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 M&A 성공 노하우 : 지란지교시큐리티-SSR의 경험담

지난해 국내 보안업계에서 ‘깜짝’ 인수합병(M&A) 소식이 나왔다.

지란지교시큐리티(대표 윤두식)가 보안컨설팅 전문업체인 에스에스알(SSR)과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모비젠을 총 312억원에 동시 인수한 것.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모비젠 지분 40.8%를 134억원에, SSR 지분 72.6%를 178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2014년 지란지교소프트 보안사업부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지 3년, 코스닥 상장 첫 해를 맞이한 보안업체가 성사시킨 대규모 딜(인수거래)이다.

SSR과 모비젠의 최대주주는 지란지교시큐리티로 바뀌었지만, 두 회사는 기존 경영진체제와 경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독립 운영되고 있다.

대신에 지란지교시큐리티는 회사 규모를 단숨에 크게 키웠다. 2016년 매출액 199억원, 영업이익 28억원 규모였던 실적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35억9500만원, 영업이익 96억2100만원을 기록하며 크게 늘어났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운영하고 있는 시큐리티 스타트업 포럼(공동 의장 이동범, 박찬암)은 27일 정보보호 클러스터에서 가진 행사에서 지란지교시큐리티의 M&A 사례를 들어볼 수 있는 ‘보안기업 M&A 전후(Before&After)’ 패널토크 세션을 마련했다.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사진 가운데>와 이상용 SSR 서비스사업그룹장<사진 왼쪽>은 이날 M&A 경험담과 소회,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세션 사회는 박찬암 포럼 공동의장(스틸리언 대표)<사진 오른쪽>이 맡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표와 이 그룹장은 SSR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이날 제출했다고 공개했다. 인수 당시 지란지교시큐리티가 예고했던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이다. 회사측은 SSR이 연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오간 얘기들을 정리해본다.

박찬암 대표 :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인수 대상 회사를 어떻게 선정했나?

윤두식 대표 : 지란지교시큐리티 투자사인 프리미어파트너스에 코스닥 상장 후 좋은 기업을 M&A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자체적으로도 지속 성장해야 하겠지만 기술적으로 강점을 가진 회사, 시장을 잘 창출하고 있는 회사와 시너지를 만들고 싶었다. 이에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몇몇 회사를 물색해 추천했다. 함께 기술 분석 등을 진행해 회사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 : SSR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매각을 결정했나.

이상용 그룹장 : 일반적으로 기업은 창업한 후 어느 수준까지는 빠르게 성장한다. 일정규모에 이르면 고민하게 된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영방식이나 자금 부문에서 한계가 있다.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란시큐리티는 국내 보안 1세대 기업이다. 그 역량을 SSR와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보고 진행했다.

박 대표 : 인수자 입장에서 좋은 점, 인수 후 시너지를 설명해 달라.

윤 대표 :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크게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새로운 제품을 계속 출시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데 부담이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헤쳐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다. M&A가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여겼다.

회사를 매입하면 자금사정에 변화가 생긴다. 현금유보액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 가치는 높아진다.

작년 7월에 SSR을 인수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기에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재무 관점에서 체계를 만들고 상장시키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오늘(27일) 청구서를 제출했다. 코스닥 상장은 올해 안에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비젠은 5G,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빅데이터 분석 회사다. 앞으로 보안 분야도 선제적으로 이같은 플랫폼에 올라타야 한다. 모비젠과 결합해 오는 2020년 도래할 5G 시대를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미션으로 추진했다. 스스로 준비하기 보다는 잘 하는 회사와 융합해 미리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진행했다.

이 그룹장 : 시너지, 도움받고 있는 부분에서 사례를 들 수 있는 것이 해외 사업이다. 국내 보안 시장은 작다. 해외 시장 진출을 고민했지만 스타트업, 작은 회사가 실행하기에는 힘들다. 늘 고민만 하다 말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일본을 주축으로 해외 사업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안정적으로 사업하고 있다. 우리도 작년에 일본 유수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한층 더 성장할 기회가 마련됐다.

지금은 좀 더 일찍 인수됐다면 더 빠르게 성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SSR은 보안컨설팅 사업으로 시작해 솔루션 사업으로 확대했다. 사업은 제품을 잘 만들었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전국 영업망을 갖추는 것에만 4-5년이 걸렸다.

지란지교시큐리티가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서로 시너지를 꾸준히 창출한다면 1년 뒤, 2~3년 뒤에는 SSR이 현재보다 더 많이 성장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대표 : M&A 협상시 가장 큰 이슈 사항은 무엇이었나.

이 그룹장 :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경영자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됐다. 양사 대표들이 인수 후 이같은 구성원들의 우려점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 결과 큰 이슈없이 진행됐고 이후 지란지교시큐리티의 도움받고 있다.

윤 대표 : M&A할 때 가장 큰 이슈는 결국 돈이다. 파는 입장에서는 많이 받고 싶고 사는 입장에서 적게 내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나라에서 M&A가 깨지는 일이 많은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당사자끼리 협상하는 것은 어렵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같은 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줬다. 그 점에서 M&A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인수 후에도 중요한 이슈가 있다. 돈이 생기면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회사를 매각하더라도 경영진이 퇴사하지 않아야 한다. 돈 생겼다고 다른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키는데 함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이 담보돼야 안심하고 인수할 수 있다. 100% 흡수합병 아닌 상황에서 대주주 역할한다고 점령군처럼 자회사에 가서 직접 경영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흔들릴 수 있다. 기존 경영진들이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회사를 100% 인수하는 것이 그리 썩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 : M&A 시작부터 성사까지 걸린 기간은.

윤 대표 : 2월께부터 인수를 추진했고 양쪽 회사 만나고 7월 성사됐으니 5개월 정도로 짧은 기간에 진행됐다.

박 대표 : SSR의 가치산정을 어떻게 했나. 매출과 이익을 기준으로 잡은 것인지 궁금하다.

윤 대표 : 가치산정은 투자회사가 가장 잘한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재무회계 현황을 실사해 적절한 가격을 산정했다.

박 대표 : SSR과 동종사업을 벌이는 경쟁기업들도 있는데,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윤 대표 : SSR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이다.

이 그룹장 : 공공 조달사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조달 총액 대비 90% 이상의 사업을 SSR이 하고 있다.

박 대표 : 국내 보안업계에서는 M&A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핵심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 대표 : 가격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M&A를 통해 기업 브랜드 가치를 키워 해외에 나가겠다는 식으로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영진들은 대부분 안정을 중요시한다. 안정성 위주의 사업을 한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규모가 큰 회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 그룹장 :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다. 보안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인수 후 성장 동력과 목표를 수립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발생하는 이유다. 때문에 M&A에 소극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박 대표 : SSR 상장 뒤 자체적으로 잡은 목표가 있다면.

이 그룹장 : 자체적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한 자금을 상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는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는 더욱 큰 그림을 보여주길 바랄 수 있다. 그 상황에 이르게 되면 아마 좋은 스타트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

윤 대표 : 정진석 SSR 대표와 자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있다. 사실 상장해서 생긴 돈을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금액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나머지는 그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는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종업계에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인수나 해외 사업에 투자하는데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그룹장 : 지란지교시큐리티 인수 후에도 기존 제품을 주축으로 계속 사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제품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다음 달, 그리고 올 하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연구소, 그리고 신규제품 개발 전담 연구개발(R&D) 인큐베이션 팀을 활성화해 매년 1~2개 신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다.

박 대표 : SSR 상장이 지란지교시큐리티 입장에서 현금 회수 외 다른 목적이 있는지.

윤 대표 : SSR이 상장된다고 해도 지란지교시큐리티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를 상장시킨 이유는 계속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시장에서 1등하는 회사는 먹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다. 회사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그 회사는 늙어간다.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면 직원들도 같이 늙어가면서 더 이상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올해도 과장이던 직원이 3년 뒤에도 과장 직함을 달고 있을 수 있다. 위에 우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올라갈 수가 없다. 극단적으로 어떤 기업은 이사 직함만 가진 사람만 40명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개인에게나 회사에도 결코 좋은 방향이 될 수 없다. 회사는 성장해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개인도 성장해야 한다.

SSR도 성장의 과정을 천천히 밟아가는 것보다는 자금 도움을 받아 한 단계 크게 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 측면에서 SSR도 상장을 빨리하자고 제안했다.

점점 더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해 준비를 해야 한다.

박 대표 : 혹시 추가 인수 계획이 있는가. 관심 있게 보는 분야가 있다면.

윤 대표 : 인수 의향이 있다는 얘기는 언론 등 외부에 항상 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기술로 1등인 회사, 시장에서 1등인 회사다. 스타트업이든 아닌 기업이든 상관없다. 시장에서 1등하고 있는 기업은 상장시킬 것이고, 좋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100% 흡수하거나 자회사로 두고 성장시킬 방침이다.

박 대표 : 해외 기업도 인수 잠재대상인가.

윤 대표 : 해외 회사 인수는 쉽지 않다. 나라마다 특성이 있는데, 미국 회사는 일반적으로 매각하면 (경영진들이) 모두 퇴사한다. 이들이 모두 나가면 힘들다. 해외 기업이라도 경영진이 직접 계속 직접 경영하거나 꾸준히 사업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같이 할 것이다. 경영은 현지에서 직접 하고, 우리도 해외, 전세계 시장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는 방법도 좋다.

박 대표 : 성공적인 M&A 노하우가 있다면 설명해 달라.

윤 대표 :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M&A는 절차대로 하면 된다. 일은 일로 하면 된다. 사람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를 먼저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박 대표 : 피인수 기업 입장에서 이야기하신다면.

이 그룹장 : 인수하게 되면 긍정적 효과가 많이 있다는 것을 기대한다. 핵심은 인력이다. 인수됐을 때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지란시큐리티는 독자경영을 보장했다. 구성원들도 당황하긴 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경비 절차가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신규사업할 때 마이너스보다는 장점이 많았다. 구성원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M&A로 인한 인력 이탈은 없었다. 신규 자금을 확보해 신규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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