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길남 vs 빈트서프, 인터넷 아버지들의 미묘한 시각차

사단법인 C.O.D.E.와 오픈넷이 흥미로운 행사를 하나 마련했다. TCP/IP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칭송을 듣고 있는 빈트 서프 박사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해서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박사의 대담 자리. 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난 것이다.

빈트 서프 박사는 현재 구글의 수석 인터넷 전도사(Chief Internet Evangelist)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길남 박사는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아래는 두 아버지의 대담을 주제별로 정리한 내용이다. 두 사람 현재의 위치 때문인지, 약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흥미롭다. 특정 기업에 소속돼 있는 빈트 서프 박사는 아무래도 구글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었고, 자유로운 학자이자 시민인 전길남 박사는 좀더 비판적으로 현재의 인터넷을 바라보고 있었다.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전 박사가 전향적입장인 반면 서프 박사는 회의적인 느낌이었고, 가짜뉴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전 박사가 기업의 책임을 묻는 반면 서프 박사는 전향적이었다.

1. 블록체인 : 미래에 대한 기대 vs 현재 기술의 한계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 박사

빈트 서프 : 블록체인에 대해 저는 뚜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블록을 형성하는 속도가 한계가 될 수 있다. 현재 시스템은 수십 억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한계가 있다.  제 생각에는 블록체인이 마케팅에서 나온 용어가 아닌가 한다.

블록체인이 쓸모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 생각처럼 마술과 같은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록체인 형태를 보면 익명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익명성이 신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조작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상대방이 알고 싶다. 상대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중할 필요 있다고 본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

전길남 : 블록체인에 대해 제가 대중을 상대로 코멘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해서 보자. 암호화폐는 별도의 큰 토픽으로, 경제나 파이낸스 쪽과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재미있게 본다. 사토시 논문을 자세히 봤다. 누구라도 그런 스타일로 논문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사토시가 실제 운영 레벨의 엔지니어는 아닌 것 같다. (논문의) 블록체인은 실제 세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원래 인터넷도 그랬다. 웹도 처음 나왔을 때 형편 없었다. 그러다가 모자이크(최초의 상업용 웹브라우저)가 나오니까 웹과 합쳐서…

블록체인도 제대로 쓸 수 있는 그 레벨까지 갈까? 아무도 장담 못한다. 만약 된다면 웹을 대체 할지도 모른다. 5~10년 정도 안에 결론 나오지 않을까? 블록체인에 잠재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블록체인 역시 다른 기술과 경쟁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70억 인구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블록체인으로 묶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난민은 나라가 없고 여권도 없다. 이들에게 블록체인은 유용할 듯하다.

빈트 서프 : 동의하지 않는 차원에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블록체인을 디지털 서명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엔트리 정보가 허위인 경우에는 가짜 정보를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 난민의 경우 그 아이덴티티를 입력 전에 어떻게 검증하고 인증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다.  난민 문제는 (블록체인이 아니더라도) 공개키, 개인키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신원을 증명할 수 있다.

2. 망중립성 : 의외로 KT vs 구글 논리 대결

빈트 서프 : 망중립성은 국가마다 정의가 다를 수 있다. 미국에서 ISP가 광대역 접속 권한을 남용해서 자신의 (콘텐츠) 서비스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문제가 있었다. 사용자의 선택권을 줄이는 결과가 발생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 누구나 지연 없는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이제 6월 11일부터 망중립성이 폐지된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고, 소비자 보호를 막는다.

전길남 :  KT 임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데 그 비용을 한국 회사가 다 낸다고 한다. 트래픽을 보면 그 중 70%가 유튜브라고 하더라. KT는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는가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다. 트래픽을 차별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KT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구글과의 협상도 잘 안된다고 한다.

빈트 서프 : 이해가 안 된다. 구글은 심해에 광섬유 백본을 구축해 놓고 있다. 대부분 여기로 유튜브 콘텐츠가 전송된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캐시센터를 구축해 놓고 있다. 구글은 특정 국가의 망을 사용 안하고, 사설 망을 사용한다.

미러링도 한다. 한 번 자료 오면 같은 자료 액세스 할 때는 더 가져오지 말고 미러링에서 가져가라는 것이다. 아카마이와 같은 회사는 분산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았다. 캐싱 사이트를 전세계에 만들어 놓았다. 누군가 넷플릭스(또는 유튜브)를 본다면 아카마이 서버에서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3. 프라이버시 및 기술 남용 : 우려는 한 목소리,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

빈트 서프 : 사용자 입장에서 특정 회사가 어떤 정보를 생성하고 있는지, 이걸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은 사용자 정보를 (페이스북과 달리) 제3자와 공유하진 않는다. 어떤 광고를 보여줄지 정도만 파악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구글은 개인 사용자에 대해 프로필 만들고 제3자에게 판매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데이터 브로커지 구글은 아니다.

사물인터넷은 또 다른 프라이버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저희 집에 가면 각각의 방에 기기가 있다. 습도 온도 조명 밝기에 대한 정보를 5분마다 수집한다. 저희 집은 난방, 냉방이 효율적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제 3자가 취득하면, 우리 집에 몇 명이 사는지, 언제 비었는지 유추 가능하다. 온도라는 작은 정보가 이 경우 프라이버시나 보안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정보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우려해야 한다.

구글은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편집도 가능하다.

전길남 : 테크놀로지가 너무 앞서 갔다. 인간이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나. 한국, 중국, 일본은 기술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기술이 가고자 하면 쉽게 허용한다. 조금 근본적으로 이것이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윤리의식이다.

빈트 서프 : 인터넷 남용적 행위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범국가적으로 무엇이 허용가능하고 허용할 수 없는 행위인지 합의해야 한다.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버그가 있게 마련이다. 소프트웨어 작동 제대로 안하면 위험하다.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있는 걸 알면서 출시하는 건 윤리적이지 않다. 소프트웨어가 버그 없다고 보장하진 못하지만 버그를 픽스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더 중요하다. 생태계 전체에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장수하려면 프로그래밍과 비즈니스 수업에 반드시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전길남 : 60년대 말에 네트워크를 개발했을 때 하드웨어가 비쌌다. 시큐리티는 신경을 안썼다. 최고의 성능만 중요했다. 이제 인터넷이 없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남용과 시큐리티가 문제다. 밸런스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

이유는 시장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에만 열광한다. 긴 안목으로 보면 우리에게는 안 좋은 건데도… 사이버 범죄의 경제규모가 2020년이 되면 세계 전체 경제규모의 3~5%가 된다고 한다.

편리성과 안정성이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마켓이 이끌다보니까 자꾸 돈벌이만 중심으로 된다.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에게 좀 미안하다. 사이버 범죄, 다음 세대에 넘기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빈트 서프 : 오늘 거대기업이라고 해서 내일도 거대기업이라는 보장이 없다. 야후도 거대기업이었고, HP도 크게 성공하다가 지금은 좀 어렵다. IBM도 내가 65년에 입사할 때와 지금은 좀 다르다.  거대기업에 대한 우려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 기업이 영구적으로 거대 기업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자유, 행동의 자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선택과 행동에 자유가 없다면 문제다. 그래서 망중립성이 중요하다. 망 중립성이 없으면 개인 사용자의 선택권이 강요당한다.

4. 가짜뉴스 낙관론 vs 기술 우려론

빈트 서프 :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기술의 결과가 아니다. 기술을 남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가짜뉴스의 소스를 로봇이 만든게 아니다. 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의 남용을 어떤 한 회사와 혼동하지 말라.

사람들은 나쁜 콘텐츠를 거절하는 능력이 있다.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

효율적으로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툴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쓰도록 독려해야 한다.

저는 훨씬 더 낙관적이다. 공동체로 노력을 기울여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최근 구글 음성기술이 사람과 너무 똑같아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 전에는 없던 기술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능하다’라는 사실을 수용하고, 검증을 강화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검증 단계를 거친 후에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정보처리 방식에 새로운 역학관계가 생겼다. 우려는 이해한다. 그러나 표적은 대기업, 거대회사가 아니라 이 회사의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느냐, 제대로 서비스 제공하면 스스로 보호하고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전길남 : 오늘 현재는 기술이 파워풀 하게 돼 있는 상태다. 빅 비즈니스 때문에 기술을 악용할 수 있다. 밸런스 깨지기 시작하는거 같다. AI만 해도 “AI로 이거 할 수 있다 저거 할 수 있다”는 컨퍼런스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돈벌이 할 수 있다는 컨퍼런스는 매주 열린다. 그러나 그것만 있으면 안된다. AI를 어떻게 콘트롤 할 지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도 있어야 한다. 우리도 이제 어떻게 기술을 확보할지만 고민하는 모습에서 졸업해야 한다. 어떻게 잘 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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