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라는 전장을 회피한 HPE가 향하는 곳 ‘엣지 컴퓨팅’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IT업계는 클라우드 전쟁을 펼치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용 IT 회사들은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클라우드 기업으로 전환됐으며 IBM, 오라클, SAP, 시스코 등 엔터프라이즈 IT업계를 호령하던 기업들은 모두 클라우드에 ‘올인’을 선언했다.

이런 흐름에 반하는 행보를 취하는 거의 유일한 기업으로 HPE를 꼽을 수 있다. HPE는 2016년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접었고, 오픈스택 클라우드파운드리 등 클라우드 관련 기술력과 인력을 SUSE에 매각했다. 오픈스택과 클라우드 파운드리 관련 기술을 매각했다는 것은 클라우드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픈스택은 인프라서비스(IaaS)를 위해, 클라우드 파운드리는 플랫폼 서비스(PaaS)를 위해 확보해뒀던 기술이다.

HPE는 모두가 가는 클라우드라는 목표에서 벗어나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지난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PE의 연례 고객 컨퍼런스  ‘HPE 디스커버 2018’에서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 행사에서 나타난 HPE의 핵심 키워드 세 개는 ▲인텔리전트 엣지중심 (Edge-Centric) ▲클라우드 지원(Cloud-Enabled) ▲데이터기반 (Data-Driven)이라고 꼽을 수 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인텔리전트 엣지중심’이다.  HPE의 안토니오 네리 CEO는 “4년간 인텔리전트 엣지에 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IT기업이 흔한 투자 발표와 다른 의미가 있다. HPE는 한동안 기술투자와 R&D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창업자들은 기술자였고, HP는 실리콘밸리에서 전세계 기술을 이끌던 회사였는데 언젠가부터 기술과는 멀어졌다. 경영자들은 기술보다는 MBA 출신이 주로 맡았다.

그런 점에서 최초의 여성 CEO인 맥 휘트먼 이후 올초 부임한 ‘안토니오 네리’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20년 넘게 외부에서 CEO를 영입해오던 관습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내부 인물을 승진 발탁했다. 안토니오 네리 CEO는 기술자 출신으로 HP에서 20년을 근무한 인물이다.

이번 HPE 디스커버 2018는 네리 CEO의 첫 데뷔 무대였는데, 그는 그 자리에서 “엣지 컴퓨팅에 40억달러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다시 기술 경쟁력으로 앞세우는 기업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라고 할까?

기술 투자 대상으로 엣지 컴퓨팅을 선정한 것도 의미있다. 세상은 클라우드 중심으로 흘러간다.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는 상당부분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IT의 발전은 ‘엣지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필요성을 이끌고 있다. 엣지 컴퓨팅이란 네트워크 말단(엣지)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는 시도다. 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수없이 많은 단말기에서 데이터가 쏟아지는데 이 데이터를 직접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중앙의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네트워크 말단에 초소형 데이터센터를 세워두고, 여기서 1차 처리된 데이터를 중앙의 클라우드로 연결하는 것이 엣지 컴퓨팅의 역할이다.

HPE가 엣지 컴퓨팅에 4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은 향후 엣지 컴퓨팅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하는 것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2년에는 75% 이상의 기업 데이터가 엣지에서 생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미 주도권을 놓친 못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아웅다웅 싸우기 보다는 엣지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전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HPE는 단순히 엣지 컴퓨팅이 아니라 ‘인텔리전트 엣지’를 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엣지 컴퓨팅은 자율화 자동화가 필수적이다. 도처에 있는 엣지마다 IT운영자와 관리자를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컴퓨팅 시스템과는 달리 ‘인텔리전트’가 필수적인 것이다.

한국HPE 함기호 사장은 “HPE 아루바 네트워크 솔루션과 서버를 핵심 인프라로 삼아 AI, 머신러닝, 자동화, 보안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고 클라우드 아키텍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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