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 노동조합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이유?

최근 한국오라클 노동조합의 파업이 IT업계의 뜨거운 화제다. 외국계 IT기업에 노조가 있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총파업까지 진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오라클 노조는 당초 기간을 정해놓고 파업에 돌입했지만, 회사 측과 제대로 된 교섭이 진행되지 않자 무기한 파업으로 전환했다.

외국계 IT 기업에 다닌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 계층이라는 의미다. 대부분의 오라클 직원은 고학력에 영어실력도 출중하다. 파업과 같은 거친 행위에 잘 나서지 않는 이들이 왜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나섰을까?

오라클아 멈추어다오”

한국오라클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면서 요구한 것은 ▲임금인상 ▲고용안정 ▲복지증진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네 가지다.

“오라클에서는 연봉을 올리려면 퇴사하고 재입사 해야해”라는 오라클 직원들의 자조섞인 농담을 종종 들었었다. 나는 이 말이 자학개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10년 동안 연봉이 1원도 오르지 않은 직원도 있다고 한다. 매년 물가는 오른다. 이 오라클 직원은 10년 동안 꾸준히 월급이 깎인 셈이다.”

오라클에는 연봉인상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다고 한다. 기본급에 성과에 따라 받는 개념이다. 할당된 실적을 채우면 계약된 연봉의 100%를 받는다. 영업직의 경우 기본급과 성과급의 비중이 5대 5다. 실적을 다 채우면 할당된 목표액은 올라간다.

물론 이런 임금체계가 오라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비슷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식 체계를 한국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오라클처럼 극단적인 회사는 거의 없다. 성과급 체계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연봉은 인상된다.

클라우드의 혁신은 ‘파괴적’

불합리한 연봉체계에도 한국오라클 직원들이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은 성과 자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오라클의 DB 소프트웨어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금융권의 필수품이었다. 한국오라클 고객이 아닌 대기업은 손가락에 꼽는다. 한국오라클은 이들을 발판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둬왔다. 많은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오라클은 클라우드에 뒤처졌다. DB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팔면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이 지나고 있다. 오라클은 위기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제품을 클라우드에 올리고 클라우드 방식으로 판매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다.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소수의 고객사에 비싼 제품을 파는 방식이 아니다. 인터넷 기업과 같은 방식의 사업을 펼쳐야 한다. CIO가 아닌 개발자들의 환심을 사야하며, 접대골프와 인맥으로 하는 영업이 아닌 온라인 마케팅과 세일즈를 해야 한다. 오라클과 오라클 직원들은 변해야 했다.

지난 해 한국오라클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16층에 설립된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 허브’가 이를 상징한다. 원래 한국오라클 직원들은 파티션으로 구분된 공간에서 양복정장을 입고 근무를 했다. 그러나 ODP 허브는 마치 구글 사무실처럼 꾸며졌다. 클라우드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오라클의 의지가 담겨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 과정에는 많은 이의 희생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지난 해 오라클을 떠난 직원이 100여명에 넘는다고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된 것이다. 고용불안을 느낀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노조의 교섭대상은 누구?

지난 16일 한국오라클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고 길거리에 나섰을 때 손에 든 피켓에는 “김형래 OUT”이라는 문구가 씌여 있었다. 김형래 씨는 한국오라클의 지사장이다. 김형래 사장이 한국오라클과 관련된 업무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한국오라클의 대표는 김형래 사장이 아니라 문건 대표다.

한국오라클 김형래 지사장

노조는 처음에 김형래 지사장과 교섭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사장은 법적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상대가 아니다. 교섭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문건 대표와 교섭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건 대표는 서류상 대표일 뿐이다.

한국오라클 노조의 교섭상대는 누구일까? 김철수 노조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교섭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오라클 홍보팀은 “정해진 법률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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