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당 갑서양] 3일차 일기-서울은 불금이라며?

바이라인네트워크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월 한 달 간 제주에 왔습니다. ‘놀당 갑서양’은 제주 방언으로 ‘놀다 가십시오’란 뜻입니다. 여기에는 한 달 간의 제주살이 뒷이야기, 혹은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픈 얘기를 매일매일 사진 일기 형식으로 적습니다. 서너줄 정도 짧은 글일 때도 있을 테고, 꽂히면 길게도 갑니다. 모든 글감과 사진은 당일 산지 직송한 신선한 재료만 사용합니다. 독자 여러분, 바이라인네트워크에 오셔서 제주 일기 읽으시고 놀당 갑서양!

점심 손님 폭풍이 한 차례 불고 난 후 가게 안.

2018년 5월 4일 금요일, 날씨 차 안에서는 뜨겁고 밖에서는 시원함

선생님들, 서울은 불금이라면서요? 여기는 저녁 8시부터 깜깜합니다. 저는 여기 와서 처음으로 취했습니다.

그렇지만 술 마신다고 일기를 빼먹을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노트북을 주섬주섬 꺼냈습니다. 하아… 학교 다닐 때도 방학 숙제로 일기를 내본 적이 없는데…(아니면 몰아쓰거나요), 제 인생 이렇게 솔직한 콘텐츠는 이 일기 시리즈가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여튼, 여러분. 아까 안 취했을 때부터 여러분이랑 오늘 점심 때 본 식당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늘 점심에 제가 찾은 식당은 관광객이 아닌, 이 동네 주민이 주로 찾는 맛집이라고 합니다. 밖으로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도, 사장님은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아마, 이 식당 사장님은 늘 보는 풍경이겠죠.

가게 안으로 빈 자리가 꽤 많이 보입니다. 그래도 상을 치우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가게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일하시는 분이 딱 두분이네요. 아마도 부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동석한 지인이 말합니다. 이 분은 서울에서 내려와 제주에 정착한지 4년 된 직장인입니다.

“서울에서는 돈을 많이 벌려면 테이블 회전이 중요하잖아요, 제주는 그렇지 않아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 만큼 일하고 그 리듬대로 사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분이, 이 리듬에 익숙해지는데 1년 반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렇죠, ROI 따지는 서울 사람들은 당장 이해 못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저도 그렇거든요.

행복의 기준은, 아마도 삶의 방식에 따라 그 나름대로 다르겠죠. 그리고 이 제주가 부러워지는 것은 아마도 제가 여행객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죠. 많은 고민이 드는 날입니다.

어쩌면 제가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쌓을 수 없는 부 대신, 다른 측면에서 가져갈 수 있는 행복이 있지 않을까요, 독자님들 저 서울 가면 같이 한잔하면서 얘기해보아요.

[제주=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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