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알렉사 vs 구글 어시스턴트 : 전쟁의 서막, 그리고…

지난 해 CES 2017을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회의 최종 승자가 아마존이라고 입을 모았었다. 아마존은 CES 2017에 전시 부스조차 차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마존은 CES 2017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당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가 탑재된 기기들이 수없이 전시됐기 때문이다.

지난 해 CES가 아마존의 독무대였다면, 이번 CES 2018은 아마존과 구글 사이에 거대한 전쟁이 치러질 것임을 예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쟁의 서막이라고 할까. 구글이 아마존 알렉사에 강한 도전장을 던진 모양새다.

구글은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CES를 찾아 아마존 알렉사 말고 자신들도 있음을 강하게 어필했다. 10년 전 래리 페이지가 기조연설을 한 적은 있지만, 직접 부스를 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전시장 외부 벽면을 비롯해 전시장 곳곳에 구글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라스베가스 호텔들을 관통하는 모노레일 트레인에 ‘Hey, Google’이라는 래핑 광고를 붙인 것은 이번 전시회의 상징적인 장면이 될 듯 보인다.

구글은 일반 전시장이 아닌 야외에 단독으로 전시장을 열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다양한 기기를 전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대표적인 기기회사는 LG전자다. LG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4K OLED와 슈퍼 UHD LCD TV를 선보였다. TV 리모콘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 음성명령으로 채널 변경과 볼륨 조절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소니 TV와 중국 제조사인 TCL에도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됐다.

구글 전시부스에서는 스피커, 디스플레이, 공기청정기, 전등, 밥솥, 커피 포트 등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다양한 전자기기를 만날 수 있었다.

구글의 가장 큰 장점은 검색이다.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원하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는 것이다. 검색은 이를 위한 핵심 기반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구글을 넘을 회사는 아직 없다. 단순히 날씨나 교통을 묻고 음악 재생을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깊이 있는 지식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음성 비서로부터 답을 듣는 상태에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회사는 구글일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목표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유일한 음성비서가 되는 것이다. 스콧 허프만 구글 어시스턴트 부사장은 “우리 삶의 일상 여기저기에서 같은 음성비서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구글 어시스턴트가 설치된 디바이스는 4억 개에 달한다. 지난 해 7월 1억 개를 돌파했는데 6개월 만에 4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글은 추격자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이 분야에서 총성이 울리기 한참 전부터 이미 달리고 있었다. 아직 구글은 아마존의 뒤통수를 보고 따라가기 바쁘다.

이번 CES 2018에서도 아마존을 탑재한 기기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토요타와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부터 작은 스위치에까지 알렉사는 어디에나 들어가 있었다. 안방, 욕실, 주방, 거실 집안 내 어디에서나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기기를 이미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욕실 거울에도 알렉사가 들어갔다. 주방용품 욕실용품 회사인 퀼러 컴퍼니는 ‘Verdera Voice Lighted’라는 욕실 거울을 선보였다. 욕실에 들어갈 때 음성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 어두운 밤에 욕실에 들어갔다가 눈이 부시면 “조명 좀 낮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화장하다가 좀더 정확하게 색을 확인 하고 싶으면 “화장하게 조명 100%로 밝게해줘”라고 할 수도 있고 면도 하면서 “알렉사 오늘 주요 뉴스 읽어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어쩌면 앞으로 “알렉사 화장실 물내려”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알렉사의 행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스마트 글래스와 PC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HP, 에이서, 아수스 등 PC 제조업체들은 올해부터 윈도우10 PC에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겁할 소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라는 자체적인 음성비서를 제공하는데, 아직 아마존 알렉사에 견주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는 스마트 글래스에도 들어갔다. 스마트 글래스라는 영역의 개척자인 구글보다도 빠르다.

Vuzix라는 회사는 Vuzix Blade AR이라는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는데, 그 안에 아마존 알렉사가 내장돼 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음성으로 “알렉사, 지금 온 문자메시지 보여줘”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문자메시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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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의 강점은 아마존 쇼핑과 연동된다는 점이다. 세탁실에서는 “알렉사, 세제 하나 주문해줘”라고 말하고, 욕실에서는 “알렉사 샴푸 떨어졌어”라고 말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처럼 아마존 알렉사는 CES 2018 전시장의 거의 모든 곳에 널리 퍼져있다. “알렉사 에브리웨어”라고 말할 정도다.

이제 서막이 시작된 이 전쟁이 구글과 아마존, 둘만의 전투일까?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며조용히 칼을 갈고 있는 회사도 있다.

대표적인 회사는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다. 바이두는 지난 해 DuerOS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선보였다. 지난 해 7월 바이두가 DuerOS의 SDK와 API를 공개햇는데, 6개월만에 130개가 넘는 회사가 바이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바이두 루치 COO는 이를 두고 “중국의 속도”라고 표현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기업이 훨씬 먼저 출발했지만, 바이두는 중국의 속도로 따라잡을 것이라는 의미다. 바이두는 이번 CES 2018 전시회에서 DuerOS가 탑재된 20여 개의 기기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어디쯤에 있을까? 일단 CES 2018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빅스비를 앞세우고 있지만, 아직 삼성의 기기안에 갇혀있다. 그래서 주목받지 못한다. 애플이 시리로 음성비서라는 영역을 개척했지만, 현재는 아마존과 구글의 질주를 지켜만 보는 것과 유사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도 AI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아직은 한국 시장 개척에도 벅찬 상태다. 이대로도 좋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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