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에서 만난 4차 산업혁명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 다녀왔습니다.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전시회입니다. 원래 TV,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와 같은 제품들이 CES의 주인공입니다.

CES는 원래 이런 행사였다

이번 CES 2018은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이 멀리 있지 않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등의 기술은 이제 상상이 아니라 현실 가까이에 와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그 자체는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기술이야 항상 발전하기 마련이고 신기한 제품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죠.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느냐일 것입니다. 최근의 기술 발전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신기한 기술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기술들이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CES는 달라졌습니다. 원래의 주인공들은 전시장 한켠으로 물러나고 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등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최신 기술, 미래의 트렌드를 보려면 이제 CES는 필수적으로 주목할 전시회입니다. IT 기술을 다루는 많은 전시회가 있지만, 이제는 CES가 가장 크고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전격Z작전의 ‘키트’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를 보시죠. 전격Z작전에 나오는 키트처럼 혼자 움직이는 자동차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상상 속에 있었습니다. 신기한 물건이죠. 그런데 이것이 실제로 나온다면 우리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번 CES 기간동안 승차공유 서비스 중 하나인 ‘리프트‘는 앱티브라는 자율주행기술 회사와 손잡고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CES 행사장에서 사전 프로그래밍된 20개 목적지를 선택하면 BMW 5시리즈 세단를 개조한 리프트의 자율주행택시  8대가 목적지에 태워다 줬습니다.

물론 아직 완전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장면입니다.

승차공유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우버‘는 지난 2014년 한국에서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시도했었습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자 서울시, 국토부 등 관계기관은 우버 서비스를 금지시켰습니다.

최근에도 유사한 논쟁이 있습니다. 카풀서비스 ‘ 러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버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시와 국토부 등은 플러스를 불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정부당국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플러스는 아마 법정에 서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승차공유를 허용하느냐마느냐를 두고 아웅다웅 하고있을 때 같은 시기 라스베가스에서는 자율주행택시가 승객을 태워 목적지에 이동시켜주고 있었습니다. 아마 10년 이내에 자율주행차 기술은 완성될 것입니다. 기술이 완성되면 자율주행택시도 나오겠죠. 정부가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택시산업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택시운전사라는 직업을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싱가폴에는 이미 자율주행택시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목적지에 빠르고 편하게 가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식당에 가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쇼핑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탔습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어떨까요? 어쩌면 내가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나에게 오기 위해 자동차가 필요한 시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원하는 서비스가 나에게 오면 되지 않을까요?

토요타 ‘이팔레트’ 컨셉트

토요타는 CES 2018에서 이팔레트라는 자율주행셔틀 컨셉카를 소개했습니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에 따르면, 이팔레트는 카셰어링, 라이드셰어링 같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일반적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이동형 병원이나 상점, 연구소도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이동형 호텔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구두 한 켤레를 사고 싶을 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후 배송을 받는 형태가 아니라 자율주행셔틀 기반의 신발가게가 나에게 오는 것입니다. 나는 그 안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피자를 먹고 싶을 때도 조리된 후 배달돼 식은 피자를 먹는 것이 아니라 피자 가게가 우리 집앞에 와서 눈앞에서 신선한 재료로 갓 구운 따끈한 피자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팔레트를 위해 토요타는 아마존, 디디추싱, 마쯔다, 핏자헛, 우버 등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팔레트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아키오 회장은 “제 세대에 토요타는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회사로 변신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CES 2018의 또다른 주인공인 인공지능(AI)을 살펴보죠.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앞으로 “AI Everywhere”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CES 2018에 전시된 대부분의 제품은 AI 기술을 담고 있었습니다. AI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것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AI가 탑재됐다.

CES 2018에 출시된 거의 모든 전자제품은 음성명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TV 리모콘에 “무한도전 시작하면 틀어줘”와 같은 명령을 내리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자동차에서부터 작은 스위치에까지 AI는 어디에나 들어가 있었습니다. 안방, 욕실, 주방, 거실 집안 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방용품 욕실용품 회사인 퀼러 컴퍼니는 ‘Verdera Voice Lighted’라는 욕실 거울을 선보였습니다. 욕실에 들어갈 때 음성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밤에 욕실에 들어갔다가 눈이 부시면 “조명 좀 낮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화장하다가 좀더 정확하게 색을 확인하고 싶으면 “화장하게 조명 100%로 밝게해줘”라고 할 수도 있고 면도하면서 “오늘 주요 뉴스 읽어줘”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화장실 물내려”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다소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작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모듈러TV로 이번 CES에서 주목을 받았고, 현대차도 수소전지 자동차 ‘넥쏘’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 면에서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가 있지만, 여기에 주목하는 해외 언론은 별로 없더군요. LG전자는 구글의  AI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바이두 AI 플랫폼이 탑재된 20여개의 제품들

반면 중국의 바이두의 경우 자율주행차 플랫폼과 AI 탑재 제품 20여개를 전시했습니다. 전세계 거의 모든 언론들이 중국 기업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국내 기업이 너무 안이한 태도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CES 행사였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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