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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내식당 메뉴 뭐야?”…라인웍스에 물어보세요

네이버를 알고 라인도 알아도 ‘라인웍스’는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을 거다. 라인웍스는 네이버 자회사인 웍스 모바일이 만드는 업무용 협업 도구다. ‘구글 G 스위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와 유사한 개념으로, 한 플랫폼 안에서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서작업, 파일 저장 등 일에 필요한 일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뼈대로 업무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붙여 협업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네이버 자회사인 웍스 모바일에서 만든 업무협업도구 ‘라인웍스’

국내에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잘 나가는 라인웍스다. 세일즈포스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일본에서 업무 협업 도구로 라인웍스를 쓴다. 일본은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잘나가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네이버가 국내서 라인웍스 영향력 키우기에 들어간다. 웍스모바일(대표 한규흥)은 지난 27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업무용 협업 툴인 ‘라인웍스’의 솔루션을 설명하는 제 1회 ‘라인웍스 디벨로퍼스’ 밋업을 가졌다.

밋업의 핵심은 라인웍스 플랫폼에서 움직이는 ‘챗봇’이었다. 최근 ‘챗봇’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카카오 같은 국내 IT 기업들도 공들여 발표하는 분야다. 이들의 타깃은 완전한 개인이 아닌 ‘기업’이다. 카카오의 경우도 최근 봇 시스템을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에 적용했는데, 대상자는 이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다. 고객 상담용 챗봇을 플러스친구 입점을 위한 호객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라인웍스의 타깃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슬랙과 영역이 겹친다. 사업장 안에서 업무 효율과 능률을 올리는 도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목표다. 슬랙도 최근 봇 시스템을 추가했다. 기업들이 내부 업무 시스템에 봇을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반복되는 업무, 질의를 봇에게 맡기고 구성원이 조금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라인웍스가 만든 봇의 특징은 어떠할까? 정덕범 웍스모바일 개발자는 라인웍스 봇의 특징을 “잘 만들어진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그릇이라는 것은 원래 무언가를 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자체가 복잡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이 말대로 라인웍스 챗봇은 그 자체로 자연어처리 라든가,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하고 있진 않다. 대신 봇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다른 회사의 인공지능 기술 같은 것도 잘 연동해 쓸 수 있게 고안됐다.

대표적 사례가 IBM의 인공지능 기술 ‘왓슨’이 들어간 라인웍스 챗봇이다. 각 기업마다 쓰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다를텐데, 기업 내에서 쓰고 있는 봇이 다른 인공지능 기술을 쓰고 있다면 일이 오히려 더 복잡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뇌에 비유한다면, 라인웍스는 ‘뇌가 없는 봇’이자 ‘빈 그릇’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업무 효율을 올리는 기본 탬플릿을 제공하는 라인웍스에 붙인다면 개별 기업이 더 편하게 봇을 활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왓슨 탑재 봇은 현재 라인웍스 일본에서 제공하고 있다.

정덕범 개발자는 “라인웍스 봇은 기본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용자가 여기에 어떤 인공지능이든 붙여서 하고 싶은대로 움직이도록 만들 숭수 있다”며 “현재 탬플릿은 슬랙 같은 곳이 더 많지만,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탬플릿을 더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라인웍스에서 제공하는 챗봇의 유형은 ‘알림형 봇’과 ‘대화형 봇’, ‘FAQ형 봇’ 등 세 가지다. 알림형은 기존의 알림 시스템을 봇으로 전환한 경우다. 정 개발자는 “기존 메일 시스템에서는 중요한 알림도 다른 메일에 묻혀서 제대로 확인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봇이 메시지로 중요한 알림을 전달할 경우 상대적으로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화형 봇은 이용자가 봇에게 무언가를 물으면, 봇이 그에 맞는 답을 해주는 형태다. 애플 iOS의 시리나 삼성 빅스비 같은 자연어처리 시스템에서 많이 쓴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 라인웍스 봇은 자연어처리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개발자가 설계한 시나리오에 따라 질문에 맞는 답을 전달한다. 그 외에 다른 인공지능 기술을 연동해 쓰는 일도 가능하다.

IT 담당부서 직원들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봇 형태는 ‘FAQ’다. 반복되는 질문에 그동안은 ‘FAQ’가 든 링크를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전달해 일을 해결했다. 이 문제를 봇이 필요한 부분에 맞게 답해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이날 정 개발자는 일본과 네이버 본사에서 봇을 활용한 사례를 몇가지 들어 설명했다. 예컨대 서버 개발자가 원격 상태의 서버를 실시간 판단해야 할때 봇을 사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 경우다. 이 개발자는 특정 봇의 주소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분, 또는 시간 단위의 원격지 서버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리모트 콘트롤로 접근해 서버를 진단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정자동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의 구내식당도 봇을 도입했다. 이 봇은 개발자 뿐만 아니라 전직원이 다 쓰는 거다. 왜냐면, 밥은 개발자만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개발자는 “그린팩토리에 근무하는 4000명이 지하 식당을 이용하면서 식당을 공유한다. 주로 오늘 뭐 먹지? 오늘 메뉴 뭐지? 이런 내용이다”라며 “메시지 서버가 식당 메뉴 정보를 주기적으로 획득하면 구성원이 봇에게 대화를 걸어 메뉴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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