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MWC 2018 “5G를 믿습니까? 아멘”

2월 26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8 현장의 느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5G라는 종교를 믿는 광신도들의 부흥회’ 같다. 이곳에서 5G는 인류의 모든 난제를 해결해주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아멘.

이번 MWC 2018의 캐치프레이즈는 ‘더 나은 미래 만들기(Creating a Better Future)’다. 물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는 것은 5G네트워크라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NTT도코모의 요시자와 가즈히로 사장은 첫날 기조연설에서 자사가 생각하는 몇 가지 5G 활용 사례를 보여줬다. 한 환자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근처 병원에 실려왔다. 그런데 이 병원에는 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던 “큰 병원 가보세요”가 나올 타임이다. 그러나 5G는 이런 난제를 해결한다. 작은 병원과 큰 병원이 실시간으로 의료 관련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5G 덕분에 ‘큰 병원’ 의사선생님이 원격으로 진료를 할 수 있다.

요시자와 사장은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를 원격에서 제어하는 영상도 보여줬다. 굳이 사람이 위험하게 현장에 가지 않고, 5G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에서 현장을 영상으로 보면서 땅을 팔 수 있다.

전시장에서도 수많은 업체들이 5G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얼마나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느라 바빴다. 5G 기반의 V2X(Vehicle-to-everything)를 구현하면 교통사고는 사라지며, 도시는 더욱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VR/AR과 같은 기술도 5G네트워크와 만나 드디어 우리 삶에 들어온다. 훨씬 더 재미있고 생동감있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비즈니스에 혁신도 발생한다,고 한다.

이 5G 부흥회에서 괜히 어깨가 으쓱거리는 이유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5G의 선두주자임을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에서 5G를 처음으로 세상에 보여준 KT는 평창을 바르셀로나에 옮겨놨고, 해외 5G 전도사들은 이를 칭송해마지 않았다. 유럽 쪽 미디어는 유럽도 규제같은 걸로 시간 끌지 말고 적극적으로 아시아나 미국처럼 빨리 구세주를 영접해야 한다고 공무원들을 타박했다.

이번 MWC 2018에서 KT는 “세계 최초를 경험하라”는 자신감 넘치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장에서 세계 최초를 경험할 수는 없었다. 평창에서 활용한 장비를 바르셀로나까지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경험한 것은 사실 행사를 위해 준비한 와이파이 전용망이었다.

그런데 5G 전도사들이 약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였다. 보다폰의 비토리오 콜라오(Vittorio Colao)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세계에서 가장 큰 통신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외쳤다. “인터넷 플레이어와 동일한 규칙”을 만들어달라고 콜리오 CEO는 말했다. 통신사가 규제받는 것처럼 인터넷 업체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콜라오 CEO는 현재 주파수가 너무 비싸며 5G는 25년은 면허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공공이 제공하는 공용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는 보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G는 머지 않은 미래라고 MWC를 주최하는 GSMA 측은 강조했다. GSMA가 발표한 모바일 경제 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25 년까지 전세계 모바일 연결의 3분의 2가 4G 또는 5G 네트워크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일부 저개발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더 나은 미래에 살고 있을 거라는 얘기다.

처음에 기사를 기획한 것과 달리 냉소적 어투로 기사가 쓰여졌다. 이해해달라. 보다폰에서 현지 유심을 사서 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5G를 찬양하는 이 곳에서 4G LTE가 아니라 3G만 연결되다보니 그렇게 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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