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기자가 전하는 스타트업 중국 진출 꿀팁

유채원 테크노드 기자

중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이하 BAT)’의 뒤를 잇는 차세대 테크 주자는 누가 될까?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선 어떤 창구를 두드려야 할까?

중국 테크미디어 ‘테크노드’의 유채원 기자는 2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육하원칙으로 보는 중국 업계 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유 기자는 BAT의 뒤를 이어 주목해야할 기업으로 ‘토우티아오, 메이퇀, 디디(이하 TMD)’를 소개했다.

국내서는 BAT에 비해 많이 다뤄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3세대 테크 자이언트로 통한다. 이들은 ‘모든 곳에서 1등’을 노리는 중국 1세대 스타트업 BAT나, ‘한 군데에서 1등’을 노리는 2세대와는 달리, 틈새 시장에 집중해 성장한 곳들이다. 2015년을 전후로 O2O 서비스 바람에 힘입어 이름을 알렸으며, 인수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웠고, 현재 각자 자기 사업 영역을 뛰어넘어 공격적으로 수익모델을 구축해나가는 중이다.

유 기자는 “3세대 스타트업인 이들은 전세대 스타트업에 비해 아주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틈새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좋은 프로덕트와 팀을 갖추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TMD, BAT 이을 중국 테크 자이언트

토우티아오는 한마디로 중국 인공지능 유니콘이다. 인공지능으로 뉴스를 큐레이션해주는 서비스를 하는데, 중국내 1억2천만 명의 일간 활성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반하는 콘텐츠를 거르는 감시 인력만 4천명에 달하는데, 이를 1만명까지 늘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내 자체 기자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의 모바일 동영상 업체인 ‘플리파그램’을 인수했고, 립싱크 앱 ‘뮤지컬리’를 1조원에 사들이는 등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인도에서 인기 높은 뉴스 콘텐츠 앱 ‘데일리 헌트’에도 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인도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수순이다. 이 외에 중국 허베이 지역에 위치한 페이먼트 업체에 투자, 향후 핀테크 시장에도 뛰어들 낌새를 보이고 있다. 유 기자는 “토우티아오가 페이먼트나 핀테크 업체에 투자를 하고 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고 한다”며 이 회사가 향후 더 크게 성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TMD의 두번째 회사는 메이퇀디엔핑이다. 2015년, 마케팅 출혈경쟁이 심해졌을 때 알리바바가 투자한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과 텐센트가 투자한 맛집 리뷰업체 다종디엔핑이 합쳐져 생겨났다. 이 회사는 올 초 중국인의 눈으로 본 자체 미슐랭 가이드를 만들어 선보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2017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상하이의 유명 레스토랑들이 예상보다 낮은 평가를 받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평가 기준이 서양인에 맞춰져 있어 맛집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이퇀은 그 지점을 파고들어, 즉각 자체 미슐랭 가이드를 만들었다. 중국인의 기호를 정확히 짚으면서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디디다. 택시호출 앱으로 시작해서 자동차 렌탈, 잔기차, 공유자전거 사업에 진출해 있다. 미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안전성과 운전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공유 자전거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경영에 위기를 맞은 블루고고도 인수했다.

유 기자는 디디의 블루고고 인수를 놓고 “디디가 직접 투자한 오포보다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해 스스로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론칭한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프라이드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디디가 중국 정부와도 손잡고 일한다는 것도 설명했다. 디디가 교통순경과 협업, 20개 도시에서 교통관리, 실시간 교통 데이터, 스마트 신호등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유 기자는 “교통체증 예측의 경우, 15분 앞서 수요를 예측할 수 있고, 85%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앱 개발 말고 위챗에 올라타라

중국에 진출했을 때는 자체 앱을 개발하는 대신 위챗의 미니프로그램을 만들어 적극 활용하라는 방법론도 강조했다.

유 기자는 “중국에서 앱 개발자를 어떻게 구하냐고 다들 물어보는데 중국에서 앱을 개발하긴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대세는 위챗 안에서 사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중국의 앱마켓 환경에 기인한다. 유 기자에 따르면 중국내 앱스토어가 200개가 넘는다. 구글플레이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웬만한 기업들은 앱스토어를 갖고 있다. 중국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면 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바이두 등 기본으로 세개의 앱스토어가 깔린다. 이 때문에 앱 개발자 입장에서는 상위 20위 스토어 안에 들어가야할 앱을 모두 만들어야 한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유 기자가 말한 것은 위챗 공중계정을 만들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의 슈퍼앱 전략과 유사하다. 별도 다운로드 없이 위챗에 접속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위챗 안의 미니 앱(미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고, 매출 증대에도 유리하다. 이용자도 모두 위챗 안에 들어와 있다. 중국인들은 위챗 페이를 통해 송금하거나 구매해본 경험이 있다. 유 기자에 따르면 “페이스북 구매 전환율은 낮지만 위챗은 무려 4%나 된다”고 한다. 알리바바 계열을 제외한 중국내 몰의 95%는 이미 위챗에 미니 프로그램을 만들어 들어갔다고 유 기자는 말했다.

아울러 위챗을 중심으로 마켓이 변한만큼 그에 맞는 마케팅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산업과 서비스가 발달한 1, 2선 도시를 제외한 3, 4선 도시의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라도 위챗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왕홍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전역에 1000개가 넘게 존재하는 4선 도시의 경우에는 도시 전체에 스타벅스가 하나도 없고, 맥도날드도 한 곳 입점해 있을 정도”라며 “그곳의 소비자들은 화장품 브랜드 광고를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이를 겨냥한 웨이상(또는 왕홍)이 성행한다. 더 이상 브랜드가 아니라 이걸 파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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