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문재인 대통령님, 네거티브 규제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승차공유 서비스 풀러스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대표는 사임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재 직원이 50명 정도인데, 이중 30%만 남긴다고 한다. 아까운 스타트업 하나가 또 이렇게 사그라진다.
풀러스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단순히 사업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 규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될 듯 보인다.
풀러스는 지난해 11월 이용자가 직접 출퇴근 시간대를 설정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운전자가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제도인데, 출근 4시간, 퇴근 4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기존 풀러스 이용 시간은 오전 5시~오전 11시, 오후 5시~오전 2시의 출퇴근 시간으로 제한됐었다.
현행 ‘여객운수사업법’에는 출퇴근 시간에 자가용으로 유상 운송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풀러스는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출퇴근 시간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법에 출퇴근 시간이 명시되지 않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풀러스의 착각이었다. 서울시는 풀러스의 출퇴근 시간 선택제가 위법하다며 고발했다. 풀러스는 택시업계의 공적이 됐다. 풀러스의 대표와 임직원들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택시업계와의 갈등, 규제와의 싸움에 지쳐갔다.
풀러스가 도발적으로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한 것은 아마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이 됐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IT업계에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모든 것을 허용하고 금지할 것만 명시하는 규제방식을 말한다. 이전까지 명시된 것만 허용되고, 나머지는 다 금지되는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따랐다.
‘네거티브 규제’라는 기조를 따른다면 ‘출퇴근 시간 선택제’는 일단 허용이 됐어야 했다. 법에 출퇴근 시간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명시되기 전까지는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불법 서비스라는 낙인이 찍혔다.
어떤 투자자가 불법 서비스에 투자할 것이며, 어떤 이용자가 불법 서비스를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을까. 결국 풀러스는 무너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풀러스 사태가 창업가들의 도전정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혁신 서비스는 전통산업과의 갈등을 야기한다. IT를 통한 혁신은 파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가 극렬하게 풀러스를 반대했던 이유다.
갈등국면에서 정부는 전통산업 편을 든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전통산업 종사자가 숫자도 많고, 조직력도 세기 때문일 것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에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토론 한 번 하지 못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콜버스가 규제의 쓴 맛을 봤고, 이번에는 풀러스가 이어받았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조차 카카오택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보려 했지만, 국토부는 단칼에 베어버렸다.
더이상 국내에서 교통시스템을 혁신하겠다고 덤빌 창업가가 나올까? 이런 현실에서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등장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