장이란?
넷플릭스가 이 지옥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한다. 이름은 스마트 저장. 방금 전 10일 저녁 10시부터 안드로이드 먼저 적용됐다. 안드로이드 넷플릭스 가입자는 업데이트 후 실행해보자. 다운로드 탭-편집-편집 옵션에서 스마트 저장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업데이트가 필수이며 iOS는 추후 적용된다.
스마트 저장은 거창한 이름에 비해 간단한 기능이다. 한 에피소드를 스마트 저장한 후 보고 나면, 와이파이가 연결됐을 때 이미 본 에피소드를 지우고 새 에피소드를 자동으로 내려받는다. 그럼 또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고 보면 된다. 와이파이일 때만 활성화되므로 셀룰러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통신사 이름 자랑만 볼 수 있는 저품질 와이파이에 연결돼 있다면 다운로드를 실행할 수 있을까? 이때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와이파이에 연결돼 있을 때 다시 받는다.
만약 통근 시간이 길어 여러 편을 받아놓아야만 마음이 편한 경기도민 김형근 씨(가명)가 여러 편을 받고 싶다면 어떨까. 이전에 스마트 저장으로 여러 편을 받았다면 그만큼을 새로 받아준다. 예를 들어 김형근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마약왕이 될 환상을 꿈꾸며 ‘나르코스’ 1, 2편을 받아놓고 출근 시간에 다 봤다면, 회사에서 와이파이를 켰을 때 새로 두 편(3, 4편)을 자동으로 받아놓는다는 의미다.
여러 시리즈도 지원된다. 예를 들어 한 마블 팬이 데어데블, 루크 케이지,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아 아니 마지막은 농담이다. 하여튼 여러 시리즈의 한 편씩을 감상하고 있었다고 치자. 스마트 저장을 켜면 모든 시리즈의 본 에피소드를 삭제하고 다음 편을 받아준다는 의미다. 아이언 피스트는 그래도 저장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용량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이미 본 에피소드는 남기지 않고 삭제하며, 그 자리에 다운을 받는다. 넷플릭스는 마법이 아니다. 이걸로 지옥에서 탈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잠깐의 위안은 준다. 아마 기자처럼 저장을 똑바로 못하면 하루종일 신경질이 나는 사람이라면 처음엔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며칠 정도면 적응될 것으로 예상한다. 핸드폰 요금보다 마음에 큰 평안을 줄 것이다. 아이언 피스트만 받지 않는다면.
넷플릭스가 사용자 요금을 아껴주는 이유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앱 유저빌리티의 선두주자로, OTT(Over The Top, 좋은 뜻이다) 업계 모바일 UX를 선도하고 있다. 컨텐츠 외의 비결은 모바일 경험에 대한 투자다. 넷플릭스는 PC나 TV로 서비스를 하면서도 모바일 넷플릭스 시대가 열릴 것임을 예측했다.
넷플릭스가 처음 예측한 사용자 행동 패턴은 연결성(커넥티비티)이다. 결국은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의 패턴을 파악해보니 사용자가 연결이 잘 안 되면 답답해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드라마 등을 볼 때 시청을 중단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30시간에 달하는 영상을 데이터 사용량 2기가 미만으로 볼 수 있도록 용량 설계를 변경했다. 같은 영상이지만 모바일용 영상에는 이러한 인코딩이 아예 들어가 있다. 모바일에서 영상을 켰을 때 적은 로딩으로 빠르게 켜지고, 점차 화질이 좋아지는 비결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영상 중 추천을 위해 흔히 알려진 넷플릭스식 분류 외에도 모바일 미리보기와 저장 기능을 제공한다. 넷플릭스식 분류는 인구통계학적인 분류보다는 컨텐츠 선호도에 따라 군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인구통계학적 분류보다 컨텐츠 수용도가 비슷한 사용자끼리 묶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 사는 제임스 존슨 씨(지어낸 것이다)가 K-POP 걸그룹과 마블 영화를 좋아한다고 치면 제임스 존슨 씨는 이종철 씨와 비슷한 분류에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이건 지어낸 것이다. 믿어달라. 넷플릭스는 이 분류를 위해 직원들이 직접 영화나 드라마를 모두 보고, 스프레드시트에 태그를 직접 붙여 컨텐츠 관 연관성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노가다다. 직원들도 몰랐을 것이다. 넷플릭스 취직한다고 자랑했는데 노가다할 줄. 물론 머신 러닝도 적용돼 있지만 이러한 수고스러움이 사용자에겐 장점으로 돌아온다. 영혼의 짝 제임스 존슨 씨를 찾을 수 있으니까(실제로 찾아주진 않는다).
모바일 미리보기는 영상을 고르기 어려운 이들에게 미리보기를 잠깐 제공하고, 이를 소셜 미디어처럼 넘겨보기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저장 기능은 에피소드를 미리 저장해놓고 보는 것이다. 이를 업그레이드한 것이 스마트 저장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들을 모두 제공하는 건 굉장히 단순한 이유다. 쏟아지는 넷플릭스의 영상을 아무 기기로나 편하게 보게 하기 위해서다. 통신 요금에도 굴하지 않고 보라는 것이다.
목표는 많은 에피소드 중 볼만한 것을 빠르게 찾아보게 하는 것
스마트 저장 출시 즈음하여, 제품 혁신 담당 디렉터 캐머런 존슨(Cameron Johnson)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아래는 그와의 Q&A를 정리한 것이다.
Q. 저품질 와이파이에서는 다운을 다 못 받을 수도 있다. 만약 다 못 받으면 다른 와이파이 네트워크 연결됐을 때 다시 받는 건지. 받은 만큼은 볼 수 있는건지 궁금하다.
A. 자동으로 제대로 된 와이파이 커넥션일 때 재개된다. 만약 다운로드를 완전히 받지 못했다면 시청할 수 없다. 데이터 인코딩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돼 있다.
Q. 다운로드는 하나씩만 할 수 있나.
A. 본 개수만큼 자동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해진 용량 이상은 다운받지 않는다. 사용자 통계를 두면 두세개 정도만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많다. 다수에게 잘 맞을 것으로 본다.
Q. 다운로드를 지원하지 않는 에피소드도 지원을 시작할 것인가. 지난 시즌을 스마트 저장으로 보고 있었다면 다음 시즌도 이어서 스마트 저장하는지도 궁금하다.
A. 스트리밍만 가능하도록 계약된 컨텐츠는 다운로드를 지원하지 못한다. 앞으로는 대부분 계약을 통해 저장을 지원할 것이다. 초기 오리지널 시리즈는 다운로드 불가한 경우가 있었지만 새로 나온 컨텐츠는 모두 저장된다. 시즌별 자동 스마트 저장 기능은 지금은 제공하지 않는다.
Q. 전체 에피소드를 다 시청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
A. 스마트 저장 끄고 원래대로 매뉴얼 다운로드를 하면 된다. 아이의 경우 계속 같은 걸 다시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다운받아 보는 경향이 훨씬 높다. 이 패턴에 맞춰 스마트 저장을 출시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원래 가진 철학대로 프로그램은 한 시즌을 끝까지 지원할 것이니 대부분의 경우 스마트 저장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스마트 저장와 관련된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전략은 무엇인가.
A. 기본적으로 영상을 잘 보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 휴대폰은 몇 가지 제약점이 있었다. 접속이 불안정하거나, 요금이 많이 나오거나 데이터를 충전해야 하는 등의 문제다. 언제든지 좋은 컨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기기로 보도록 하는 것이 비즈니스 전략이다.
Q. 통신 속도가 나라마다 편차가 있는데, 글로벌 시청 경험을 통일할 수 있나.
A. 디바이스 속도 네트워크 속도 등은 국가별 차이가 있으나, 통계적으로 일반적인 수준이 있긴 하다. 일관성 있는 유저 패턴이 있으므로 여기에 맞춰서 설계한다. 특정 시장에서 자막 작동이 다른 등 특별한 경우도 있다. 이런 데서 배운 혁신을 전 세계 유저들에게 적용한다.
Q. 저장 기능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 시장은 어디인가. 가장 속도가 낮은 디바이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구체적인 데이터 공개는 정책상 하지 않는다. 어떤 국가에서든 편차는 있다. 미국만 보더라도 최첨단 디바이스와 저가 기기가 모두 존재한다. 각 부분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고 TV와 PC 웹을 포함한 모든 기기에서 같은 영상 시청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저장 공간 용량은 유저 본인이 직접 설정할 수 있나?
A. 그렇지 않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폰의 용량을 얼마나 설정할지 매번 고민하기보다는 좋은 컨텐츠를 찾는 데 시간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앱 경험을 심플하게 만들기를 원한다.
Q. 넷플릭스가 고객의 편의성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좋은 컨텐츠를 잘 찾고 선택할 수 있는 것.
Q. 각국 OTT 플레이어들이 넷플릭스보다 사용성 면에서 더 뛰어난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각 시장마다 여러 요건을 경청하고 있다. 글로벌한 정책이지만 각 시장에 귀를 기울이겠다. 여러 사무소가 있지만 제 팀의 동료는 지난 일주일 동안 방콕, 도쿄, 뭄바이를 방문하며 소비자 피드백을 받는 중이다. AB테스트 역시 글로벌 전체 대상으로 시행한다.
Q. 새로운 기능을 언제 한번씩 내놓을 생각인가.
A. AB테스트 결과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반응이 나왔을 때 하는 것이다. 특별히 정해놓은 시간은 없다. AB테스트 역시 몇 개월 만에 끝날 때도, 몇 년에 걸칠 때도 있다.
Q. 스마트 TV에도 스마트 저장 기능을 적용할 수 있나.
A. 모바일용으로만 적용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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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교훈: 아이언피스트는 절대 보지 말아라!
누구십니까
얼마 전에 넷플릭스 가입해서 보고 있는데 많은 정보들이 유용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글이 참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