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기를 끌던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픈캡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무료 소프트웨어로 간단하게 화면을 캡처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이용을 했었죠. 500만명이 오픈캡쳐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오픈캡처가 저자권 괴물로 변해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을 괴롭혔습니다. 지난 2012년 엣지소프트라는 회사가 오픈캡쳐를 인수했습니다. 국내에서 아이에스디케이(ISDK)라는 회사가 오픈캡쳐를 판매었는데 그 모습이 특허괴물과 유사한 모습이어서 논란이 됐었죠.

저작권 괴물로의 변신

아이에스디케이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던 오픈캡쳐의 라이선스를 유료(기업)로 바꾸고, 44만9000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캡쳐 프로그램의 10배 정도 되는 가격입니다.

비상식적인 가격책정은 이 회사가 제품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할 계획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에스디케이는 기업, 공공기관, 학교, 병원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했습니다. 유료 프로그램으로 전환된 것을 미처 몰랐던 기업들은 어느 날 갑자기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이용하는 회사가 돼버렸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고액의 합의금을 주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분노한 기업들은 아이에스디케이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어제(2017년 11월 23일)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 무효를 주장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시적 복제 논란

최종판결까지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부분적으로 아이에스디케이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시적 저장’을 이유로 원고 측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내 최초로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 침해로 인정한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일시적 저장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동안 프로그램의 일부가 일시적으로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되는 것’으로, 한미FTA 체결 이후 개정된 저작권법에서는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보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오픈캡쳐 이용기업들이 하드웨어에 오픈캡처를 저장할 때는 유료 라이선스에 대한 약관동의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불법복제가 아니지만, 실행하면서 메모리(RAM)에 일시적으로 저장한 것은 약관동의 이후이므로 불법복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IT업계 이외에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서 메모리에 저장되는 것은 일시적 저장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현행 저작권법은 35조의 2항에서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드디스크 저장된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면서 메모리에 복제되는 것은 이 예외조항에 들어간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1심 판결이 일시적 저장을 통한 불법복제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였다면, 2심 판결은 예외조항을 적용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2심 판결 이후 아이에스디케이 측은 항소를 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집단소송을 수행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 이용자들은 불명확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법리로 인해 저작권사의 자의적인 라이선스 정책에 부당하게 끌려다닌 측면이 있다”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저작권사의 함정식 단속 관행을 고치고 이용자의 정당한 지위를 보장함으로써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의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고 나아가 소프트웨어 산업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