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앞에서 자존심 꺾는 글로벌 공룡들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IT업체들의 입맛은 씁쓸하다. 인구 14억명에 달하는 엄청난 시장이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비즈니스가 통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엄두를 내지 못할 국내외 기업 차별적 규제를 중국 정부는 거리낌 없이 만든다. 외국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흔하다. 내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외부와의 단절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중국에서는 차단돼 있다. 구글은 8년전 검색이 중국에서 차단되자 중국 시장을 떠난 바 있다.

그런 구글이 최근 흥미로운 행보를 보였다. 구글은 이달부터 중국에서 ‘파일스 고(Files Go)’라는 앱을 중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파일스 고는 스마트폰 저장공간을 관리할 수 있는 앱이다. 주위 사용자와 파일을 주고 받을 수도 있다.

구글 서비스의 중국 출시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앱이 출시되는 채널이다. 구글은 파일스 고를 바이두, 화웨이, 텐센트, 샤오미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플레이가 아닌 다른 앱 마켓을 받아들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중국에는 구글 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중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구글 플레이가 아닌 중국 업체의 앱 마켓만이 존재한다.

구글이 중국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구글은 지난 해 3월부터 구글 번역 앱을 중국에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 번역 앱은 중국의 앱 마켓이 아닌 APK 파일을 서버에서 직접 다운로드 해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APK를 직접 다운로드 하는 것은 멀웨어 등에 감염되 우려가 있다고 외쳐온 구글로서는 다소 쑥스러운 행보였다. APK 파일 제공, 타 앱 마켓 등재 등 구글의 기존 정책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중국에서는 하고 있다.

다른 앱 마켓을 통해서라도 중국 시장을 노크하는 움직임이 일회성은 아닌 것 같다. 구글은 지난 달 말 증강현실 플랫폼 AR코어 샤오미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샤오미 앱스토어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중국에 다시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구글이라도 자존심을 꺾고 중국 정부에 구애를 펼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시장 앞에서 자존심을 꺾은 것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 해 중국 정부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가상사설망(VPN)’을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통해 반정부적이거나 자체적으로 유해하다고 판단한 검색 결과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이 중국에서 접속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검열을 피하기 위해 중국인들은 VPN을 이용해왔다. 애플은 중국 이용자들이 VPN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자유를 지원해왔다. 그런 애플이 VPN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는 것은 중국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그동안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었다. 총기 테러 용의자의 휴대폰 잠금을 풀기 위해 백도어를 만들어 주라는 법원의 명령도 거부했었다. 그랬던 애플이 중국 정부의 이용자 검열에는 협조한 셈이 됐다.

아무리 구글·애플이라도 막대한 실리 앞에서는 명분을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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