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의 폭탄 발언, 취지는 좋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IT산업계가 뜨겁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그룹의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몰아주기 하는 행태는 더 이상 반복되서는 안된다”며 “(총수일가 지분을 팔지 않으면) 공정위 조사·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초법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개인의 지분을 팔라말라 할 권한이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법적으로 강제할 내용은 아니다. 사적 재산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협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IT서비스 일감몰아주기, 현재진행형인가?

김상조 위원장이 초법적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고 말폭탄을 던진 것은 실제 일감 몰아주기가 워낙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급된 네 업종을 통한 일감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총수일가 재산증식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 사례로 SK그룹을 들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개인회사나 다름없던 SK C&C를 통해 그룹전체를 물려받았다. SK 그룹의 정보화 물량을 SK C&C에 몰아주고 SK C&C는 수익이 나는 대로 (주)SK의 지분을 확보했다. 결국 SK C&C 가 (주)SK를 지배하면서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됐다. 이후 (주)SK 와 SK C&C가 합병해 하나의 회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은 자연스럽게 SK그룹을 상속받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좀 달라지는 중이었다. 새 정부 들어선 이후 상당수의 재벌이 IT서비스 회사를 통한 사익 편취 구조를 해소하거나 조종해 나가는 중이었다.

SK C&C와 유사하게 편법승계 계획을 실천하던 한화그룹은 새 정부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보유했던 한화S&C를 물적분할해서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게 했다. 기존 한화S&C를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 나누고 총수일가는 에이치솔루션 지분만 취했다. 한화S&C는 한화시스템과 합병을 했으며,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의 지분 26.1%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총수일가가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시스템의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한화그룹과 비슷하다. 롯데정보통신을 투자부분인 롯데아이티테크와 사업부문인 롯데정보통신으로 물적 분할했다. 롯데아이티테크가 롯데정보통신 지분을 100% 소유하면서 롯데정보통신에 남은 총수 일가 지분은 없어졌다. 이후 롯데지주가 롯데아이티테크를 포함한 6개 비상장 계열을 흡수합병하면서 순환출자 구조도 해소했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9.2%를 비롯해 이부진•이서현 사장(각 3.9%), 이건희 회장(0.01%) 등 총수 일가가 17.01%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 역시 정의선 부회장이 전체의 19.46%를 갖고 있다. 삼성SDS와 현대오토에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총수일가가 2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LG그룹의 경우 LG CNS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이 없다.

■ IT서비스는 비핵심 계열사인가

IT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시대를 읽지 못하고 있다. IT서비스 회사를 “비핵심 계열사”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혁신해야 한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는데, 그룹 내에서 이를 담당할 IT서비스 회사를 비핵심 계열사로 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구시대적이다.

IT서비스 회사는 한국 대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중심회사가 돼야 한다. 그룹내 모든 기업이 자체적인 역량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모든 계열사가 AI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축해서 사물인터넷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기위해서는 이런 일을 맡아줄 계열사는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국내 대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해외 기술에 완전히 의존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삼성SDS, LG CNS, SK주식회사(C&C) 모두 더이상 계열사 시스템운영이나 대신하는 회사가 아니다.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계열사나 관계사에 전파하는 첨병이다.

이런 점에서 IT서비스는 이미 핵심 계열사이며, 현재 아니라면 더욱 핵심 계열사가 돼야 한다.

만약 아마존이 유통만을 핵심 비즈니스로 정하고 IT시스템 개발운영을 남에게 맡기거나 비핵심 엄무로 취급했다면 현재의 AWS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정부조차 국가정보자원관리원(옛 정부통신전산센터)를 만들어 이를 통해 국가 IT전략을 수립하고, 정보화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스타트업만 키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통기업의 IT기술을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강한 언어로 기업에 긴장감을 주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단순한 긴장감이 아니라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삼성SDS의 경우 주가가 폭락해서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김상조 위원장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IT서비스 기업의 지분을 총수가 사적으로 보유하고, 그룹내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총수가 사적 이익을 편취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를 막아내는 것은 공정위의 역할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라는 목표는 달성돼야 하지만 방법은 법에 기반해서 신중하고 엄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협박과 같은 방법으로 목표가 달성된다고 해도, 이후에 협박과 같은 방법으로 다시 무너질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4 댓글

  1. 기사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IT는 비핵심 계열사가 아니니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조치는 합당하나 비핵심 계열사라고 불리는 것이 억울한지 말입니다.

    핵심이건 비핵심이건 IT업계에서 솔루션 인건비의 통행세를 받으며 고객과 실제 서비스나 제품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응당히 가져가야 할 부분을 부당 편취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의 IT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게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요?

    IT가 중요하다면 이 지점을 지적하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시대를 읽지 못한다고 기사를 낼 것이 아니라 이 기사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지를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1. 안녕하세요. 의견 감사합니다. 다만 ‘이번 조치’라고 말씀하신 조치 같은 건 없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어떤 정책적 조치를 취해서 논란이 된 것이 아니고 협박성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된 것입니다. 이 기사는 이런 법적 근거 없는 발언은 문제가 있고, 그 발언 배경에 깔려있는 디지털에 대한 무지에 대한 지적입니다.
      기사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2. IT 계열사를 비핵심 계열사라고 폄하(?)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 일 수도 있지만,
    대기업의 기준에서 봤을때 오늘날 IT 계열사들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그 계열사가 핵심계열사라고 하진 않지 않나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뭐 삼성의 핵심은 삼성전자, LG의 핵심은 화학과 전자, SK는 텔레콤과 하이닉스 등 기업들만의 일반적인 핵심계열사 이외의 계열사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그걸.. 굳이 IT 계열을 비핵심 계열사로 본 김상조의 시각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되지 싶습니다.

    더불어 김상조가 총수 개인의 지분을 팔아라 말아라 할 법적 근거도없고, 말씀하신대로 초법적인 발언일지도 모르나 기사에도 나와있듯이 그간 대기업 총수들이 거의 개인회사다 시피한 IT계열사를 통해서 일감을 몰아주고, 승계를하고 했던 점으로 미뤄볼때 계열사 자체의 선의(?)와는 별개로 악용되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일감을 몰아주는것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정위 제재대상이 될수 있다라고 이야기 한 것은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로는 충분히 할수 있는 말 아닐까요?

    어디 다른 사람한테 팔라고 하나요? 특정 기업의 IT회사면 그 회사가 오너의 지분을 사들이면 그뿐입니다. 기사에서 언급하셨듯이 총수일가가 20% 이하 지분만 보유하면 그만입니다.

    1. 안녕하세요. 의견 감사합니다. 님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김상조 위원장이 “일감을 몰아주는것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정위 제재대상이 될수 있다”고 말했으면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공정위가 법적 권한을 가진 일이고, 응당 해야할 일이니까요.
      총수일가가 20% 이하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공정위가 감시해야 할 것은 총수일가의 지분자체가 아니라 일감몰아주기거든요. 올바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가 하는 모든 일이 올바른 것은 아닙니다.
      삼성SDS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20%가 넘지 않는데 김 위원장 발언으로 소액주주들이 주가하락이라는 폭탄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