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사 신사업 개발 담당자들에게 듣는 생생한 경험담 : 송태민 책임, 한현석 과장

PTC코리아가 최근 개최한 ‘코리아 캐드(CAD) 서밋 2017’에서는 국내 대표 통신사 두 곳에서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두 전문가가 나와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신기술 트렌드를 풀어내는 시간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송태민 책임(사진 왼쪽)과 한현석 과장이다. 현재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태민 책임은 입사 전 IoT·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신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어비팩토리’ 대표였다. 한 과장도 송 책임과 함께 어비팩토리 창업 때 함께 했다.

어비팩토리는 국내 최초로 비콘을 출시한 후 아이디어 넘치는 다양한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개발해 해외 수출까지 성사시키며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으나 지난 2015년 플레인컨버전스에 매각됐다.

이들은 지금 대기업인 통신사에서 IoT 분야에서 샘솟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스타트업 당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은 경험을 발산하고 있다.

이날 오간 이들의 대담 주요내용을 정리해봤다.

Q. IoT 신기술 트렌드는? – 소형VS대형

송태민 책임 

소형화, 저용량 데이터, 저용량 배터리 분야를 앞으로 주요 트렌드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물인터넷(IoST, Internet of Small Things)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IoT 통신 기술로는 저전력 광역통신(LPWA) 기술, 저전력 블루투스(BLE) 기술 등이 많이 회자됐지만 최근에는 IoST가 모니터링, 트래킹, 미터링 등 작은 물건을 연결하는 사업군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모니터링은 공장에서 모터를 센싱하면서 언제 고장날지 모니터링하는 예지보전 용도로 많이 쓴다. 트래킹은 사람이나 물류 위치를 추적·측위하는데 이용한다. 롱텀에볼루션(LTE)이나 3G 이동통신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요금이 비쌌다. 가장 저렴한 요금도 2000~3000원선이다. 때문에 수많은 기기에 사용하기엔 어렵다. IoTS의 한 달 요금제는 200~300원으로 떨어졌다.

미터링은 계량기가 대표적인 쓰임새다. 수도 전기 가스 검침원들이 직접 검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하루에 몇 번씩 사용량 데이터를 보내줄 수 있다.

대한지적공사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240만개의 말뚝을 박아 토지를 측량한다. 이같은 말뚝을 매년 꽂았다 뺀다. 여기에 센서를 넣어 온도나 기울기, 산사태 정보 등을 실시간 트래킹할 수 있게 됐다. 분실시 대처 방안도 없었지만 이젠 가능해졌다. 회사에 제안해서 바톰업(Bottom-Up)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한현석 과장

정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대형화, 그리고 인터넷의 안정성과 보안, 실생활의 변화가 주요 트렌드다. 소물인터넷(IoST)과 반대 의미로 ‘대물인터넷’이라고 부르겠다.(웃음)

그 한 예가 바로 자동차다. 무인자동차, 자율주행차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나. IoST 역시 통신망이 필요하다. 안정화돼야하기 때문이다. 5G 개념으로 기가인터넷을 진행하는 KT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5G는 2018년 초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범서비스가 진행돼 2019년 후반이면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5G를 통한 가상현실(VR) 모바일 야구 생중계가 있다. 경기장 곳곳에 VR 카메라를 설치한다.

LTE는 처리속도 면에서 20~30초 지연시간이 있지만 5G는 2초 이내다. 서울과 뉴욕, 평창 간 홀로그램 통화가 이뤄질 것이다.

저용량이 아닌 대용량은 5G를 활용하면 좋다. 막강한 트렌드다. 처리량이 많아지게 되면 트렌드가 바뀌지 않을까 한다.

Q. 신제품 개발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 SW 전문가들의 복병 : HW 제품 만들기 

송태민 책임

스타트업 때 경험을 이야기하겠다. 첫 제품은 비콘(UhBeeCon)이었다. 2013년에서 2014년 당시 IoT를 얘기하려면 비콘을 빼놓을 수 없었다. 국내 최초로 비콘 만들어 출시해 주목 많이 받았다. 대기업보다 먼저 출시했는데, 선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기와 솔루션을 개발했고, 매출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제품 양산을 해야하는데, 당시 구성원들이 모두 소프트웨어(SW)와 웹, 앱 개발만 하던 사람들이라 하드웨어(HW)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한현석 과장

제일 어려웠던 것이 금형이었다. 수많은 업체 찾아다녀 겨우 해결하니 이제는 조립 문제가 나타났다. 방수 기능을 넣기 위해 고무패킹을 준비했더니 인증 받기 위한 실험 자체가 어려웠다. 5000만~6000만원 넘게 썼다. 스타트업에게는 큰 돈이다. 먼저 실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했다면 인증 과정도 보다 쉬웠을 것이다.

송태민 책임

제품을 최대한 예쁘게 만들려고 했다. 해당 제품 디자인은 무광으로 구현해야 했는데, 사출 후 무광 스프레이를 뿌리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나중에 얘기하다보니 금형에서도 무광처리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돈을 더 낼 수밖에 없었다.

HW 전문가들은 SW 분야에 취약하다. 웹이나 앱 개발하던 사람들은 HW에 취약하다. 정보뿐 아니라 인맥마저도. 주변 온 인맥 동원해도 HW 전문가 없었다. 양산 과정에 도움 되는 사람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만들어 출시하고 나니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연락이 왔다. IoT혁신센터가 생기는데 전시 요청을 받았다. 지원금과 상용화기술 연구개발(R&D) 자금 1억원도 지원받았다.

필리핀에서 첫 매출이 나왔다. 필리핀 어학원 빌딩에 설치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나오니 미래부가 해외 진출 사례라는 점을 감안해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회도 보내줬다. 현지에서 또다시 수출 계약을 따냈다.

매출이나 사업 현황이 괜찮았지만, 짧은 2~3년 간 10가지 제품을 만들 정도로 너무 많이 손을 대면서 R&D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던 게 문제였다.

귀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 이어링(UhBeeaRing)도 한 가지 제품이다. 2014년 12월 출시했는데, 당시 3D프린팅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한 개당 50원씩 들어갔다. 엉뚱한 곳에서 돈이 새는 일이 많았다.

감정에 따라 안경테 색이 바뀌는 안경을 만들려고 기획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하면서 많이 좌충우돌 하면서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부터 무엇을 주변에 알아봐야할 지 터득한 것 같다.

Q. 대기업의 신사업 추진 프로세스는? – 면밀한 사전 조사·분석과 보고 

한현석 과장

일단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과연 시장에서 먹힐지 등 다양한 사항을 면밀히 따지고 분석해 임원에게 보고해야 한다. 심지어 협력할 업체를 찾아 이 업체의 신용등급까지도 확인해야 한다.

송태민 책임

외주 협력업체를 찾든, 직접 하든 모두 힘들다. 보고 자료가 엄청나다. 사실 신사업팀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경우가 훨씬 힘들다. 돈도 더 많이 쓰게 된다.

LG유플러스가 조만간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 신제품 설명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매뉴얼 작업 검수 관련 보고만 16번 거쳤다.

Q. 스마트 제품이 앞으로 경쟁구도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한현석 과장

최근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은 VR 속에 SNS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유통업체이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이 인공지능(AI)을 만든다. 바로 문화적 선점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송태민 책임

그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선점하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마존 알렉사(에코쇼)는 바로 영상 콘텐츠를 위한 것이다.

곧바로 구글에서 선전포고했다. 내년부터는 구글이 에코쇼를 차단하겠다고 했다.(아마존이 에코쇼를 출시하면서 유튜브를 구글의 인증 없이 사용하자 구글이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것을 의미함.) 구글은 이전에는 디바이스가 없으니 보여줄 공간이 있으면 다 지원했다. 이제는 구글도 AI 스피커를 출시하는 등 디바이스 사업을 하니 콘텐츠를 남에게 주지 않고 자기만 쓰려 하면서 경쟁구도가 생기고 있다.

국내 통신3사도 모두 AI 스피커를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의 AI 플랫폼인 ‘클로바’를 결합해 ‘우리집 AI’ 스피커를 출시했다. 이미 네이버가 판매하는 것을 왜 할까? 유플러스는 그저 쇼핑몰인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목적은 제품 판매뿐 아니라 콘텐츠에 있다. LG유플러스의 홈 IoT 서비스 일환으로 AI 스피커와 IPTV를 연동하면, AI 스피커에서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추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현석 과장

KT는 셋톱박스 자체를 AI로 만들었다. 스피커 회사인 하만과 협력해 만들었다. 하나의 디바이스만으로는 경쟁력이 없고 문화적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이 구매할 것이라고 보는 거다.

Q.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 돈과 열정? +@

송태민 책임

돈이 있다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 다음으로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이것들만으로는 안된다. 쉽지 않다.

신사업은 신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노력을 인정받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많은 회사들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시키는 일만 하기 십상이다. 바톰업이 쉽지 않다. 그러나 가능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 심리를 바탕으로 추진하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분석 자료가 나오는 것 같다. 만일 위에서 떨어지는 일 ABC가 있다면, 그에 맞는 A-1, B-1을 기획해 가져가는 것보다는 전혀 새로운 D를 제시하는 것도 좋다.

대한지적공사 말뚝의 경우도 IoT 분야에서 이같은 사업군이 나올지 조직 내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IoT이 적용돼 연 240만개 회선이 연결되게 돼 성공적인 사업이 됐다. 톱다운 방식의 일만 하게 되면 지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용기있게 제안해 진행해보길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