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혁을 이끄는 데이터 분석의 힘
IT 업계에서 유명한 저술가이자 SAS의 베스트 프랙티스 담당 부사장인 질 디쉐(Jill Dyché) 씨는 주말에 동물보호 활동을 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그는 주말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유기동물센터에서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펼친다.
유기동물센터의 미션은 보호하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최대한 많이 입양 보내는 것이다. 입양되지 않은 동물들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안락사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입양을 많이 보내는 것이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LA의 유기동물센터는 유기동물을 알리기 위해 동물 사진을 흑백으로 인쇄해서 포스터로 붙여 사람들에게 알린다.
질 디쉐 부사장은 이같은 활동으로는 유기동물의 생명을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동물들의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활동을 했다. 흑백으로 인쇄된 강아지 사진 한장과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강아지 영상 중에 어느 콘텐츠가 입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질 디쉐 부사장은 유기견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해 분석하기도 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검정색 강아지는 입양 가능성이 낮다. 4세가 넘은 유기견은 이전보다 안락사 가능성이 3배 높아진다. 주인이 여행 갈 때 버려지는 강아지도 많다. 여행 기간 동안 시설에 맡길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휴가 길면 유기견이 많아진다. 또 폭죽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유기견이 많아진다. 강아지들이 놀라서 집을 나오기 때문이다.
질 디쉐 부사장은 이같은 데이터들을 정리해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유기동물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이같은 데이터분석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그가 담당한 유기견의 93%를 입양보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질 디쉐 부사장은 이같은 예를 들며 “데이터는 모든 곳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SAS의 베스트 프랙티스(성공사례)를 총괄하는 그는 11월 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A CIO Conversation for Technology Leadership’에 이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로스엔젤레스가 스마트시티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통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전염병이 발생하면 분석 기술을 사용해서 위험성이 큰 지역에 백신을 우선 배포한다. 대기질 센서를 통해 아이들이 나쁜 공기에서 뛰어놀지 않도록 방지한다. 질 디쉐 부사장은 “LA는 여러 문제가 있는 도시였지만 스마트한 방법을 채택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한 쇼핑몰은 스마트몰로 변신하면서 고객의 쇼핑 경험을 완전히 바꾸었다. 방문객들은 키오스크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신이 들어왔음을 등록한다. 고객이 등록을 하면 쇼핑몰 내 내장에서는 각종 쿠폰이나 할인권을 통해 이 고객이 자신의 매장에 들어오도록 유인한다. 쇼핑몰은 이 고객이 주로 가는 매장이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이 고객의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어디로 가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옷을 실제로 입어보지 않고 AR 기술을 통해 가상으로 입어볼 수도 있다. 이 쇼핑몰에서는 초당 1기가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된다고 한다.
질 디쉐 부사장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의 대상으로 제품, 서비스, 경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웨스틴 호텔은 일반적인 숙박 사업을 넘어 온라인에서 침대를 판매하는 사업으로 확장했다. 고객들이 웨스틴 호텔의 헤븐리 침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웨스틴 호텔의 매출에서 침대 판매액 비중이 11%에 달하게 됐다고 한다. 제품을 혁신한 사례다.
아마존이 드론을 통해 배달을 하는 것이나, 이케아가 가구 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서비스 혁신이다. 에디 바우어라는 아웃도어 회사는 매장에 아이스박스라는 공간을 두고 있다. 고객들이 점퍼 등 방한복을 입고 추위를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객의 경험을 혁신한 사례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웬디스의 경우 제품, 서비스, 경험 측면에서 모두 혁신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사례다. 기존과 전혀 다른 프렌치프라이를 선보였고, 태블릿과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또 매장 음악도 주변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선곡한다.
질 디쉐 부사장은 기존 기업의 경우 디지털 혁신을 위해 ‘이노베이션 랩’과 같은 별도의 공간 운영을 제안했다.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을 바꾸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이를 통해 조금 더 많은 아이디어 창출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요타 론 게리오라는 CIO는 내부에 이노베이션 랩을 개설했다. 이 곳에는 각 IT 벤더들이 자신의 제품을 설치해 놓을 수 있다. 토요타의 직원들은 이노베이션 랩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회사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필요한 기술은 구매로 이어진다.
보험회사 아비바(AVIVA)는 디지털차고(Digital Garage)라는 이름으로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 중이다. 이런 이노베이션 랩은 가벽을 통해 회의실이 움직이며, 가구들도 이동한다. 언제라도 쉽게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다.
질 디쉐 부사장은 앞으로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하는 기술로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석이 혁신을 돕고, 인공지능은 분석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기존에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을 통해 특정 매장의 매출과 고객에 대한 분석 결과를 얻어 경영진이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공지능이 “5번 매장은 매장을 늘리고 10번 매장은 면적을 줄이라”는 직접적인 의사결정까지 내놓을 수 있다.
질 디쉐 부사장은 “현재의 예측 분석을 넘어서면 우리는 또 한단계 진전을 하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변혁을 위해 아날로그를 디지털화 하고 반복해 실행하고 진화하는 민첩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