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새 대표의 미래 구상 빅4
카카오가 ‘카카오3.0’을 선언하고, 새로운 도약을 기약했다. 카카오 여민수, 조수용 대표는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헤이 카카오 3.0’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서 두 대표는 카카오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로서 현재 추진 중인 활동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 측 정의에 따르면, 카카오 1기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이며, 2기는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 멜론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한국인들의 모바일 라이프로 깊이 자리매김한 시기다.
새롭게 임명된 두 대표는 카카오 3기를 이끌 예정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두 가지다. 카카오가 지금까지 투자하고 개발한 사업간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과 이것들을 들고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 카카오 3기를 이끄는 두 대표는 이같은 미션을 어떻게 달성할 생각일까. 그 생각을 엿보자.
■카카오톡의 진화
우선 카카오라는 회사를 지탱하는 대들보 역할을 하는 카카오톡을 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카카오톡이 멜론을 만나 한 단계 진화했다. 지난 1월 카카오톡 앱에서 멜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90년대 친구나 연인끼리 테이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 선물로 줬듯이 카카오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모티콘을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듯 음악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오픈채팅도 더 강화시킬 방침이다. 오픈채팅은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동일한 관심사 기반으로 채팅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같은 취미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채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게시판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채팅 기반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의 진화 전략으로 ‘서랍’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조수용 대표에 따르면, 서랍 프로젝트는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공유되는 사진, 동영상, 일정, 자료 등 개인의 디지털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아이디/패스워드 결제정보 등도 카카오톡에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조 대표는 “스마트폰을 바꾸더라도 카카오톡 하나만 깔면 모든 설정이 다시 살아나면 편리할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결합해 개인에게 의미 있는 비서로 진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랍 프로젝트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AI 지배자를 꿈꾼다
AI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가장 꽂혀있는 분야다. AI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시장을 먼저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일단 카카오가 내세우는 제품은 스마트 스피커 ‘카카오미니’다. 조 대표는 “카카오미니는 전사 역량을 총집결해서 개발한 제품”이라면서 “오픈한 이후 지난 5개월 넘게 하루도 빠짐없지 진화했다”고 자평했다. 현재 카카오택시 호출, 피자 등 음식 주문 등이 가능하고, 앞으로 통화 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카카오미니는 사실 카카오아이라는 AI 플랫폼을 활용한 하나의 제품에 불과하다. 카카오는 카카오아이를 각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현대자동차, 포스코건설, GS건설 등과 제휴를 맺었다. 지난 해 출시된 현대차의 제네시스, 그랜저 승용차에는 카카오아이의 음성인식이 탑재돼 있다. 앞으로 출시될 신형 산타페와 카니발에도 카카오아이가 들어갈 예정이다.
또 5월에는 포스코 건설의 모델하우스에 카카오아이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10월부터 건설되는 GS건설의 아파트에는 실제로 카카오아이가 적용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카카오아이는 카카오미니라는 제품을 넘어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외 진출의 단초는 IP
카카오는 오랫동안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려왔다. 지금까지는 카카오톡과 같은 플랫폼을 들고 해외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플랫폼은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독보적인 지위를 갖지만, 그 이전에 시장을 잡기가 어렵다. 해외 진출이 한발 늦은 카카오가 해외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시장 구도를 역전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해외 진출의 단초를 찾았다. 바로 ‘콘텐츠와 IP’다. 카카오재팬의 웹툰 서비스 픽코마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픽코마를 기반으로 일본에서 IP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며, 이 성공모델을 다른 나라에까지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M(엣 로엔엔터테인먼트) 안에 드라마 제작을 위한 영상 컴퍼니를 만든 것도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조 대표는 “해외시장 진울을 플랫폼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IP는 그 틈을 열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승부
카카오의 또 다른 미래전략은 ‘블록체인’에 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사업을 펼칠 자회사 ‘엑스그라운드(대표 한재선 전 퓨처플레이 CTO)’를 설립했다.
그러나 자금확보를 목적으로 한 ICO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우리가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면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더리움 같은 것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블록체인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플랫폼은 아직 없다”면서 “이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카카오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은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세계 3위일 정도로 암호화폐에 관심은 있지만 유의미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카카오가 만드는 플랫폼은 전 세계 누구라도 쓸 수 있고 다양한 서비스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며, 이를 통한 차세대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