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타트업 토크콘서트, 어떤 이야기 오갔나 풀스토리

제주는 지금 시끄러운 섬이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사회 기반 인프라는 약하다. 유입인구 증가 대비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스타트업을 가로막는 규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제주의 스타트업이 지역을 혁신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제주에선 어떤 혁신이 가능하며, 또 어떤 혁신이 필요할까? 24일 제주시 카카오스페이스닷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제주 아카데미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육지 사람 다섯, 섬 사람 넷의 발언을 방청객 입장으로 들어봤다.

토크콘서트는 사단법인 제주스타트업협회(JSA)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주최한 것으로, 제주의 4차산업혁명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역할과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논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제주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며,  나머지 하나는 ‘제주를 혁신하게 만드는 법’이다.

토크 참여자는 사회를 맡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부터 김봉진 코스포 의장(현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태호 풀러스 대표,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남성준 다자요 대표, 소준의 카일루아 대표(이상 사진 오른쪽부터)다. 사진 아래에 패널의 발언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주제1_ 제주에서 혁신을 만들어 내는 방법

윤형준 제주패스 대표(제주스타트업협회장)

제주의 고민은 산업재편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개념으로 농수산업이 전체의 12%, 서비스업이 70%를 차지한다. 제조업은 2%에 불과한 구조다. 서비스도 요식업이나 카페 위주라 양질의 고용 창출이 어렵다. 젊은이들이 모두 제주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많은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이 제주에 온다고 해도 인재가 없으므로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다. 제주 청년이 밖으로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문제를 풀 해결책 중 하나가 규제 철폐라고 본다. 제주는 특별자치도라는 위상이 있으므로 어느 곳보다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 혹자는 인구 68만명밖에 안 되는 섬에서 무슨 플랫폼 사업을 하냐고 하겠지만, 관광객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1700만명 인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13억 대국이 지리적으로 근처에 위치했다. 충분히 좋은 사업의 여건이 된다. 제주스타트업협회로 뭉친 것도 혼자 이야기하면 안 들어주고 외롭기 때문이다. 한 목소리를 내서 듣게끔 하는 과정에 있다. 미국 피츠버그시가 한 사례다. 피츠버그는 오랜 철강도시지만 이제는 철강이 쇠퇴했다. 그 위기를 자율주행차로 풀었다. 우버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피츠버그로 오면서 고연봉 개발자가 이 도시로 몰렸다. 규제 하나만 풀어도 그렇게 지역이 살아난다.

구태언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특허지원단장, 테크앤로 대표)

정부나 국회도 규제 혁신의 대원칙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해답이 나오지 않고 표류한다. 각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파워 엘리트들이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결국 규제가 혁신되는 걸 지연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걸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정부가 할 일이 두 가지라는 것이다. 하나는 ‘미래는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는 대원칙에 대한 공감대’다. 아울러 이해관계자들의 서로 다른 입장을 조정하고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갈등이 심해지면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국회도 어느 현안에 찬반이 갈리면 합의가 어려워 아젠다가 뒤로 밀린다. 그러다보면 5년, 10년이 금방 간다.

제주에선 에어비앤비 때문에 지역 숙박업자의 권익이 침해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위법을 방치하는 현상인데, 이렇게 두면 숙박 공유하는 일반 국민만 다친다. 제주에서는 시스템 콘트롤이 가능할 것 같다. 가능한 선에서 합의를 해서 외국계 플랫폼의 진출이나 미래 시대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을 작게라도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자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사회)

이번 정부가 규제 혁신에 진정성은 있지만 속도가 안나고 더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김태호 풀러스 대표가 고통받는 스타트업의 아이콘처럼 됐다(방청석 웃음). 라이드셰어링 문제를 풀자는 해커톤이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는데, 김태호 대표가 이에 대해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

풀러스에 ‘왜 프로모션 쿠폰을 안주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규제 문제가 불거진게 지난해 12월이나 벌써 반년이 넘었다.  지금은 (생존을 위한) 버티기 모드로 전환했다. 규제 개선이 될 때까지 투자 재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 출신이라 제주에서 3년하고 반을 살았다. 제주의 강점은 실제로 중국과 일본, 서울이 한두시간내 거리에 있다는 거다. 그만큼 모드 전환이 쉽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제주에는 오래된 차가 많다. 경차 보급률도 높다. 그만큼 자동차가 제주 생활에 필수 요소란 뜻이다. 그래서 교통난, 주차난이 문제다. 버스 체계가 개편됐지만, 아직도 제주는 버스로 이동하기 힘든 구조다. 라이드셰어링이나 카풀을 적용하면 숨통이 트일 영역 있다고 본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을 찾아보니, 법의 골자가 제주가 하겠다면 우선 기본적으로 해볼 수 있게 돼있다.  제주 특별자치도가 가진 자치 범위 안에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해보기 어려운 테스트를 해본다면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충돌이 실제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지 알아볼 수 있을 거다.

소준의 카일루아 대표

서귀포에서 있다보니 거기에 특정해 이야기 하겠다. 데이터의 관점에서 보면 서귀포에서 4차산업혁명을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와이파이 통해서 접속한 관광객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는 점은 좋다. 그러나 그 외에 데이터로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우리 데이터도 공공에 올리고, 공공의 데이터도 스타트업이 잘 쓸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제주에서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게 기본 인프라를 갖추자.

남성준 다자요 대표(제주스타트업협회 부회장)

서울에 살다가 제주로 돌아온 리턴족이다. 돌아와서 느낀 것이 공무원이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스타트업이 제주에서 일하기가 조금 더 편할 것 같다. 제주도 관광정책만 보더라도, 제주에 여행오는 사람처럼 항공권과 렌트카, 숙소 등을 예약해본 사람이 정책을 짜는 것이 아니다. 제주의 자기 집에서 살고 자기 집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이 관광 정책을 짠다. 제주의 공무원은 단 한번이라도 제주에 여행와 본 적이 없다. 그들에게 제주는 일상이다. 서울에선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었는데, 3년 전에 돌아와보니까 제주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를 잘 모르더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 이런 서비스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다. 제주 청년이 서울에 올라가서 이런 경험을 갖고 다시 내려와야 한다.

공무원은 어디로 연수를 보내야 할까?(방청석 웃음). 여기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 공무원이 정책을 펼때 가장 겁을 내는 게 감사다. 그들이 도전해서 실패했을 때 위에서 “잘했다”고 하면서 도전을 독려해주면,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더 용이하지 않을까?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훌륭한 개발자가 있어도 비자 문제로 채용을 못한다. 이런 부분부터 풀어보자. 이 문제는 기존 육성 정책과 맞물려 있어서 그런 것인데, 30년 전에  육성 해야 할 산업이 이제는 보호해야할 산업이 된 문제가 반영 안됐다. 예컨대  제주 어촌에 스리랑카 어부들이 일한다. 그러나 스리랑카 개발자는 없다. 우리는 왜 스리랑카 개발자를 안 뽑고 어부만 뽑을까? 그 쪽은 취업 장려 많다. 허드렛일 외국인 시키고 우리가 인재라고 생각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 디지털노마드 비자이든, 개발자 비자이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재 문제에 있어서, 제주에 국제 학교가 생겼다. 그리고 육지의 기업도 이전해 왔다. 그렇지만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다. 국제 학교 아이들은 영어도 잘하고 유학도 다녀온다. 이들이 5년 뒤, 10년 뒤에 제주에 돌아와 기여하고 싶을까? 바로 여기에 제주의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인재에게 제주라는 공간이 공급자 공간인가 생산처인가, 아니면 우리가 많은 B2C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시장이냐 아니냐를 알려야 한다. 그 시장의 특성이 어떤 것인지 알려줘야 한다. 아직은 아젠다가 특정되지 않았다. 모든 아젠다를 다 안을 수도 품을 수도 없다. 애매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초점이 없이 다 완화된다는 게 좋은 건 아니다. 메이커스 성지가 된 뉴욕을 보듯, 제주도 한 키워드가 성공해 그 성공이 다른 키워드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주제2. 제주를 어떤 모습으로 혁신할 수 있는가?

최성진 대표

왜 스타트업 손을 들어줘야 하냐고, 중립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스타트업의 손을 든다는 것은 여러 이해당사자 중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으로인한 혁신이 우리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그쪽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혁신 기업이 가장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혁신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으로 생겨난 이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옳다.

명승은 대표

지금의 트렌드는 이해관계자를 양산하고 동참시키는 데 있는 것 같다. 대기업들이 모두 스타트업을 육성한다고 뛰어들고 있다. 미래 담보는 스타트업이 하는 것이고 현재 담보는 대기업의 역할이라면, 지역사회도 그 구조가 똑같다고 본다. 지역사회민들이 지역 펀드를 만들어서 육성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하고 협력하기 위한 펀드를 빨리 만들어서 그들 속내를 속속들이 알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이해관계자가 되어야만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구태언 변호사

기존 벤처투자자(VC) 시스템에서 적절한 투자자를 LP로 모집하는 시스템은 유지하는 게 좋을 듯하다. 블록체인과 관련해 말하고 싶다. 제주도에서 시도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프로젝트가 있어 보인다. 암호화폐 거래가 투기로 변질된 부분이 있는데, 제주도 차원에서 유망한 블록체인 기업이 기술을 선도하고 세계를 상대로 투자자를 모집하며 투자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사후관리까지 하는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중앙정부는 몰라도 제주는 가능해 보이는 게 여기는 특별자치도지 않나. 중앙정부는 암호화폐를 규제 밖으로 밀어 내놓은 상태다. 지금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규제 공백상태다.

윤형준 대표

제주도에 블록체인 특구 조성된다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제주의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육지와 해외에서 더 관심이 많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박세리 키즈들이 엄청나게 잘 하고 있다. 아마 10년 뒤엔 테니스에서도 엄청난 선수가 나올거다. 부모가 어느 쪽에 관심을 갖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몇천억원씩 벌었다고 하면 부모들이 다 아이를 스타트업 시킬 거다.

제주 4차 산업혁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데 제주도에서 만약 다룬다고 하면, ‘4차 산업’이라는 키워드가 너무 방대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범 국가적 아젠다이므로 그중에서 제주가 어떤 역할을 할까에 포커스를 둬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원칙은 잘하는 거에 집중해야 한다. 70% 가 관광이라면, 거기에 집중해서 이야기 하는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 올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공항에 다 한국 사람이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다 중국인이고 서양인은 별로 없다. 제주도에서 국제선을 타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제주가 국내 관광객으로 계속 간다면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소비력이 더 큰 나라의 사람들이 와서 일주일씩 묶는 경우가 늘어나야 제주에서 더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제주에서 불편한게 많을 것이므로 그걸 해결해줄 스타트업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드론을 좋아하는데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곳이 제주 밖에 없다. 서울은 다 비행금지 구역이다. 한강에 아주 작은 사이즈로 비행 구역을 만들어 놨는데 드론을 날리기만 하고 찍을 게 없다. 한번은 제주에 드론 여행을 온 적이 있다. 드론도 제주의 특화한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태호 대표

기본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좋은 인력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입도하는 인력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제주에 있는 국제 학교에 많은 이들이 지원하고 이들이 작은 도시를 이루듯이, 무엇보다 좋은 학교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대학교가) 좋은 위치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와 같은 과정보다는 스타트업,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교육 과정 있어서 인재가 조금 더 빨리 스타트업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구조 생각해봐야 한다.

제주의 가능성은 이미 봤다고 생각한다. 전국민이 쓰는 카카오의 본사가 제주가 있고, 스타트업 중 잘 알려진 ‘쏘카’가 제주 연동에 본사를 가졌다. 실제로 제주에서 리모트로 근무할 여건이 갖춰지고 있으므로 제주에서 시작한 서비스를 한국을 너머 아시아를  세계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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