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김봉진이 이야기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의 자세

(왼쪽부터)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블루홀도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을 다 새로 보고 있다. 블루홀은 이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블루홀이 0에서 1로 갈 때(성장 초기)는 옳았던 것이 1에서 10으로 갈 때(고속 성장)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블루홀의 정체성을 제외하고는 다 바꿔야 한다. 이런 일이 성장 회사에는 계속 찾아온다. 언제 그 회사의 성장이 멈추느냐면, 혁신과 변화를 멈출 때다. 변화를 멈추면 그 회사의 사이즈도 딱 거기까지다. 네이버도 계속 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자 블루홀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1일 서울 강남 위워크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주최로 열린 대담에 참석,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담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장 위원장과 함께 참여했다.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는 사회를 맡았다.

장 위원장의 발언은 스타트업이 그 성장과정에 따라 계속해 다른 전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한 번 성공한 전략에 머물러 있다보면 더이상 성장은 없다. 장 위원장은 자신이 만든 벤처캐피탈 본엔젤스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바 있는데, 당시 김봉진 대표에게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봉진 대표가 스타트업에 1억을 투자하고 10%의 지분을 받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때, 김 대표를 직접 찾아갔다. 당시 김 대표는 아직 회사도 돈을 벌지 못하는데 투자를 해도 될 것인가, 시너지가 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김 대표에게 무조건 변해야한다, 투자 하시라고 말했다. 그래야 배울 수 있다고. 1억을 투자할 수 있어야 나중에 10억도 쓸 수 있다고 변화를 강하게 권고했다. 그것이 우아한형제들의 DNA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엔 김봉진 대표도 크게 공감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성장 도중 개념 정리를 할 필요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아이폰이 들어오니 배달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었는데, 이후 산업이 커지면서 ‘푸드테크’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테크가 여러 산업하고 만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음식 영역에서는 기술과 접목한 회사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을 시작하고, 유사한 사업자들이 나오면서 실제 배달 시장이 커졌다. 배달시장이 커지면 우아한형제들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처음에는 디자인을 예쁘게 한 앱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후에는 배민라이더스, 배민찬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도입했다.

“처음에 투자자를 만나러 가면서 엑셀에 연간 100억 원이라는 숫자를 넣었다. 내가 아는 숫자 중에 가장 큰 게 100억 이었다. 그랬는데 엑셀에서 숫자가 샵(#)으로 바뀌더라. 우와, 진짜 큰 숫자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월 1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연 100억 원을 쓸 때만해도 진짜 그렇게 될거라고 믿진 못했다. 성장하면서 놀랐던 것은, 1인당 주문 수가 늘어난 것이다. 시장 자체가 커졌다.”

200여 코스포 회원사 중 100여 스타트업이 이날 대담을 방청했다.

조직 성장 단계에 리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직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단계가 오면, 새로운 경영자나 임원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김 대표는 “나도 언젠가 회사를 떠날 수 있게다고 생각한다”며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면접관을 자기보다 아래라고 느끼면 더 이상 조직이 커질 수 없다. 그 단계에서 리더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리더란, 꼭 회사의 대표가 아니더라도 조직내 중요 보직을 맡고 있는 임원을 의미한다. 김 의장은 “6개월~1년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 후,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함께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 의장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조직의 성장은 리더십에 맞춰져 있다”며 “리더십이 1이면 그 이상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끝없이 성장할 수있는 사람이 리더를 맡거나 교체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 의장은 이어 “블루홀이 향후 10년 간 성장할 때 나의 역할과 책임이 있는냐를 따져보고 없다면 나도 떠나야 한다”며 “떠난다는 마음을 먹어야만 남아 있을 이유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스타트업 상황에 대해서 김 대표는 “마이너리티”라고 일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핵심 키워드에 스타트업 규제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언급되지 않았다. 대중적으로는 스타트업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스타트업을 하는 이들의 머리 속에는 ‘규제 때문에 안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최근 중국에 방문했을 때 화웨이 R&D 센터에 갔는데 기술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원격진료를 하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거 안 될텐데’라고 말했더니 중국 창업자가 ‘왜 안되냐’고 반문하더라.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이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거는 저래서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스타트업 창업에 벤처투자자(VC)를 비롯, 다른 이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장 위원장은 “첫 창업에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네이버 같이 멋진 회사를 만드는 것을 이해진 의장 혼자 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움을 받더라도 조언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이진 말 것을 주문했다. 어떤 조언을 들었을 때는 그 사람이 왜 그런 조언을 했을까를 고민하고 체화시키길 권했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에서 계속해 사업을 이어갈까 말까를 결정할 때는 “난 정말 이렇게 살고 싶나, 끝까지 가고 싶나, 그게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라도 이 일을 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신뢰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했다. 장 의장은 “스타트업도 뭉쳐야 한다”면서 “일단 모르면 믿어줘야 한다. 그래야 사회신뢰지수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사회가 발전해 온 것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 혁신을 필요로 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발언과 연대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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